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荒唐) 3제.

그하나,

77년11월백설이분분하던날결혼을했으니햇수로꼭30년인가보다.그러고보니결혼기념일이얼마안남았다.이번엔꼭한번챙겨주어야지다짐을정확하게스물일곱차례해왔지만아직한번도그다짐을지켜본기억이없다.스물여덟번째의다짐을해본다.그런데항상달력에볼펜이나싸인펜으로표시를해두건만꼭잊어먹는다.이번엔정말잊지않도록다짐에다짐을해야쥐~~^^*이이야기를하려는게아니고….


그러니까결혼하던그해다.결혼일정을잡아놓고양가부모허락하에우리는약반년전부터본가에신접살림을차리고있었다.결혼전나는총무부서에있었고아내는경리부서에근무한,사내결혼이라경쟁자가몇몇있기에불안감을느낀내가마누라를퇴직시키고아예꼽쳐(?)두려고잔머리를굴린것이다.그리곤다른회사로이직을했다.경쟁자들이집적이지못하도록….^^*


옮긴직장의부서발령은자재부였다.아주금액이큰것외에는대체적으로수의계약이고,실험자재나소모품따위는직접구매를하거나유선상으로납품을받아오곤하였는데,아주가끔씩은전국의큰광산(10여개의광물질을혼합하여제품을만듦)을돌며보다나은원료를찾거나계약금을주고거래를터는그런과정이있는데,재수(?)없게도전직한지얼마되지않아그업무를처리해야하는것이었다.


70년대초부자동네라던종로가회동의번듯한한옥한채가천만원내외였고,강남은한창개발붐이불었기에가회동땅한평이면거짓말좀보태서강남쪽논밭1마지기는거뜬히살당시였다.나의선친께서는실제청담동경기고뒤편쪽에길도제대로나지않고비만오면장화를신고다녀야하는곳에2층양옥을75년도에600만원에샀던적이있었다.사정이있어결혼하던해700만원이채못되는금액으로되팔긴했지만…..


회사로부터약열흘간의출장명령을받고출장지로출발하기전경리부서에들려수표500만원과현금백만원그리고출장지이동간의교통비.숙식비를수령하여그돈뭉치를신문지에곱게말아서꼭쥐고서가양동에있는공장에서택시를타고가회동집으로향하였다.

당시회사에는소형픽업화물차두어대와회사업무용차량이몇대있었지만,나같은쫄병은높은양반들출타시에나시간이맞으면간간히얻어탈정도였고,화물차외에는감히가까이할수없는그런입장이었기에불가분택시를이용했던것이다.


집이점점가까워오며나는흥분하기시작했다.사실은아내와함께동반하여전국일주(?)를하기로계획이서있었던것이다.요즘같으면돈을주고하래도그리할수없지만,필요한원석(광물)을구하기위해경기도,경남북,전라남도,충청남도를열흘만에돌아야하는강행군이었지만사랑하는아내와함께한다는생각에신이났으며,출장(여행)준비를끝내고나를기다릴아내생각에황홀조차하였던것이었다.


그런황홀감에빠져있는가운데택시는가회동우리집골목앞에정차하였고,나는황급히택시에내려집으로달려들어갔다.대문을열고발걸음도가볍게들어서자마자아내에게출장준비다되었느냐고물었고아내는준비완료라는대답을하며당장이라도출발할수있다기에,잠시시원한보리차나한잔달라고한뒤생각을해보니손이허전한것이었다.

아풀싸~!아풀싸~!계약금과출장비를모조리택시에두고내린것이었다.하늘이노래지고땅이꺼지는그참담함을…..급히되돌아총알처럼뛰어나갔지만택시가나를기다려줄리가만무하였다.


우리회사의주거래은행은지금은없어졌지만,남대문을중심으로대각선으로지하도모퉁이에그랜드호텔이라고있었다.그옆건물이구서울시경건물이었고,그랜드호텔1층에역시지금은다른은행과통합한한일은행남대문지점이있었다.그런다급한와중에망연자실하지않고나는수표라도찾겠다는일념으로거래은행으로달려갔던것이다.


지금이야온라인네텔레뱅킹입네하지만,그때는웬만큼큰액수의수표는분실을염려하여수표번호를따로적어서다니고했지만,나자신이그정도의치밀함을가지고있지는않았다.다만어차피공금분실로출장을당장갈수없음을상사에게보고하였고상사는큰금액이니만큼경리부서에서수표를발행해올적의어떤근거가있을것이라는생각에경리부서와긴밀한협조를해본결과수표발행의일련번호를은행에조회하여알려주셨던것이다.


거시기빠지게헐레벌떡은행으로달려가전후사정을얘기해보니하늘이도왔는지아직추심은돌아오지않았던것이다.다행히은행측은그시각이후추심이돌아오더라도지급정지를시켜줄터이니일간지2개에분실공고를낸광고를오려서가져오라는것이었다.아울러은행에서는3개월간의시간이지난후얼마간의공탁을건후수표건에대해서는찾을수있다는제도를알려주었다.하여조선일보와동아일보에광고를냈고,내친김에당시의TBC송해씨가방송하던유실물찾기방송까지방송을하였던것이다.


대중교통수단을이용하거나차량을타고다닐때송해씨가방송하는그방송을자주들었고,그때마다속으로"저런병신들도있구나!저런정신상태로세상을어찌살아갈거나?"하는생각을여러차례가졌던것인데,내가그병신이되는순간이었으니이어찌황당한얘기가아닐수있겠는가.이얘기가세상을살아가는모든이들에게어떤교훈(?)을주는지는각자알라서생각하시기를……


황당사건의뒷얘기.

하루를그렇게소비하고파김치가되어돌아오니아버지로부터젊은놈이정신머리를어떻게쓰기에그런사건을일으키느냐며디지게욕을먹고,전직한지얼마되지않는회사에중차대한피해를줄수는없는것이니최선의방법을연구하자시며,결혼식을위해한푼두푼모으든예금다인출하고,적금깨고이런저런나름의개인재산을모으니2백만원이조금모자란다.아버지는어디서구해오셨는지나머지금액을채워주셨고,다음날오후에회사에보고를하고아내와함께출장을다녀왔던것이다.솔직히달콤한상상따윈전혀없는채무거운마음으로….


출장복명을하고한달쯤시간이흘렀다.열심히근무를하고있는데,다른부서의직원이나를찾는전화라며’오계장!전화받어~!!’란다.전화를받고보니신도림동某주유소라며자신들의단골택시운전사에게서밀린유류대금으로수표를받았는데,분실신고된수표라며지급거절을하며나의전화번호를알려주었다는것이다.그길로상사에게보고를드리고그주유소로달려갔고마침그운전사의집을안다는주유소사장과함께그의집을찾아갔다.그날은그가비번이라동료몇몇이고스톱인지화투놀이를하고있었다.


조용히몇마디나누며현금은굳이찾을생각이없다.그런즉나머지수표라도돌려주면이사건을마무리짓겠다며돌려달라고했으나,자신은다른수표는모르고차량청소를하다가그수표한장을발견하고여태까지보관하고있다가시용한것이라며완강하게버티는것이었다.어쩌겠는가.그의앞뒤진술이맞지도않을뿐더러그의표정이거짓말을한다는게뚜렷했기에일단남부경찰서에그를유실물을습득하고도신고하지않고사용한(죄명을모르겠다)죄목을걸어고소를하였다.


또며칠뒤남부서에서출두하라는호출명령을접하고그곳으로달려가보니그양반이포승에묵인채담당형사앞에앉아있는데,이런저런조서를꾸미면서대갈빡이고뺨이고마구내지르기에피해당사자인내가민망할정도였다.당시는공권력이사실좀거시기하기는했다.그렇다고요즘같이이래서도안되겠지만…..


결론을내리자면결국그양반삼촌을통하여현금오십만원만삭감해주고(어차피현금은찾지못할것이라는계산도있었고…)나머지오십만원은그냥나올수가없어담당형사에게회식이나하라며나중에주었고,일부는그사건을보다철저히다루라는압력(?)을가한당시경찰고위층에계셨던고모부에게일부드리고수표5백만원만찾으며사건을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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