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 보내는 충언 그리고 명문(名文)

대저명문(名文)이라는것이어떤명확한기준이있는것은아니지만,많은사람이보고심금을울리며공감하고귀감삼으며마음의양식으로가슴한구석에남겨두어필요에따라조금씩때로는적당량을꺼내서반추할수있다면그것은명문이아니겠는가생각이듭니다.동서고금을막론하여명문은무수하겠지만그래도그중으뜸을치는것은제갈량의출사표(出師表)라고합니다.제갈량의출사표는선제(先帝)인유비에게올리는장계(狀啓)같은성격의명문이나,후주(後主)인유선에게보내는후출사표는촉나라의운명을예지해주는뒷일의계획(長計)의성격이다분한명문입니다.


제갈량의명문인출사표는장문의편지입니다.웬만큼의인내심이나내공이부족한사람은끝까지읽는것자체가고역일정도의장문이기에,저같이삼국지를회쳐먹고데쳐먹고구워먹고삶아먹고찌개로끓이고볶아도보고,앉아서누워서기대서때로는서서도…등등온갖방법을동원하여삼국지를읽었지만아직출사표를독파(讀破)하지못했음을솔직히시인합니다.


그렇다면명문이라하여출사표처럼길어야하는가?라는얘기는없습니다.명문이란때로는절구(絶句)하나에도명문이될수도있으며도연명이나이백같은이가남겨놓은시(詩)나사(詞)같은종류의명문도있는것입니다.또한우리나라의최고의명문은신라시대최치원선생의‘’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은당사자인황소(黃巢)자신이깜짝놀라침상에서벌떡일어날정도의,제갈량의출사표에버금가는최고명문으로치고있는것입니다.


그렇다면명문은단지눈을즐겁게하기이한다거나명문이라는이름으로만존재해서는아니될것입니다.명문이란일찍이위에언급했던,보는이의심금을울리며공감하고귀감삼으며마음의양식으로가슴한구석에남겨두어필요에따라조금씩때로는적당량을꺼내서곱씹으며마음의지표로삼으라는의미로남아있고그런만큼후세사람들이그러한뜻있는글들을명문으로일컬으며자신들의좌우명이나삶을살아가는기준을삼기도하는것입니다.


잠시대통령각하의흥미를끌기위해옛날얘기한자락올리겠습니다.절묘호사(絶妙好辭)라는얘기가있습니다.조조와유비가한참맞짱을뜨고있을때의얘깁니다.조조(曹操)가대군을진발(進發)하여남전(藍田)이라는지방을지날때였습니다.수림(樹林)사이로멋진장원(莊園)이보이기에물으니아랫사람하나가채옹(蔡邕)의딸염(琰)이그남편동기(董紀)와사는곳이라고하더랍니다.


원래채옹은후한(後漢)말천하의기재(奇才)로서조조와는그사이가각별하였고지난날그의딸채염은위도개라는사람과결혼하였으나남편과함께북방오랑케에게잡혀간바되어,그곳北地에서두아들을낳았고,채염은아버지의피를이어받아호가십팔박(胡茄十八拍)이라는시를지어중원사람들의가슴까지아프게한적이있었답니다.그때조조는채염의신세를가련히여겨특히사람을시켜천금(千金)으로북방에서속량토록하였고,오랑캐의좌현황(左賢王)은조조의세력이워낙크매채염을한(漢)나라로보내줄수밖에없었답니다.


조조는다시동기(董紀)를그의남편으로삼게하여오늘에이른것이었는데,그날아무리바쁜걸음이건만그장원을그냥지날수없었답니다.옛친구채옹(蔡邕)도생각나고채염또한생각난조조는대군을먼저가게하고자기는근시백여기를데리고장문(莊門)앞에서말을내렸답니다.마침남편되는동기(董紀)는밖으로일보러나가고채염만이집에있다가조조가옴을듣자황망히쫓아나와영접하여장원안으로모셔예를마치고곁에가시립하니,조조가문득벽으로눈을보내니족자하나가걸려있기로몸을일으켜가까이가보며"이게무엇인고?"물으니채염이아뢰기를….


"그것은조아비(曹娥碑)로소이다.옛날화제(和帝)대에상우(上虞)에한무당이있사왔는데이름은조우(曹遇)로사파악신(裟婆樂神)에능(能)하옵더니어느해단오절술이취하여뱃속에서춤을추다가실수하여강물에빠져죽었다하옵니다.그에게열네살되는딸이있사왔는데강변을오르내리며칠주야(七晝夜)를통곡(痛哭)하고,저역시강중(江中)으로뛰어들었더니그뒤닷세만에애비의시체(屍體)를업고강위로뜨거늘마을사람들이강가에다장사지내주었더니상우령(上虞令)도상(度上)이조정(朝廷)에상주(上奏)하는일방한단순(邯鄲淳)으로글을짓고비(碑)를새겨사실(事實)을기록하였답니다.한단순이당시에십삼세에불과하나글자한자고치는법없이경각간에글을지어무덤곁에입석(立石)하니그때에사람들이기이(奇異)하다하였답니다.첩의부친이그곳을찾았을때엔날이저물어비문(碑文)을볼수없어손으로비석을더듬어겨우글을읽고비석등에다붓으로여덟글자를써놓고왔사온데그뒤에사람들이그것마저새겼다하옵니다."라며장황한지난얘기를소상히아뢰었답니다.


조조가바라보니과연여덟글자가있는데황견부유(黃絹幼婦),외손제구(外孫제臼)라고되어있는데아무리보아도무슨뜻인지알수가없었다고합니다.주위를돌아보다가채염에게"그대는이뜻을짐작하겠는?"묻자채염이아뢰기를"비록선인(先人)의유필(遺筆)이오나첩도그뜻을아리지못하옵니다."다시조조는여러모사(謀士)들을돌아다보며묻기를"그대들중누가풀수있겠는가?"그러나"………………"아무도대답하는사람이없었답니다.

조조는궁금하여다시그여덟글자를살펴보는데“제가그뜻을풀겠나이다."하는사람이있었답니다.조조가바라다보니그가곧천재양수(楊修)였다는것입니다.그러자원래각하만큼이나뻐기기좋아하고아는척하는조조가손을들어양수의말을막으며"그대는잠시말하지말라.나도한번생각해서풀어볼까하나니………."채염을집을하직하고길을걷기십리허에조조는갑자기깨달은바있는지빙그레웃으며양수(楊修)를불렀답니다.그리곤"어디그뜻을말해보지…………"


그러자양수가말하기를"그것은은어(隱語)이옵니다.곧황견(黃絹)은안색지사(顔色之絲=물들인천)이니色(색)자곁에絲(사)를더하면絶(절)자가되옵고,幼婦(유부=어린여자)는곧소녀(少女)의뜻입니다.그러므로女(녀)자곁에少(소)를놓으면妙(묘)자가되옵니다.外孫(외손)은딸(女)의아들(子)이니女자곁에子를놓으면好(호)자가되겠습니다.제臼(제구)는오신(五辛=달고쓰고맵고시고짠것)을받아들이는그릇이니받는다는受(수)자곁에다辛(신)자를더하면辭(사)자가되옵니다.다시통틀어아뢰오면바로절묘호사(絶妙好事)란네글자이옵니다.“


각하!!

절묘호사(絶妙好事)란뛰어난문장을두고이르는말인것입니다.이렇듯뛰어난문장은수천년을지나도인간들의뇌리에각인되어오늘날까지전해내려오고있으며또한새로운명문은끊임없이만들어지고있는것입니다.


각하!!!

외람되이이아침에뜬금없는‘절묘호사’며명문을썰하는것은여기근래보기드문명문하나가있어각하께소개해올리고자함이니필독하시와그명문이뜻하는바를인지하시고잔여임기까지아직도각하에게기대하는국민들의여망을멀리하지마시고국가와국민에게봉사하는충직한대통령이되셨으면하는간절한마음으로소개해올리겠습니다.그래도……..시간은아직도…..각하의편입니다.통촉又통촉하시옵기를앙망하오며이만장썰을그치겠나이다.

[강천석칼럼]버릇없는權力에화난국민들

열린우리당이25일대국민호소문을발표했다.전국246개광역·기초단체장가운데열린우리당후보가당선될가능성이있는지역은20여곳에불과하다면서한나라당의싹쓸이만은막아달라는것이다.‘통렬하게반성한다’고도하고‘엎드려호소한다’고도했다.아닌게아니라전북과대전을제외한거의모든지역에서열린우리당후보의지지율은경쟁정당후보지지율의절반수준을맴돌고있다.국민의절대다수가여당에대해마음을닫아버린것이다.더정확히말하면임기가2년이나남은이정권을정리해고해버리겠다고벼르는듯한분위기다.집권당이체면불구하고엎드려호소할수밖에없는형편이다.그러나‘통렬하게반성한다’는열린우리당의반성문을읽어보면이나라집권세력은아직도어찌하여이지경이됐는지를확실히모르고있다는느낌이다.

왜국민이이렇게집권세력에대해분(憤)해하는지,왜국민이이렇게이정권에대해정나미가떨어졌는지를헛짚고있는것이다.열린우리당은“그동안양극화해소와정치개혁완수를위해나름대로열심히뛰어왔지만국민의마음을얻기에는많이부족했던것같다”고반성했다.과연얼마나많은국민이이반성문을읽고‘그래,열린우리당이정말반성하고있구나’라고고개를끄덕이겠는가.회사에서직원한사람을내보내는결정도쉽게내리기힘든법이다.그런데절대다수국민이아직산목숨인정권의목을쳐야겠다고허투루작정했을리가없다.다그만한이유가있는것이다.국가가부도(不渡)나IMF긴급구제금융을받고온사회가정리해고의불안에떨던때의이야기다.한중소기업인이이런난세(亂世)를헤쳐가는법을세가지로요약해들려줬다.


첫째가남보다한시간일찍출근해그날일을준비하라는것이다.진짜경영자는한시간늦게퇴근하는사람보다는한시간빨리출근하는사람을눈여겨본다는것이다.그런사람에게일을맡겨실패한적이없다는자신의경험담도얘기했다.


둘째는늘‘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덕분에’라는말을빼놓지말라는것이다.말만그리할게아니라진심으로그렇게느껴야한다는주문이었다.그것이마음과마음사이의문턱을낮추고,조직의윤활유(潤滑油)구실을하게된다는말이다.어느경영자가이런사람을내치겠느냐는것이었다.


셋째는일이잘못됐을때남보다먼저‘제탓입니다’‘제잘못입니다’라고할수있어야한다는것이다.이것역시빈말이아니라실제그렇게느끼도록노력하라는것이다.서로의허물을감싸주는분위기속에서조직은능력이상의힘을발휘하게된다는설명이었다.눈밝은경영자는남의탓하는사람을정리해고자후보리스트의맨앞머리에올려놓는다고도했다.두고두고고개가끄덕여지는이야기다.국민에게정리해고당할지경이된이정권사람들이새겨들어야할교훈이담겨있는말이기도하다.



이정권사람들이다른국민보다먼저출근해나라의진짜중요한일을챙겨왔는가.공연히늦게까지사무실을오락가락하면서‘수도를옮겨야겠다’‘자주의깃발을들겠다’‘양극화해소의근본책을찾겠다’는허황된이야기로부산만피워오지는않았는가.


이정권사람들은‘국민에게고맙다’는말도,‘선배에게감사한다’는말도해본적이없다.나라를세우고,전쟁에서나라를지켜내고,가난에서국민을벗어나게했던앞세대의노고(勞苦)를인정한적도없다.오히려이나라는“불의(不義)가승리하고기회주의가득세(得勢)했던역사”라며앞서간세대전체를욕보이기일쑤였다.


지난3년내내‘제탓’대신‘남의탓’을입에달고다닌게이정권사람들이다.부동산값이뛰는것도‘복(福)부인,기획부동산업자,건설업자,주요신문의탓’이라며‘나중에종합부동산세(稅)한번내보시라’고국민을희롱하듯해왔다.남의불행을야박하고모진말로짓이기는걸즐기기도했다.그런말투와심성(心性)이얼마나사람들을분하게만들고화나게하는지는생각해본적도없을것이다.


이런버릇없는권력을단단히손보아야겠다는국민의노여움이폭발한것이이번사태다.열린우리당의반성과살길찾기는바로여기서출발하지않으면안된다.

강천석·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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