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죄짓지 맙시다!(2부)
어제썰의말미에“빚을져보니까,꼭(필히)갚아야할빚과그래도느슨한(?)빚이구분되는것이다.”라고표현하자,이곳의이웃벗’Beacon’님께서느슨한빚쟁이가들으면씅질낼것이라고하셨지만,빚이라는걸꼭갚을의지만있다면그게대수일까싶다.사실이그랬다.사업이망가지기시작하면부모형제는말할것도없고친척.지인누구에게라도달려가게되는것이고결례를범하는것이다.내가채권은행으로부터마지막부채상환통지를받은것은1998년여름이었든가그랬다.그리고친인척의빚을모조리상황할수있었던게그후로2-3년의시간이더필요했었고.이런과정이어쩌면꼭갚아야할빚의순서였는지도모른다.

김포공항의출국장에서시름에잠긴나를불러일으킨‘박과장(수인사를닦고명함을교환해보니그는이미다른회사로이직을하여’이사‘라는직함을가지고있었다)’은몇년만에만난나와인사를나누자마자“아이고!사장님요!제가얼마나찾았는지아십니꺼?”라며부산사나이특유의호쾌한목소리로얘기를이어갔다.

‘박과장’의회사는그리크지는않지만소공동해운회관에자리한일본계포워딩캄파니로서견실한업체로서어찌하다보니나와거래를하게되었고결국거액의부도를맞게되었는데,그의입장이보통딱한게아니었다.그는정말성실한청년이었다.험악한사회에나온지얼마되지않는그런청년을곤경에빠트린다면사회에대한실망이얼마나클까?솔직히부도가나내앞가림하기도어려운놈이그런마음을먹는다는게가당키나하겠는가마는그러나왠지성실한그청년만큼은구제해주고싶었다.

결론부터말하면‘박과장’의회사에직접찾아가그어떤부채보다제일먼저상환하는방법을제시하고(이곳에일일이표현할수없는…)그렇게함으로서‘박과장’이처해있던어려움을충분히보상하고그의기를살려준뒤사업체를완전히접고나는잠행을했으니그가나를찾았는지어쨌는지알길이없었던것이다.그리고세월이4-5년흐른뒤김포공항의출국장에서그를만났으니이얼마나극적인장면인가이거다.

잠시썰의가닥을다른방향으로몰아가보자.내가어째서산골일기라며그것도부제를‘죄짓지말자.’라고외쳤는지부터알려야겠다.‘박과장’과수인사를닦은후그의행선지가나와같은독일의프랑크후르트이고그역시전직한회사의제품을그박람회에출품하기위하여나와같은비행기를타게된것이라는것이다.나의입에서“아이고!박과장!내가그때박과장회사에빚을안갚고도망쳤으면박과장입장이보통난처하지않았을것이고,그런상태로공항에서박과장을만났다면멱살잡이에사기꾼에…난지금도모골이송연하네…”라는솔직한표현은독일현지에도착하여박람회현장에서한얘기였다.사실이그랬다.그가공항에서나를보자마자멱살을잡았을지는모르겠지만생각만해도진땀이송글송글맺힐부분이아닌가.그러니어찌죄를짓고도망을다니겠는가.

오늘날의나는,우리가정은너무행복하다.삼남매시집장가다보내고큰부자는아니더라도의식주가나름넉넉하여크게욕심내지않고,이나이에중국을오가며아직도보따리장사를할수있는내가우리가족이행복하다.그런데지금의이행복이전부는아니더라도‘박과장’과의재회에서비롯됐다면그래도죄를짓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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