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를 잘 안하는 캐나다 사람

2006년 1월 13일 금요일.영상 8도로 이상 기온이라 불린 날

 

날씨가 너무도 좋아서
딸과 막내는 두꺼운 오리털 잠바를 오랫만에 바꾸어서

좀 얇은 겉 옷을 입고 모자와 장갑도 사용하지 않고 등교를 했다.

큰 아들들은 옷을 얇게 입어도 안 춥다고 늘 하는데 오늘 같은 날씨는 정말 나도 안심을 하게된다.

 

방과 후에 둘째 셋째의 바이얼린 레슨과 막내의 음악 클라스 레슨이 있어

개학하고 첫 시간을 갖는 날이었다.

 

막내는 3개월 즉 12주에  160불로 저렴하며 음악 선생님과 리듬에 맞춰 신나게 놀다 오는 시간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멜로디와 리듬을 배우면서 또래들과 좋은 시간을 갖는다.

막내는 뭘 배운다기 보다는 음악과 친해지는 신나는 시간이기에 매 주 한 시간 보내고 있다.

 

포스트 체크를 몇 개월 전에 올 1월 것까지 내었는데

중국 아줌마인 원장이 1월치 레슨비를 속히 내라고 그것도 직접 얘기를 안하고

바이얼린 선생님께 메모로 전해 주었다.

막내는 3개월 프로그램이 12월에 끝나고 1월 부터 새로 시작되는 스케줄이라

이번 달에 다시 내는 것이지만 바이얼린 비는 2월부터 다시 몇 개월 치 체크를 미리 끊어서

매 달 1일에 청구 되게 줄 생각이었는데 엉뚱하게도 낸 돈을 다시 더 내라고 하기에 황당했다.

 

매 달 내도 되지만 1일에 꼭 맞춰 내려고 해도 아이 레슨 있는 날 가다 보면 새 달이 되고 몇 일이 지나기에

자동으로 빠져 나가게  포스트 체크에 매 달 1일에 빠져 나가게 몇 개월치를 미리 내어 두는데

본인들이 착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이미 내었다고 했더니

미안하다는 말은 전혀 없고

“내가 아직 컴퓨터로 확인을 못해보아서 그래요”라며 넘어 가 버렸다.

 

뭐 이런 아줌마가 있나 싶어서 화가 나려고 하는 것을 잘 참았다.

정말 비지니스 아줌마지 음악을 사랑하는 피아니스트는 못되구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부모님이 중국인이긴 하지만 루시아나는 케네디언의 사고방식을 갖은

사람이기에 어느정도 이해가 되면서도

중국 사람 전형적인 스타일인 둥글뭉실형의 루시아나가 얄미워서

우리 아이들 레슨을 당장 끊어 버리고 집에 오시는 한국 선생님을 찾아 보아야겠다 싶은

맘까지 들었다.

 

루시아나가 음악 학원을 열고 나는 바로 길 건너편이라 편리함 때문에

다른 것 비교도 않고 아이들을 그곳에 보냈고

루시아나를 도우면서 학원을 운영하는 사람이 다름아닌

스프린트 캐나다 (지금은 로저스와 합병됨)김수남 부사장의 캐네디언 부인인 완다기에 믿고 보냈는데

예술하는 사람이 너무 상업적인 느낌을 주어서 영 기분이 안 좋았다.

 

본인이 제대로 확인을 못 한 것이라면 당연히

‘미안합니다.제가 착오가 있었던가 봅니다’라는 식으로 한마디만 하면 될텐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항상 미안합니다를 잘 사용하라고 교육을 받았는데

이곳 세상은 그렇지가 않는 것 같다.

 

절대로 ‘미안합니다’란 말을 잘 안 사용한다.

미안합니다란 말을 쓰면 본인의 잘못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라서 잘 안 한다고 하는데

정말 이해가 잘 안 되었다.

 

그래서

혹시 자동차 접촉 사고가 나더라도

절대 먼저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면 안된다고 이민 선배님들이 일러 주셨다.

그러면 내가 잘못했다는 인정이 되어 버리기에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미안합니다 개념과

캐나다 사람의 I’m Sorry라는 개념이 조금은 다르지 않나 싶다.

 

잌스큐즈미라는 말은 즐겨 해도 정말 아임소리라는 말은 별로 안하는 것 같다.

내가 아직 영어를 잘 몰라서 인지 모르지만 정말 루시아나가 내게

미안하다는 말이 나와야 될 것 같은데 끝까지 그 말은 하지 않았다.

 

내가 1월까지 돈 낸 것을 제대로 기억을 안하고 있었다면

또 돈을 낼 뻔 했던 일이기에 좀 기분이 나빴지만

그런 상황엔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하는 것인지 내가

혼돈이 되기도했다.

 

우리 말엔 ‘미안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고 또 듣는 사람 역시 ‘괜찮다’며

서로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일상적인 언어인데

이 사람들은

우리가 미안하다는 말이 나와야 될 상황인데도 그 말 대신

‘한 번 알아 보겠다’ 라는 식이지 자신의 잘못은 잘 인정하려 들지 않으니

영어를 듣는 귀가 조금 열렸다 싶은데도

이런 사소한 일 하나에도 우리 정서랑 다르니

정말 영어가 갈 수록 어렵다는 것이 사실이다.

 

루시아나 아줌마가 사업 수완은 정말 좋아서 비싼 학원인데도

늘 학생들이 가득하다.

모든 악기를 다 배울 수 있는 종합 음악 학원이다보니

루시아나 보다는 각 악기별로 담당하시는 선생님이 좋아서 모여 드는 것 같다.

나도 당장 다른데로 옮기고 싶지만 헬렌이 우리 아이들을 너무 잘 가르치고 아이들도

좋아하기에 그냥 참기로 했다.

 

금전 출납의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깨달았다.

최근엔 가계부 쓰기를 소홀히 했는데 새해부터는 다시 가계부를

잘 챙겨 써야겠다싶다.

 

그래도 나는 아직 ‘미안하다’는 말이 잘 나온다.

그 말 때문에 손해 본 적이 없으니

나는 내 방식대로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때는 그냥

‘I’m Sorry’라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겠다.

우리 말과 개념이 혹시 다를 지라도

마음으로 통하는 언어가 있기에 그런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가 진심으로 이해하고

‘괜찮다’고 말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모국어를 갖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기에

영어가 다소 서툰 부분이 있어도

마음으로 통하는 언어로 인해

문화의 차이를 해결할 때도 많기에

나의 진심이 제대로 전해 지는 표현인

‘미안합니다’사용을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

루시아나가 내게 그 말을 안해 주어서 화가 난 나를 볼 때

나의 한 마디가 상대의 언잖은 마음에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좋은 약이 될수도 있겠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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