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적막강산
천등산산골짜기로온지도벌써1년이넘었다.무엇보다이곳골짜기의추위가만만치않다는것이다.위도상으론서울보다훨씬(?)남녘임에도기온은6-7도낮다.가령서울이영하10도라면이곳은영하16-7도이다.두번째맞는겨울에벌써이력이났는지영하10도정도는봄날씨같은기분이든다.하긴아름드리통나무를아끼지않고화목보일러에집어넣으면영하20도인들대수일까.

산골의아침과저녁은기차화통같은연기가솟는다.이런굴뚝의연기를볼때마다아련한옛추억이떠오른다.당시는비단우리집만그러했던것은아닐듯싶다.이런겨울굴뚝에점심때쯤연기나는집은부자다.나무가많으니불을땔수있어서그렇고밥하는연기이니그렇다.겨울나기가힘들었든것은춥기도해서이겠지만,해짧은핑게로점심을거르기때문이다.정말어쩌다점심때굴뚝에연기나는날은손님이오셨거나아니면갱시기(정확한표현은갱식(羹食)으로경상도지방에서이것저것남은음식들을함께끓여죽을만든것)를먹을수있다는증표이다."""아!언제추억의갱시기를한번끓여먹어야겠다."""

그런데비록산골짜기라고는하지만그래도60여호가모여사는곳임에도요즘같이살을에는엄동에는사람의그림자를구경하기힘들다.워낙추우니다들나처럼방콕으로여행중인게틀림없다.다만굴뚝으로피어오르는연기로인기척을느낄뿐이다.그래도그렇지이토록사람의그림자가아니보이면그야말로적막강산이다.

이곳은아직지난번내린눈이그대로이다.워낙날씨가추워녹지않는가보다.마당구석에있는그루터기는집뒤안의수십년묵은밤나무를자른것이다.이놈을자를때막걸리로달래고"어명이오!"라고외치고잘랐다.그옛날궁궐에쓰이는목재자를때그랬다지아마…???

엊그제가정월대보름날,무슨기척이있을줄알았다.가령작년정월대보름날치루지못했던척사대회(작년엔윷놀이계획이있었지만구제역때문에취소가되었다)가금년엔있을줄알았다.보통은이곳에서나의멘토되시는이반장형님이소소한것까지챙겨주는데어째연락이없다.작년엔그냥보내기아쉬워떡두말에조촐한주안상을마련하여동네선배님들을모셨고,금년에도기별만있으면얼마간찬조하겠다고마음을먹고있었건만어째연락이없다.비록소액이지만돈굳었고,그러구러보름날은휑하니지나가적막강산은그렇게며칠또흘렀다.

집뒤안에서바라본천등산에도내린눈이그대로다.

그제는무료한산골의오후를달래려커피를내리고있는데적막강산의침묵을깨고우리집강아지(진주,복실이,루루)들이자지러지게짖는다.창밖을보니건너편아우님이어른거린다.인기척이얼마나반가운지…“어서오시오!”라고반갑게맞았다.등산복차림이다.“아니!?이북풍한설에어디를다녀오시오?”,“아!예에~둘레길(임도)좀한바쿠ㅏ돌고오는길입니다.”,“아이고!저런!기왕가실거면내게기별이라도좀하고가실것을…쩌으읍!”.“날씨가워낙차서형님은아니가실줄알고…”,“에에이!그래도한번물어나보시지않고..쯔으읍!”

개울건너이PD네도원수같은이교감네도….

이런저런대화가오가다문득엊그제보름날동네행사가어찌없었는지가궁금하여물어보았다.그아우님말인즉,원래계획은마을회관에서윷놀이도하고거나해지면창가도한곡조뽑기로되어있었단다.그리고아우님의얘기는계속된다.

옆집문선생네소나무밭에도눈이그대로소복하다.

마을회관과맞붙어있는깔끔하게지어진한옥이한채있다.그곳은우리마을노인회총무님댁이다.마을회관과붙어있는관계로총무님댁네께서마을회관청소도하고관리를해오셨는데,정월대보름며칠전회관곳간의쌀한포대와소주한상자가도난을당했다는것이다.그런데아무개(아우님은누구라고얘기했지만,나로선모르는인물이다)라는사람이술이취해총무님댁에게의심의눈초리를보냈다는것이다.그리곤동네싸움이나고…적막강산에서는나름꽤큰사건이었음에도나는전혀모르고있었던사실이다.

썰을푸는동안한기가느껴져보일러실에군불을지피러나가보니밤새또눈이왔나보다.적막강산산골짜기에글자그대로설상가상(雪上加霜)이아닌설상설상(雪上雪上)이다.

그간동네에서일어났던대소사(?)를보고하듯알려주고아우님이돌아가자다시적막강산이찾아왔지만나는이고요함이좋다.책을읽다가썰을풀다가낮잠을때리다가배고프면한술뜨고…아!이자유로움이여!그래서나는적막강산이산골짝이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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