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주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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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네 집에 개가 있다.

쉐이라는 이름을 가진 핏불 테리어 믹스(Pit Bull Terrier Mix)’이다.

개가 덩치만 컸지, 겁이 많아서 이리저리 숨기에 바쁘다.

처음에는 나만 보면 숨더니 몇 년 봤다고 지금은 꼬리를 치고 다가온다.

개는 판단력이 특출나서 자기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금방 알아차린다.

더군다나 주인이 누구인지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 다 구분한다.

엊그제는 밖에 나갔다가 뒷다리 무릎에 조그마한 상처를 입었다.

개 병원에서 치료받고 원뿔 모양의 플라스틱 목걸이를 쓰고 왔다.

 

뒷다리 무릎 상처에 약을 발라주려고 해도 개가 자꾸 핥아서 바르나 마나다.

붕대를 감아 주어도 개가 그냥 놔둘 리 없다.

왜 약을 발라야 하는지, 왜 붕대를 감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개에게

참고 지내라고 한들 말을 듣겠는가?

개가 못 핥게 하느라고 나팔꽃 모양의 플라스틱 목걸이를 씌웠다.

마치 춘향이 옥중에서 쓰고 있던 칼 같다.

춘향이는 사또의 말을 거역했기 때문에 벌을 받았고,

쉐이는 주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벌을 받는다.

 

개를 기르다 보면 개의 특징이 보인다.

개는 나이가 들어도 지능은 아이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개는 먹잇감 앞에 서면 쪼그라든다. 자존심이고 뭐고 없다. 하라는 대로 한다.

개도 성격이 가지각색인데 우리 쉐이는 정이 많은 개다.

헤어졌다가 만나면 반갑다고 어찌나 반기는지 겅중겅중 뛰면서 점프해서 달려든다.

개가 웃을 줄 몰라서 그렇지, 만일 개가 웃을 줄 안다면 희희낙락 깔깔대며 좋아할 것이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 그러고도 남겠다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의자에 앉아 있으면 쉐이는 슬며시 다가와 내 발등에 지 턱을 얹고 눈을 감는다.

나를 믿는다는 의미도 되고 나를 그리워한다는, 나와 정을 나누고 싶다는 제스쳐다.

어쩌다가 내가 개를 쓰다듬어 주면 쉐이는 눈을 감고 고분고분 주인님을 따르겠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기다린다.

개는 사람에게 다가와서 살을 비비고 냄새를 맡고 핥아댄다.

자신이 외롭다는 표현이다.

 

쉐이는 사람으로 치면 4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영리한 개다.

딸네 개지만 우리 집에 자주 드나들면서 쉐이도 나와 아내를 주인으로 섬긴다.

개는 오로지 충실밖에 모른다. 모르는 사람이 불러도 가지 않는다.

주인의 눈치를 읽고 행동한다.

목에 줄을 매고 운동길에 데리고 나가면 개가 앞장서서 간다.

앞에서 가면서도 뒤따라오는 주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쉐이는 미리 알고 행동한다.

개가 주인에게 오죽이나 많은 정을 주었으면 사람들은 개가 죽으면 눈물을 흘리고

잊지 못해 할까.

심지어 자기 엄마가 죽었어도 울지 않고 덤덤하던 아들이 지가 키우던 개가 죽었을 때는

며칠씩 밥도 안 먹고 우는 것을 보았다.

개를 공동묘지에 묻고 매년 찾아가는 수고를 빼놓지 않으니 이게 바람직한지

알 것도 같으면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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