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더도 말고 딱 2cm……(2부)
대충한달전,이반장형님은내게땅콩을좀심어보라며넉넉하게씨앗을건네준다.당연히감사하게받아서그날로정성을다해밭을갈고종두득두(種豆得豆:콩심은데콩난다.)의심정으로땅콩파종을마쳤고,그리곤얼마동안그사실에대해잊어버리고있었는데,수일전다른작물을모종및파종하기위해밭으로나간김에땅콩밭(?)을살피러갔다가나는그만경악을하고말았다.

땅콩심은자리가기총소사를맞은듯완전히초토화가됐다.이모습에나는분노로치를떨었고눈이뒤집혔다.

땅콩파종한자리가모조리파헤쳐진것이다.아주정확하게영점사격을한듯목표물이피격(?)당한것이다.도대체무엇이?누가?경악스런가운데냉정을찾아사건의전말에대해유추해보았다.며칠전부터마당에서밭쪽을내려다보면명종이가땅콩밭은물론이려니와그일대에서한가롭게노니는모습을목격했었는데,이제생각해보니놈의짓이틀림없다.놈이야말로100%확신범이다.찰나적으로나는명종이에대한분노가극에달하고말았다.

마침그순간에도명종이는범행현장에서저만치떨어져유유자적하는모습이보인다.눈이뒤집히며더이상은내게우정이나이성따윈없다.아무거나집히는대로던지고내려치며놈의뒤를쫓기시작했고놈은필사적으로달아나는것이었다.그러나초로의체력으로놈을어찌하긴애당초불가한짓이었고놈은멀리멀리달아나고말았다.나의분노는잦아들지않았지만어찌할방법이없었다.그리고분을삭이며고심한끝에생각해낸것이위의‘보리밀’님의복음을실행에옮기기로단단히각오를다졌던것이다.

의자를준비했지만그후로명종이는나타나지않았다.지금도의자는혹시라도놈이나타날것에대비해준비중이다.원내가명종이잠자리터.

그날은초야에잠시눈썹같은달이보이는가했지만이내달도없는캄캄한밤이었다.달없는산골의밤은적막하기이를데없고무섭기조차하다.그러나어쩌랴.놈을향한나의분노는적막함을느끼는것조차도사치였고무섭기는커녕적개심으로불타올랐다.시각은자시(子時)쯤으로기억된다.놈이잠들은횃대로살금살금다가가‘보리밀’님의복음대로놈에게강렬한후라쉬불빛세례를가했다.과연놈은구구~거리기만한뿐움직일기미가없다.

놈을포획하기위해등장한후라쉬와노끈이다.그러나한번도제역할을하지못했다.

나의한쪽손(오른손)은후라쉬를들어놈을비추고왼손은놈을포획하기위해조용히뻗혀졌다.아!그런데…아!아풀싸!이런!….명종이의날개깃은손가락끝으로만져지고느낌이오는데더이상은놈을어찌하지못하겠다.손가락으로야놈을포획할수는없지않은가?아무리까치발을해도결과는마찬가지로놈의깃털만만져진다.더이상은그런상태로대치할수없어점프를해보았지만놈은절체절명의외마디를지르며깊고캄캄한밤의허공속으로사라져버리는것이었다.찰나적으로나는아!아버지!어머니!더도말고2cm만더크게낳아주시지않고서요!!!!칠흙같이어두웠던그날밤,이루저가키작음을한탄했던,,,그래서더도말고딱2cm만더자라기를바랬던것이다.

명종이와사투를벌인다는소식을들으신사부인께서는명종이를잡는특효약은….사료에은단을타먹이면닭이꼬박꼬박존다고말씀하신다.당연히그방법을시행해보았지만그역시효과는커녕명종이는더멀리도망쳐버리고말았다.

덧붙임,

명종이놈의명은질기다못해진짜고래힘줄이된듯하다.

놈은아직도건재하며또한놈의얘기는꾸준히이어질것이다.

비록지금은치를떨고있지만,그래도살아남아천수를누리기를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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