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가는 미국 택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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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중에서 발처럼 매일 중노동에 시달리는 부위도 없을 것이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이미 발은 노동 시간이 시작된다.

온종일 말없이 주인의 행동에 따라야 하는 발에게 우리는 무관심하거나 등한시한다.

주인은 말로라도 한 번쯤 고생한다, 고달프지 않냐? 하고 물어봤으면…….

당연히 네가 할 일을 하는 것이다하고 넘긴다.

게다가 주인이 맛있다면서 잔뜩 먹고 배부르다고 배를 앞으로 쓱 내밀면 그때부터

발은 걱정이 태산이다.

주인의 몸무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인의 체중은 발을 더욱 고달프게 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발은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도 하지 못한다.

돈에 팔려 온 노비처럼 시키면 시키는 대로 묵묵히 해야만 한다.

 

어느 날 병이 났다. 발병이 난 것이다.

발뒤꿈치 중에서도 바닥이 아팠다. 바닥을 디딜 때마다 찢어지는 통증이 일어났다.

함부로 바닥을 디디지 못하고 찔뚝대며 엉금엉금 걸었다.

서너 발자국 걷고 나면 통증이 사라졌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걸을 만했다.

쪼끔 좋아졌는데 살 것 같은 기분이다.

시간이 흘러도 발뒤꿈치 바닥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낫겠지 하고 차일피일 견뎠으나 그렇게 쉽게 낫지 않았다.

 

발은 이제 옛날 발이 아니다. 옛날처럼 막 부려 먹을 수도 없다.

의사에게 물어보았으나 대수롭지 않게 들어넘긴다.

마사지나 하고 얼음찜질 정도 해 주라는 말만 들었다.

발바닥을 어떻게 마사지하는 건지, 매일 저녁 귀찮게 얼음찜질은 또 무엇인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아무리 기다려도 대우해 주지 않는 주인이 미웠는지 발도 통증을 계속 끌고 갔다.

주인과 발은 서로 고집을 부렸다.

 

통증도 하루 이틀이지 열 달째 아프니까 이젠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족조근막염이라는 유튜브를 듣게 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발뒤꿈치 마사지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마사지만 잘해주면 80%는 낫는다는 설명이다.

다는 아니지만 하라는 대로 따라 해보았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걷는 데 많이 나아졌다. 신기하고도 놀라웠다.

발이라고 함부로 대할 일이 아니다. 발도 대우해 주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내친김에 발뒤꿈치 보호대를 주문했다.

어젯밤에 아마존을 통해 주문했는데 오늘 받았다. 너무 빨리 와서 깜짝 놀랐다.

미처 주문하고 돌아볼 틈도 없이 상품이 도달하다니!!!

한국에서 쿠팡이 다음 날 배달하는 시스템이라더니 미국에선 아마존이 다음 날 배달한다.

나는 주로 책을 주문하는데 한국에다가 책을 주문하면 2주가 조금 더 갈린다.

하다못해 LA 친구가 책을 붙였다는데 일주일이 넘어서야 밭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아마존은 주문과 동시에 곧바로 받는 배달 문화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도 교보문고에 책을 주문하고 돌아서면 다음 날 받았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야 배달문화가 발달한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이지

미국에서도 그렇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간다.

 

어떠면 죽는 것도 빠르게 죽는지도 모르겠다.

인간, 너희들 빠른 거 좋아하지? 엣 다. 코로나19로 입가심부터 하거라.”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입가심이 코로나19일진대 메인 메뉴는 어떠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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