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행복한 점심 시간 (연재 소설 JOY)

나는 집이 가까와서 점심 시간엔 늘 집에 왔다.5째 귀여운 막내도 한 번 더 볼 수 있다. 가게 일로 바쁜 엄마를 대신해 잠시 아가를 봐 줄 수 있는 시간이다.엄마는 괜찮다면서 점심 시간에 친구들과 좀 놀기도 하라했다.그러나 나는 친구들과 노는 것 보다 집에 와서 막내 동생을 봐 주고 엄마가 따뜻하게 차려 주시는 밥을 먹는 것이 더 좋았다.그런데 내게 변화가 생겼다. 제이콥이 전학오고 일주일이 지난 이후 부터  도시락을 싸 달라고 했다.엄마는 오히려 좋아하셨다.내가 학교에서 드디어 친구들과 점심도 먹으려 한다면서 기뻐하셨다.흔쾌히 그러시겠다고 했다.귀찮아 하시지 않고 좋아해서 안심이 되었다. 볶은밥 종류나  김밥을 싸 주실 때가 많았다. 종종 샌드위치는 내가 직접 쌌다.제이콥이랑 점심 시간에 함께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제이콥의 한국 이름은 준교였다. 우리처럼 이민 온 아이가 아니고 항공사 주재원인 아빠를 따라 온 친구였다.영어를 잘 해서 이민 온 지 오래 된 줄 알았다.그런데 어려서부터 영어권에 산 경험이 많아서 영어를 잘 한다고 했다.나는 모든 것이 새롭고 우리 말이 통하는 한국 친구가 같은 학급에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학교서는 영어만 사용하다가 준교가 오고부터 우리 둘이는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준교는 3살 아래의 여동생이 1명 있다고 했다.내 동생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준교는 내가 4명의 동생이 있다는 것에 놀라워했다.정말 주변에 동생이 나처럼 많은 아이는 처음 보았다고 했다.준교는 성품이 참 착하고 따뜻했다.우리 말도 나처럼 유창하게 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영어도 모국어도 잘 하는 것이 우리들을 더욱 가깝게 친하게 만들어 주었다.나는 학교 가는 것도 좋았고 점심 시간은 특히 더 기다려졌다.

엄마한테 준교가 전학 온 이야기를 해 주었다.엄마도 한국 친구가 반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워하셨다.엄마는 그 친구가 교회에 다니는지를 제일 먼저 물어 보셨다.엄마의 관심은 항상 예수님 믿는지?에 있다.안 믿으면 전도를 하고 싶어 하시고 태신자로 품고 기도하시기 때문이다.준교가 교회 다니는 아이라는 말에 엄마는 더욱 반가워하셨다.나는 우리 엄마에게 모든 것을 다 털어 놓을 수 있어서 좋다.내가 사실 점심을 싸 달라고 한 것도 준교랑 점심 시간에 이야기하고 싶어서라고 했다.엄마는 잘 생각했다면서 점심 시간에 우리 집에도 데리고 와서 밥도 같이 먹고 하라고 했다.나는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기회되면 그러겠다고 했다.내 이야기를 다 기쁘게 받아 주시고 잘 들어 주시는 엄마가 항상 너무 감사하다.

나는 새우 야채 볶음밥을 싸갔다.준교는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싸가지고 왔다.나랑 친한 에마도 준교랑 친한 샨도 우리와 같이 점심을 같은 테이블에서 먹었다.에마와 샨은 항상 샌드위치를 싸온다.외국아이들이 함께 있을 때 우리 둘은  영어로 말을 한다.준교도 나도 학교 생활을 즐겁게 잘 했다.식사를 하고 우리는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도란도란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집에 가지 않고 학교에 있는 시간이 마음 쓰이기는 했다.집이 가까와서 늘 점심 시간에 달려 가곤 했는데 이제 정말 아침에 등교하면

오후 3시 30분에 마칠 때까지 학교에 있다가 집에 가게되었다.어린 막내를 데리고 힘드실 엄마 생각하니 일주일에 최소 2번은  점심 시간에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을 하기도했다.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엄마가 내 점심 따뜻하게 준비해 주시려고 신경 쓰시는 것보다는 아침에 점심을 싸 가지고 나오는 것이 오히려 엄마를 편하게 해 드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친구들과 특히 준교랑 점심 시간에 함께 이야기 하는 시간은 내게 너무도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엄마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고 내가 편한대로 하라고 하셨다.우리 엄마는 정말 천사시다.나를 항상 생각해 주시고 내 의견을 존중해 주시기 때문이다.

나는 준교가 점점 좋아졌다.그냥 이 아이가 하는 모든 것이 그냥 보기가 좋았다.캐나다 아이들도 착하지만 준교는 정말 너무도 착한 한국 아이였다.

우리 둘은 서로에 대한 이야기도 하나씩 나누며 알게 되었다.둘이 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것도 같았다.우리 둘은 점심 시간에 요즘 읽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나는 금요일마다 쳅터스 가는 날이라며 이야기를 했다.준교도 쳅터스 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토론토와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이 책을 파는 쳅터스였다고한다.아빠,엄마가 가게 하시며 바빠서 어디 먼 곳에 여행을 잘 못 가지만 엄마는 나와 동생들을 데리고 금요일 오후면 항상 쳅터스에 데리고 가신다.우리가 읽고 싶은 책은 항상 잘 사 주신다.동생들도 쳅터스 가는 금요일을 기다렸다.우리는 서로가 평소에 잘 하고 좋아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준교도 나와 같은 취미와 비슷한 생활을 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주일에 교회에 가는 것이 무엇보다 반갑고 좋았다.하나님을 믿는 아이라서 이야기 할 때 공감 되는 부분이 더욱 많았다.

내가 천로 역정을 요즘 읽는다고 했다.준교는 이미 읽었다면서 내가 읽은 부분을 이야기하니 맞장구도 잘 쳐 주었다.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천기독씨는 하나님의 전신 갑주로 무장을 시작하는데 머리엔 구원의 투구를 쓰고 ,가슴에는 의의 흉배를 붙이고 ,허리에는 진리의 허리 띠를  신발은 평화의 복음의 신을 신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라고 내가 말했다.

준교는 내 말을 이어서 “왼손에는 방패를 들고 오른손에는 성령의 검,곧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어,하지만 등은 무장하지 않았어”

내가 다시 대답을 했다 “응 맞아 등을 적에게 보이면 안되니까 전진 또 전진하며 앞으로 나아가야되는 것이야.등을 보이면 마귀가 불 화살을 쏠 것이기 때문이다”

준교는 다시 말을 했다 “응 성경 말씀에도 에베소 4장 27절에 보면 마귀로 틈을 타지 못하게 하라고 했어”

“응,나도 그 부분 기억 나,엄마랑 성경 공부했던 부분이야,이 무기들을제대로 잘 활용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모든 기도와 간구’라고 했어.에베소 6장 18절 에는 모든 기도와 간구는 이 무기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더한다고 했거든”내가 말을 이어 갔다.

준교는 천로 역정에 대해 훤하게 꿰뚫고 있었다.나 역시도 2번째 읽고 있었기에 내용은 훤했다.

“천기독씨는 드디어 미궁을 떠나 언덕 아래로내려 갔어,그 때 안내인이 이 골짜기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어,반드시 내려 가야된다고 하면서 말이야”준교가 말했다.

“응,맞아 천기독씨는 그래서 깊은 골짜기를 향해 나아갔어,그리고 생각했어 ‘우리 주님도 일찍이 골짜기 같은 이 세상에 오셨어,그 분은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로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죽기까지 자신을 복종하셨어” 나도 말을 이어갔다.

준교는 성경 지식도 많았다.내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응,맞아 그 말씀은 바로 빌립보서 2장 6절로 8절 말씀이야,내가 암송했던 부분이야,우리도 스스로 낮추신 예수님을 본받아 우리 자신도 겸손해 져야되는 것 같아.”

나는 준교의 해박한 성경 지식과 천로역정의 내용을 훤히 다 아는 모습에서 너무 똑똑한 아이라는 신뢰가 크게 되었다.

잘난채 하지 않고 겸손한 아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그동안 그 누구와도 아직 대화를 못해 보았던 부분의 대화가 준교랑 잘 되는 것이 나는 너무도 신이났다.

같은 방향을 보며 같은 관심사로 같은 지식을 이미 가지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난 것이 내게 귀한 선물임을 느끼게 되었다.

‘하나님은 정말 너무 좋으신 분이시다,내게 이런 대화가 통하는 좋은 친구를 그것도 우리 말로 대화가 되는 친구를 보내 주셨구나!’라는 감사가 절로 되었다.

점심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겸손의 골짜기에서 아볼루온을 격퇴하는 천로역정의 이야기를 준교와 점심 시간에 나눈 것이 너무 유익했다.

내가 배울 수 있는 좋은 친구가 생긴 것이 너무도 감사했다.

읽던 천로역정 책을 준교 덕분에 더 세밀하게 또 더 재미있게 또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너무 신이 났다.

준교 덕분에 점심 시간은 정말 내게 아주 행복한 시간이 되어 가고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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