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침대 두 이불 그리고….
어제는하루종일비가오더군요.12냥짜리인생은아니지만비가오면할일도없고매일가는북한산입구도못올라가기에이런저런공상을하다가주먹셈을해보니까다음달이면제결혼31주년이돌아옵니다.그것참!벌써30여년을지금의마누라와살았다니….놀랍기도대견하기도합니다.결혼후31년을보내며저희부부사이에특별히기념될만한행사(?)따위를해본기억이없습니다.결혼기념일자체도아리까리한판에정말어쩌다그날짜가기억이나면웃기는짬뽕이나더웃기는짜장면으로때우기도,그래도기분이좀나는날은갈비몇대와맥주몇잔마시고자랑스럽게이빨을쑤시는정도였죠.그기에비하면요즘양반들이야해해연연무슨기념식이다뭐다하면서요란(?)을뜹니다마는어떨땐먹고살기바쁘다보니그런것을챙길여유가없었고더이상을바라는건분에넘치는호사라고생각했던게솔직한표현입니다.3남매를낳고그렇게살아오면서티격태격닭싸움같은국지전도하고,과격한감정의격랑이일때는날이새는대로당장찢어질듯전면전으로치닫기도했습니다.그러나그런잦은혼전(混戰)을거듭하면서도우리둘사이가불공대천의원수로돌아선것이아니라오히려세파(世波)를해쳐나가는굳건한전우로승화되더라이겁니다.그러고보니이제야인생의참맛을알겠더군요.그래서앞으로얼마나더함께살지모르겠지만기회가주어진다면금혼식만큼은성대히하고싶습니다.진짜하고싶은얘기를빼놓고너무장황하게씨잘데기없는소리를했습니다.^^*

그렇게지지고볶고그것도모자라데치고삶으며31년을살아오는동안이상하게느낀것이있었습니다.TV에연속극을보면어떤장면에서부부가잠자리에들때이불을따로덮고자는장면이자주보이더군요.그래서저는‘저거새빨간거짓말이다.어떻게부부가이불을따로덮고자느냐,저럴순없는것이다.’라고생각했고혹시19세미만아이들이볼까봐의도적으로그렇게연출하는것으로굳게믿었습니다.그렇게혼전에혼전을거듭하면서도등을돌리고자본적은있어도이불을따로덮은적이없거든요.어쨌든저로서는그런장면이상상이되지않았습니다.그런대말이죠,어느날느낌이이상해서조용히둘러보니상상도안되든일이벌어지고만겁니다.언제부터인가저희부부가이불을따로덮고지내더라이겁니다.정확한기억도나지않습니다.아주오래된것같기도,한두해전같기도한정말부지불식간자연스럽게‘한침대두이불’의생활을하고있는것입니다.그때서야가끔씩TV에연속극에나오는장면이거짓이아니라는것을알게된거죠.이쯤되면우리부부사이에어떤중대한이상이생겼거나말못할사연이있는것으로생각되겠지만,전혀그런문제점들은없답니다.오히려지난날혼전을거듭하며새록새록쌓인전우애와동지애가극대화되어소위금슬이더좋아졌습니다.어떤땐‘마누라없으면어찌살꼬?’하는괜한걱정까지한다니까요.사실말로는표현않지만저는마누라를정말사랑하고있습니다.

이런얘기는어떨까요?거짓말아닙니다.큰재산은없지만모든부동산이아내의명의로되어있습니다.저를좀안다는어떤놈은이런저를두고모든재산을마누라앞으로한것은탈세를하기위해했다는군요.그런데제마누라는성실납세자로표창까지받았습니다.무슨큰교회의장로라는놈이그런아가리를놀리고있습니다.제가마누라앞으로모든재산의명의를한것은일종의보상차원이었습니다.한때마누라속을어지간히도썩인적이있었습니다.혼전과난전을벌인원인중의하나이기도했구요.정신을차리고보니사랑하는제아내를너무울렸던것입니다.그때크게후회했습니다.그리곤아내에게잘하겠다고맹세를했답니다.그맹세의일환으로제가차고있던곳간의열쇠를(모든수입)마누라의허리에채워주었습니다.비록명심보감이나동몽선습에는안나오지만옛선인들틀린말씀아니하십니다.“집안살림여자한테맡기는집치고망하는집없다.‘라는말씀말입니다.솔직히그전에는’콩나물값,시금치값,아이들학용품등등….‘을당연히주어야할생활비를짜증을내면서이호주머니저호주머니에서집히는대로방바닥에집어던지다시피동냥주듯했던것입니다.그렇다고제대로관리가되고모였던가?아니었습니다.늘뭔가모자라고빈것같았습니다.그런데곳간열쇠를아내가맡고부턴사정이확바뀌더군요.굳은땅에물고이듯자꾸고여나가고공든탑쌓듯자꾸쌓아내는겁니다.마누라에게맡기길잘했습니다.그런사정도모르고어떤개자식이엉뚱한주둥이를놀리더라이겁니다.그러나어쨌든제가마누라에대한믿음이없었다면그런것이가능했을까요?아직도자신이직접곳간열쇠를관리하시는분계시면어부인께과감히열쇠를맡겨보십시오.귀하께서는성공하는삶을사실수있습니다.

이명박-박근혜두양반피터지게싸웠습니다.날만새면금방이라도찢어지자며도장을찍을것처럼싸웠습니다.그래도여전히한지붕아래살고있습니다.비록이불을따로덮는것처럼냉랭한분위기이기는하지만언제고한이불덮을것이라는기대감을버리지않으렵니다.아니이불따위야따로덮으면어떻습니까.서로간애정만변치않는다면이불따위가무슨대수이겠습니까.매년기념식은하지못하더라도금혼식은성대히치루어야하지않겠습니까.그리고항간에소문이들립니다.살림살이를맡겨달라는곳간열쇠를달라는요청이있다는…요청이없어도곳간열쇠를맡겨야합니다.피터지게싸웠지만승자는패자의상처를보듬고어루만져주어야합니다.믿기지않겠지만곳간열쇠를맡기고난뒤훨씬행동반경도넓어지고활동하기가편했습니다.골치아픈열쇠가없으니홀가분하고아내를더신뢰하게되더라이겁니다.그에부응하여아내는곳간을더채워놓더라는것을끝으로저의집안얘기를끝낼까합니다.모든재산의명의가마누라앞으로되어있고곳간의열쇠를마누라가가졌어도마냥행복합니다.그것은마누라를진심으로믿기때문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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