연재 소설 ‘코로나 팬데믹 2019’

IMG_1-1-4-1

제임스가 세인트 프랜시스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한다는 이야기는 언니를 통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같이 사는 여자는 방글라데시 출신으로서 간호사라고 했다.

흑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 흑인보다 피부가 더 까맣고 반들거렸다.

피부가 까맣다 보니 웃을 때마다 드러나는 앞니가 희다 못해 푸른 기가 돌았다.

언니는 같이 사는 여자가 여자친구라고 했는데, 제임스에게 직접 들어보면 결혼 신고까지

한 와이프란다. 제임스는 아이 때부터 엉뚱한 짓을 잘했다.

엉뚱하면서도 약삭빠르기로는 꿩의 병아리다. 엉뚱한 건 언니가 더했다.

언니는 어려서부터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자라고나 할까? 하여간에 못돼먹었다.

“못돼먹었다.”라는 말은 엄마가 늘 하던 말이다.

자기 옷은 손도 못 대게 하면서 내 옷은 자기 옷처럼 입고 다녔다.

구겨진 내 옷은 구석에 처박아 놓고 자기 옷만 살짝 다리는 얌체 중의 얌체다.

 

아들 제임스가 이민 오기 전에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도 언니의 치맛바람으로 쭉

반장을 했다는 걸 자랑이라고 떠벌리며 다녔다.

미국에 와서 제임스가 의과 대학에 갈 때도 언니가 앞장서서 한국인 목사님을 찾아다니면서

거짓 봉사 활동을 했다는 추천서를 받아 제출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의사를 졸라 의료실에서 재활 도우미로 대학 3년 내내 봉사했다는 가짜 인턴십

확인서까지 만들었다.

제임스는 제 엄마를 신기하도록 닮았다.

남들보다 오래 걸리기는 했어도 늦게나마 의사 면허증도 땄다.

의사라면 병원에 취직해서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임스는 그렇지

않았다. 진득하게 한 병원에서 근무하지 못하고 이 병원에서 잠깐, 저 병원에서 잠깐 하는

식으로 전전하면서 십 년이 흘렀다.

이번에는 가까운 세인트 프랜시스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기로 했다면서 응급실 담당의는

보수가 많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거기에다가 수잔은 정식 RN(Registered Nurse) 간호사다.

 

― 둘이서 돈을 얼마나 잘 버는지 아니, 너?

 

언니는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해 못 참겠다는 듯 그칠 줄 모르고 떠들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