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 지붕 이던 날! 우리 집 닭들은 몸보신하는 날이었다.

7남매가 모인 카톡 방에서 우리 남매들은 서로의 안부를 늘 나눌 수 있음이 감사하다.

나와 20살이 많은 큰오빠부터 3살이 어린 남동생까지 우리 7남매는

작년 봄에 어머니를 천국으로 환송해 드린 후부터 고아(!)가 되었지만 서로 우애있게  잘 지낸다.

좋은 세상 덕분에 실시간으로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감사하다.

 

2주 전에 막내가  이사를 했다.이사하고 잠시 휴가를 얻어서 올케랑 함께

시골 집과 부모님 산소를 다녀온 사진을 올려 주었다.

함께 고향에 간 듯 너무도 반갑고 좋았다.이제 시골 집도 외롭게 홀로 겨울을 지낼 것이 미안했는데 동생 부부가 한번 다녀옴으로인해

더 따뜻하게 겨울을 지낼 것 같아 안심이고 감사하다.

오빠들이 내려가서 벌초를 잘 해 두어서 아부지,어머니 산소는 너무도 깨끗하게 아름답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오빠들의 사랑과 섬긴 손길이 따뜻하게 전해와서  너무도 감사했다.

막내는 내겐 늘 오빠같은 의젓하고 든든한 동생이었다.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한 해도 안 거르고 계속 반장을 했다.

공부도 잘 했고 리더쉽도 있었기에 대학 이후 계속 많은 사람들에게 선하고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리더임을 감사한다.

예수님을 잘 믿는 동생이어서 하나님께서 더욱 그 앞 길을 늘 잘  인도하시고 축복해 주신다는 고백과 감사가 누나인 내 입으로도 늘 나오게된다.

동생을 위해서도 늘 기도할 수 있는 누나인 것이 감사하다.

 

작은 언니가 초가집 지붕 이는 사진을 아침에 올렸다.

첫서리 내릴 무렵의 지붕 이는 날은 정말 내겐 아름다운 추억이다.

안동에서는 지붕 얹는 것을 지붕 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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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초등학교 1학년정도까지는 초가집에 살았다.

매년 아버지께서는 초가 지붕을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 덮으셨다.

우리 동네도 여느 시골 마을처럼  부잣집 몇 집을 제외 한 나머지는 다 초가지붕이었다.

새마을 운동 덕분에 우리 마을도 하나씩 개량이 되었다.지붕도 상수도도 길도 점점 더 좋아졌다.

벼 타작부터 깨,콩을 비롯한 농작물의 가을 걷이가 끝나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그  이후는 밭에서 무와 배추를 걷어 들인다,엄마는  김장을 하시고,아부지는  눈 오고 얼기 전에 뒷마당 구석에 김장독을 묻을 구덩이를 파셨다.

겨우내 먹을 무를 땅에 묻을 구덩이도 파셨다.손만 들어갈 구멍을 내고 나무들을 엮어서 저장고를 만드셨다.그  땅 속 가득 무우를 저장했다.

볏짚으로 만든 볏단처럼 생긴 무우 구덩이 마개는 보온효과가 컸다. 추위를 잘 견디게 무우를 보호해 준 것이 신기했다.

작은 동산처럼 만들어 둔 흙더미  땅속 무우 창고가 신기했다.추운 겨울이어도 그 속의 무우는 늘 싱싱했다.무우를 꺼내 먹다 보면 깊어져서

나는 엎드려서 팔을 길게 뻗쳐서 무우를 꺼내기도했다.

 

새벽에 자다가 무슨 소리가 나서 보면 아버지께서 부지런도 하셔서 그 새벽에  볏집을 비벼 새끼를 만들고 계셨다.

그리고 그 만든 새끼로 볏집을 엮어서 이엉을  만드셨다.하루 저녁 하나씩은 족히 만들어 내셨다.

가을 걷이가 끝나고 좀 쉬실만도 한데 아버지께선 초가 지붕을 새로 덮을 준비를 부지런하게 하셨다.

엄마는 꼭 찰밥을 하셨다.지붕 이는 날은 다른 날보다 힘을 더 써서인지 근기가 더 있는 찰밥을 하셨다.

우리는 지붕 이는 날 찰밥도 먹고 새지붕으로 산뜻해지는 우리 지붕을 쳐다보면서 즐겁고 신나는 날이었다.

아버지께선 이웃 어르신들과 지붕 위에서 일하시고 나와 동생은 마당에서 뛰어 노는 닭들과 함께 또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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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들은 지붕 이는 날 포식을 했다.파티 상이 펼쳐진 것이다.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 가신 분 마당 아래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함께 손이 잘 맞았다.

퇴비 썩는 냄새와 뜨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낡은 지붕 덮개를  낫으로 쳐서 걷어 내신다.

그러면 그 안에서 오동통 살이 오르고 몸을 동그랗게 말린 굼벵이들이 추녀 밑 마당으로 툭툭 떨어 졌다.

새로 한 싱싱한 짚 다발로 지붕 이을 비늘을 엮고, 용마루를 덮을 날개까지 챙겨 덮으면 새 지붕이 만들어졌다.

지붕 이는 사이 마당에 차려진  벌레들의 별미는  닭들이 콧노래 부르며 포식을 하는 날이기도했다.

새 지붕 올리는 볏 단에서 간혹 붙어 있던  벼 알을  쫒아 먹기도 했다.

매년 지붕 이는 날은 우리 닭들도  단백질 보충을 든든히 비축하는 몸보신 하는 날이었다.

지붕 이는 날은 우리 닭들의 명절같았다.

지붕에서 떨어지는 벌레들은 우리 닭들의 위로부터 내려 오는  보양식 선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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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이는 날의 추억 속에 우리가 기르던 닭들이 고맙다.

우리 가족들의 보양식이 또 되어 주었던 고마운 닭들이다.

어린 나는 닭을 잡는 날은 마음이 많이 아팠다.키우던 닭을 잡는 부모님이 야속하기도했다.

그래도 닭은 또 사람들을 위해 자신들이 해야될 사명이 바로 그것임을 알게 된 후부터는

닭고기도 잘 먹게 되었다.

 

우리 형제들은 서로의 어릴적 초가 지붕 이던 날의 추억들을 즐겁게 이야기 했다.

그 가운데엔 아부지와 어머니의 이야기가 제일 많았다.

우리 7남매 모두에게 함께 가장 공감되는 것이 또 부모님의 이야기이기 때문인 것 같다.

늘 감사하고 또 감사하신 분들이다.

겨울이되니 더욱 부모님과 언니 오빠들과 동생과 함께 했던 고향의 이야기가 많이 떠오른다.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들도 동화를 듣듯이 오빠들과 언니들 덕분에 들을 수 있음이 감사하다.

 

화롯가에서 엄마에게 옛날 이야기를 듣던 겨울 밤이 엊그제같다.

고향집에서 엄마가 들려 주셨던 그 아름다운 동화의 나라들을

우리가 살아 가면서 경험하며 또 우리 자녀들에게 들려 줄 수 있음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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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엔 밤사이 눈이 내려서 쌓였다.

올 겨울 들어 제일 많이 눈이 온 날이다.

남편이 새벽에 눈을 치워 주고 출근해서 감사하다.

아이들이 방학을 하면서 한명씩 집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어머니께 듣던 옛날 이야기의 구수함처럼

나도 우리 아이들과 이  겨울밤을  정답게 지낼

하늘 나라 이야기들을 더 풍성히 준비하고 들려 줘야겠다.

 

2016,12,12,월요일 아침에,건강하게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부모님께 늘 감사할 수 있는 오빠들과 언니들과 동생이 있음을 감사드린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12월 13일 at 4:09 오전

    지붕을 이고 나면 가을 일은 다 끝났지요.
    우리 동네에서는 지붕 이는 다음날 떡을
    해서 동네에 돌렸어요.
    우리집은 주로 무떡을 했는데, 무를 채쳐서
    쌀가루에 섞어서 떡을 했는데 무떡은 소화도
    잘되고 맛이 좋았어요.
    그러나 트림은 금물이었지요. ㅎㅎ
    모처럼 나도 고향생각에 젖어 붑니다.

    • 김 수남

      2016년 12월 14일 at 12:31 오전

      네,언니!언니네 고향에서도 초가 지붕 이던 날의 추억이 있어 반갑습니다.저도 무떡 좋아했어요.호박떡도 있고

      그 땐 모든 것이 다 그리도 맛있었던지요.콩이랑 밀도 볶아 주시면 주머니에 넣어서 친구들이랑 만날 때 꺼내 먹기도하고요.
      시골에서 나고 자란 것이 그 때는 몰랐는데 살아 갈 수록 감사한 일들이 더더욱 많아집니다.
      언니가 글을 잘 표현하시고 잘 쓰시는 것도 아마 어린 시절 푸른 산과 들이 온통 친구가 되어 자랐기 때문일거에요.
      더욱 건강하신 겨울 지내시길 기도드리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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