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백기를 들다.
이번주는중국출장이있었다.이짓도이젠신물도나고꾀도난다.이젠정말그만두고초야에은둔했으면하는데…그럼에도아직가업을100%맡기기엔아이들이불안하다.금년만,금년만했던게아직까지손을못떼고있다.결국또금년만…하며마누라와다짐했고,정말나름준비작업에돌입했다.물론아이들도제법틀이잡혔고….

중국출장길에오르며가장먼저그리고소중히챙기는것이노트북이다.이게없으면출장기간동안무료함을달랠방법이없다.대체적으로중국의웬만한중소도시엔우리사람들이들어가있고따라서그곳엔우리식식당(비록재중동포들이운영하는것이지만….)이있고,다음엔우리의방송을위성을통하여볼수있기에그런대로무료함을달랠수있지만,내가자주가는도시엔우리사람이거의없고,그러한즉이도시에서는한국방송을볼수없다.

좀다른얘기지만중국의TV얘기가나왔으니…..,중국의TV들은뉴스를마친후프라임타임대에들어서면거의모든방송국들이(전국의성시방송국들을모두송출해준다.)연속극이다.물론한두군데연예나오락을방영하는곳도있지만내나라연예오락프로그램도잘보지않는데남의나라것을본다는것은어불성설이다.그런데방영하는연속극자체도천편일률적이다.고루한무협영화를포함한사극이고특히일제강점기의항일투쟁을그린연속극이태반이다.

우리도6-70년대엔독립군의활약상또는항일투쟁사같은영화들이자주등장했지만중국의그것에비하면정말조족지혈인것같다.중국사람들을일컬어‘원수는대를이어서도꼭갚는다.’라는말이있는데과연그래서일까?아직도그런류의영화나연속극이프라임탐임대에판을치는걸보면중국사람들의정신세계가어쩌면한번원수지면죽어도용서가안되는족속인가?하는생각이든다.참,누구말짝으로‘잊지는말돼용서할때가아닐까?’그건그렇고…남의나라얘기로치부하고….

이번출장길엔생각을달리했다.마침런던올림픽기간이라노트북을통해볼거리가많겠지만생각을접고책을두권넣었다.탐욕과거시기로가득찬머릿속을정화하기위해…

어쨌든그렇게여정을마치고귀국한것은지난금요일밤이다.생각같아선인천공항에내리자마자천등산자락으로바로내려오고싶었지만,공항을빠져나와(인천공항의장기주차장요금은일/8000원으로비교적저렴하여짧은해외출장땐늘이용한다.)올림픽대로에들어서자이것은거대한주차장이다.성수기를맞은휴가철에더구나기후이변으로푹푹찌는도심의가마솥폭염을피해보고자남부여대피난보따리챙기듯하여산과들로바다로또계곡을향하여나선탓일게다.

‘아!안되겠다.’이러다간밤새달려야천등산자락에도착할것같아서울집에서하루밤유숙하기로작정하고애마를서울집으로몰았다.며칠간꼭꼭걸어잠근서울집은그야말로찜통이고한증막이다.에어컨에선풍기를동시에틀고잠이들었는가?밤새켠냉방기로어슬어슬한냉기에잠을깨어보니새벽3시다.그길로곤하게잠든마누라를깨워천등산으로내려온것까지는좋았다.새벽공기를마시고천등산자락에도착해보니역시천등산의청량감은변하지않았으면오히려그청량함이약간의한기를느낄정도로신선했다.

사돈내외분께서휴가중이시라지???오랜만에하루저녁이라도주무시고토종닭이라도한마리고아드려야지….전화를드리자사돈께선이미계획이서계시다.그계획에나의조그만계획을덧붙이고자설명을드리는데갑자기마누라가나선다.(차마이곳에발설하지못할어떤일로…)

순간적이다.돌이켜생각해보면정말아무것도아닌일이었는데…사돈어른과통화중임에도불같이화가난다.가끔은나의기복심한이런감정변화때문에마누라는‘늙거든보자!’며어금니를깨무는것을목격한것이한두번이아닌데…또실수를했다.

사실실수를했으면그자체를인정하고다소곳하면싸움이확전되거나상흔이그리커진않다.그런데그놈의아무짝에도필요없는‘자존’이라는놈이슬금슬금고개를내미는것을주체하지못한다.자연마누라의꼴도보기싫다.언제나마누라와대판하고나면어디론지가고싶어진다.

주섬주섬가방을챙겨‘나며칠어디가서쉬었다올게…’큰소리를치며나온게어언몇차례든가?그럴때마다마누라는절대나를잡지않는다.좀잡는시늉이라도했으면좋겠는데….늘그랬다.야속한여편네같으니라고….-.-;;;ㅠㅠ….

아냐!이번엔정말어디가서며칠푹처박혀있으며마누라를약올리고놀래줘야지!그래!중국으로다시나가자!출장기간동안칭따오의김사장에게전화를했더니요즘은그곳도날씨가뜨거워골프도못친다며대신좋은게(무엇인지모르지만…)있다며꼭오라든말이귓가로쟁쟁하다.그런데아차!여권을서울집에두고온게생각난다.일단서울집으로가자!애마를채찍질하며서울향해달려가다가금방후회가온다.꼭이렇게해야하나…???감곡IC에도달하자마음이변한다.‘참,밸도없는놈!’하며자조를해본다.

아냐!기왕칼을뺏으면썩은무라도잘라야대장부지!고향상주초등학교동창에게전화를한다.마침그녀도휴가중이라아들며느리가족들과고향집에와있단다.‘야!나마누라랑싸우고집나왔는데…갈데가없다!’친절하게도그곳으로오란다.그러나전화를끊고생각해보니‘남녀가유별한데…아무리늙었기로…???’금방후회가된다.

어딜가지?어딜가지?아!그래!문경에있는사촌에게가보자!그래!결정했어!애마를그쪽으로몬다.충주를지나괴산을통과하고연풍이가까워오자이내또갈등이온다.도착해서뭐라고하지?더구나마누라도안데리고나홀로..마누라랑싸우고나왔다고해??아니야!

문경읍내에서는갈림길이있다.길자체가갈림길이아니라수년전문경의한적한골짜기에사둔땅뙈기가좀있다.원래는그곳에전원주택을지으려했지만,서울과너무거리가멀다며투정하는마누라때문에그곳을방치한채지금의이곳천등산자락에자리를잡은것이다.일년을넘게그곳에가보지않았으니그동안그땅이잘있나?좋은구실이고핑계가생긴것이다.두번생각할필요없이그갈림길에서그곳으로애마를몰았다.

하늘은푸르고대지또한녹음이짙지만내마음갈곳을잃어…

간밤제대로수면도취하지못하고새벽을달려왔다가마누라와대판끝에집을나서서방황을했으니피로가몰려온다.한적한동구나무밑그늘에애마를세우고잠이들었는가싶었는데깨어보니세시간을족히잤다.그제야방초만우거진나의땅을살핀뒤망설임도없이단양선암계곡으로애마를몬다.갈데가없다!갈데가없어!어디로가지!?아~!안되겠다.집으로가자!집으로….

돌보지않았더니누군가군데군데농사를짓고있다.농기계도가져다놓고…

마누라의표정은어제도그랬다.뻑하면짐싸는지아비의버릇에어떤특별한노하우가생긴것일까?나갈때헛소리라도절대잡지않는대신들어오면씨~익아니픽!한번웃는것으로종전을선언하는것이다.난언제나그런식으로백기를들고마는팔푼이고…그래!가정의평화와가족의행복을위해오늘도팔푼이가되자!!!나오늘도백기들었음을만방에선포하노라!!!

문자그대로배산임수의땅으로이만한땅찾기도드문데…땅을팔려고하니임자가없다.계곡엔아무리갈수기라도물이넉넉하다.피서객들이모여노는모습에나도참계곡물에몸을담그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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