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부는가을바람에가끔은내마음마저도살랑거리다가(유난히하늘이푸르고상큼
한공기가충만할때),대체적으론저멀리서부터아스라한그리움이밀려들어순간눈물이
핑돌다가(낙엽타는냄새가어디선가풍기거나잎사귀다떨어진초라한나목을마주하거나
날카로운칼바람이내콧속을파고들때),이렇게내마음갈곳을잃어갈피못잡고있는요
즘이다.
가을은점점깊어가고있고,나무에붙어있던잎사귀들은거의다떨어져거리를온통낙엽
으로알록달록혹은노란빛으로물들이고있고,며칠후엔부모님한국으로돌아가실테고,
든흔적은없어도난흔적은있다는말처럼한동안은부모님떠나신‘난흔적’으로찡함을
달고살지싶기도하다.
하지만인간은또대체적으로망각의존재기도하고,특히나같은경우는기쁨이든슬픔이
든뭘오래가슴속에담가두지못하는사람이므로이럴땐나의깜박증혹은망각이참으로
유용하게느껴지기도한다.아마도어려서부터습관적으로내게필요없다여겨지는감성들
이나기억들을잽싸게제거해온덕택이리라~그래서결론적으론센티멘탈한감성을떨쳐낼
수있음이지금으로선고마울뿐이란얘기다.
요며칠전에는사랑스런내둘째조카의졸업작품전이있었다.그날나는감기기운에급체
까지겹쳐종일머리가무거워드러누워있느라며칠전부터기대했던조카의졸업작품전행
사에참석할수가없었다.초대장이있어야만관람할수있는특별한작품전이었는데갈수
가없어나대신남편이참석했고,대신난꽃다발과선물만남편을통해전달했다.
우리집안에서가장어린막내둥이가드디어오빠,언니들보다먼저졸업을하게됐고,아마
도일자리도가장먼저얻게될것같은데,내조카자랑을하는것같아약간은겸연쩍지만
우리집안의귀염둥이이자가장어린둘째조카현진이가우리아들두녀석을포함네아이
중또가장야무지다는이야기는차마빼놓을수가없다.
물론큰조카는큰녀석다운속깊음이있긴하지만가장어려서이곳으로온현진이가가장
여기식(?)으로철이빨리들었고,이곳의삶의방식에동화가된건사실이다.그리고가장
확실하게자신의진로를일찌감치정해서그한가지에만매진해온것도바로그아이고보
면우리부모님을비롯가족모두가장어리지만야무진현진에게무한한사랑과동시에깊
은신뢰를보내고있고,그아이에게거는기대가자못큰것도숨길수없는진실이다.
더욱기특한건,한국과는다소다른학제를가지고있는이곳에서전문대학교육3년을마
친후우리가족모두는현진이가다음단계의공부를더하길원한다는의견을낸적이있었
는데,그때그아이는보통의한국아이들이아닌대부분의캐나다아이들마냥먼저취업해
서돈을벌고모은후공부가더필요하다여겨지면그때스스로의힘으로대학에입학을하
겠다는똑부러진답변을내놓았었다.
이러하니자기스스로미래를계획하고,그계획에따라차근차근자신의인생행로를향해
한발한발전진하고있는그아이가어찌대견스럽지않고,어찌사랑스럽지않겠는가말이다.
여기시간으론어제가내생일이었고,그전날인토요일엔가족모두모여저녁식사를함께
했는데,그날아침초인종이울려멋모르고문을열었던나는큼지막하고멋들어진꽃다발
을들고서있는두조카를보고놀라움과감동의순간을맞았었다.딸이없는내게딸노릇
을톡톡히하고있는두녀석이오사바사한맛없는아들들을대신해내게꽃다발을선물로
가져온거였다.그래서얼마나기분이황홀했던지하루종일날아갈것같았다는게솔직한
고백이다.
그리고그다음날인진짜내생일날아침에는또남편이일찌감치어디를다녀온다싶더니
그이유가내꽃다발을마련해오느라그런거였는데조카들이준것보다조금더크게만들
어갖가지꽃(원래색상에민감하고다양한색을좋아하는날위해일부러여러색을섞었다
고친절하게설명까지곁들이며)으로치장된꽃다발을내게건넸다.
또그날나는모처럼남편과몬트리올시내로외출을했는데,그이유는아는지인중한분께
서매길대학‘평생교육원’에서영어관련공부를하신다는말씀을들은후나도뭔가다시
공부를좀해보면어떨까싶어이런저런프로그램을살펴보다내친김에대학‘오프닝하우
스날’설명회가있다고해서참석하려했는데그날이우연히일요일이자내생일날인10월
28일이라그렇게된거였다.
남편은나를매길대학앞에서내려주고,차를주차한다음내가설명회에참가하는동안시
내를돌아다니다후에날학교앞에서픽업하겠다했고,설명회가끝난후만난우리는시내
에있는한상가지하로가간단하게점심을먹은다음여기저기윈도우쇼핑(전날생일선물
을듬뿍받고보니도저히뭘더사고싶은마음을먹을수가없어서~ㅋ)을하다집으로돌
아왔다.
오랜만에,그것도좋은가을날,대학교정을걷다보니학창시절도떠오르고,대부분의대
학교정이그렇듯매길대학의교정역시운치가장난이아니어서사뭇스산한가운데서도
풍성한감성의한가운데로빠져들수밖에없었음이다.게다가여기저기보이는상큼하고
발랄한어린학생들의기운이느껴지니한20년은더젊어진것같은기분까지~아주좋은
하루였음!이다.바로내생일날말이다!
Share the post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날들!"
sophia7903 (여자들만의 여행, 대략난감했던 후쿠오카 시내구경과 한큐백화점의 맛난 음식들)
데레사 (여자들만의 여행, 대략난감했던 후쿠오카 시내구경과 한큐백화점의 맛난 음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