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취이논재 이로지도야(婚娶而論財 夷虜之道也)
즉은,혼인을함에있어재물을논함은오랑캐의도리이니라.명심보감치가편(治家編)나오는얘깁니다.생각하고자시고할것도없이옛날도그러하지만,요즘같은21세기에도딱맞는얘깁니다.이런저런문명이깨이지않은미개국일수록혼인을돈(쩐)주고사고팝니다.소위결혼지참금또는혼수라는것이지요.남녀가만나고,저희끼리서로좋아결혼하는데지참금은무슨소용이고바리바리혼수는웬말입니까.

마누라와는76년눈발이휘날리는11월에결혼을했습지요.참썰렁한결혼식이었는데눈까지내렸으니얼마나추웠겠습니까.신혼여행을창경원으로갔습니다.11월의눈발이분분(紛紛)하는창경원의모습을대충머리에그려넣어도얼마나을씨년스럽고휑했겠습니까.몸도추웠지만,속(마음)은더추웠습니다.

집이어디서울에서먼지방이라도그러할진데,창경궁의정원인비원담장너머원서동과맞붙은가회동이저의집이었습니다.집에서도보로10여분이면돈화문(비원)에도착할수있지요.정말앞마당같은그런곳으로신혼여행(?)을갔었습니다.당시창경원이특별했던것은그곳에동물원이있었다는것을다들기억하실겝니다.지금도또렷이기억되는것은동물구경을하다가‘버팔로’기숙사(?)에서(왜하필이면버팔로앞에서그랬는지모르지만….)마누라의손을꼭잡고다짐을해주었습니다.“영숙아!미안하다.언제가될지는모르지만내가비행기질리도록태워줄게….”라고.약20년후,그때부터‘창경궁버팔로기숙사앞’의그약속을저는충실히지켰고,마누라에게세계20여개국을여권이너덜거릴정도로비행기를태워주었습니다.

돌이켜보면,어쨌든한여인을사랑했습니다.그녀를놓치고싶지않았습니다.그런속에서서둔결혼이었기때문에무엇하나제대로바라고원할수있는처지가아니었습니다.보통의결혼식은혼수도오가고예식비용을신랑신부서로가안분(安分)해서치루지만,저희결혼식은그런게생략되었습니다.처가로부터제가받은것은양말한짝은커녕,보다못한처고모님께서뚜껑달린스텐요강하나였고,(이놈이항상보물처럼이삿짐에매달려다녔는데요즘은안보임)모든비용은많거나적거나제집에서부담한,정말마누라가너무좋아부모님을졸라서치루는그런결혼식을올렸습니다.

사실결혼을승낙하는조건으로연애를하도록허락한처가의입장이지만,제가결혼을서둘자형편이좀나아지면할것을종용했습니다마는저는그리할수가없었던것입니다.당연히많지는않더라도시집보내는딸에게얼마간의혼수라도해주고픈부모님의마음아니겠습니까?그러나보아하니형편은쉽게풀릴것같지않았고,그따위혼수에혹할정도로마음이여유롭지못했던저는비참할정도의썰렁한결혼식을쫓기듯그렇게서둘러했던것입니다.왜냐?마누라를너무사랑했거든요.

당시결혼을서둘렀을때처가의떨떠름한표정에제가설득한말씀의요지는“저희둘이숟가락하나부터시작해서한가정을일구어보겠습니다.”였습니다.설령당시장인장모님께서억만금을가진재벌이시더라도저는그랬을것입니다.결혼은좋아하는남녀둘이하는것인데그가운데재물의있고없고가왜꼽사리끼느냐이겁니다.그래서혼취이논재이로지도야(婚娶而論財夷虜之道也)라는문구를어떤책을읽다가발견하고이미지난일들이지만,이미사여구(?)는나의후손에게길이남겨도좋을그런명문으로삼기로했습니다.그렇게결혼하고3남매를낳고금년들어34년째살아가고있습니다.

첫딸을시집보낼때그랬습니다.혼취이논재이로지도야(婚娶而論財夷虜之道也)라는문자를써가며사돈댁과처음부터합의를보았습니다.혼수니그런것하지말고차라리그돈으로아이들전세집얻는데보태자고강력히주장했습니다.처음떨떠름해하셨지만사돈댁양주분께서저의주장을받아들이셨습니다.혹시라도혼수가적어서제아내를타박할사위도아니지만혹시라도그랬다간디지게패버릴생각이었습니다.^^*

오늘도또며느리될아이의얘기를좀해야겠습니다.날이갈수록더사랑스런예비며느리될아이가(이하며늘아이)그제세배를하러왔더군요.세배를받고이런저런덕담을해주는과정에서그랬습니다.“숙영아!(이름도예쁘지요?^^,저는이아이가시집을와도손자나손녀를낳기전까지이름을부를계획입니다.아니면합의하에끝까지그렇게하던지….)내말잘들어라!절대이시아비의말에오해나자존심상해서는안되느니라!”하고,연이어“혼취이논재이로지도야(婚娶而論財夷虜之道也)라는문자가있느니라!”라는,운을뗀뒤그문자에대한뜻풀이를해주었습니다.

제아들놈이처음며늘아이를집으로데려와‘여친’이라며소개했을때저는마치제가장가가는것처럼첫눈에쏙들었습니다.그리고몇차례인가더집으로놀러왔을때하루는붙들어앉히고,‘너희들결혼하라!’고했더니,그아이는반색을하며그렇게하겠다고하는데오히려아들놈이시큰둥해하는것이었습니다.그리고그아이가돌아간다음‘남녀의일이란게어떻게될지모르는데아버지가왜나서서그러시냐는둥그리고무슨결혼얘기를하시느냐는둥’디립다제아비를면박을주는것이었습니다.‘이새끼야!니가걔보다난게뭐있어?그만하면됐지,그러고그아이가적극적일때,니놈이대쉬해야지개뿔이나배짱내밀걸밀어야될거아냐!?’라는식으로놈과설전을벌이기도했던것입니다.

그런데어느날아들녀석입에서결혼을하겠다고실토(?)를하고,후부터저희어미와결혼에대한얘기를주고받을때얼핏들어보니막상결혼이가까워지자며늘아이가혼수나기타의것에대해고민을하는것같은인상을받았습니다.그래서며늘아이에게이얘기만은꼭해주고싶었고,그기회를잡아그제“혼취이논재이로지도야(婚娶而論財夷虜之道也)”라는문자를이야기해주었던것입니다.

사실며늘아이는어머니가안계십니다.그러니까장래저의바깥사돈은홀아비십니다.며늘아이의어머니는10여년전유방암을앓으셨고수술이잘되어아무불편없이지내셨는데,2년전재발을하였답니다.그리고투병을하시다가약반년전세상을떠셨다는것입니다.

먼저가신양반의병구완때문에가세가많이기울었던모양입니다.원래바깥사돈의직업은‘개인택시’를하셨답니다.외딸은늘해외로비행을다녀야하고병구완은바깥사돈되실양반이하셨는데,결국생활의기반이되는택시도그때처분하고,안사돈이돌아가신뒤생업전선으로다시돌아오자효녀인며늘아이가제가모아둔결혼자금의거의를아버지의‘개인택시’재구입에사용했다는것입니다.긴얘기는사정상더옮기지않겠습니다.

그얘기를듣고감동안먹으면사람도아닙니다.설령그렇지않더라도혼수니뭐니하는것을말릴참이었는데,그런애틋한사연을듣고어찌가만히있을수있겠습니까?그래서“혼취이논재이로지도야(婚娶而論財夷虜之道也)”라는문자의뜻을설명해주며지난날저와제아내의사연과큰딸아이시집갈때의사연을곁들여이야기해주며한마디덧붙였습니다.“숙영아!너,네통장에얼마나남아있는지모르겠다만,시집오기전그거고스란히아버님께드리고와야하느니라!그리고입던옷만싸들고들어오너라!알겠느냐?”라고……

덧붙임,

아래층을올봄에다시신방을꾸밀수있도록‘리모델링’할참입니다.그리고딱1년만며느리를데리고살계획입니다.며느리와함께생활하기에는제가너무불편을느낍니다.제가한여름에는집안에서웃통벗고지내기를즐기거든요.^^뿐만아니라,아무리딸같이하겠다고는하지만,시아비로서의최소한의체통은지켜야하는그런요식행위가싫습니다.그리고위에표현한모든얘기들은제혼자결정한게아니라아내와함께머리를맞대고짜낸이야기임을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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