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밤(栗)도둑들.

요즘이곳천등산자락은정말조용하다.일년농사를마무리짓고벌써월동준비를하는집도있다.굳이그집을가보지않아도겨울동안땔화목을자르는전기톱소리가요란하게천등산골짜기에메아리치는것으로도충분히알수있다.이따금들려오는찢어질듯한전기톱의굉음을빼면차라리적막강산이다.오히려적막한이런산골의모습이정말좋고행복하다.

그런데좀아쉬운것은,살고있는집에서얼마떨어지지않은곳에또다른약간의토지가있고,그곳에는정말씨알이굵고맛나는큰밤나무가있는데,지난주쌍둥이손녀들의돌잔치때문에상경을하여잠시비운사이에어떤놈이문자그대로‘홀랑’다털어가버렸다.사실은작년에도그런경우를당하여금년엔꼭수확하리라고다짐을했었는데…너무황당하여화가난다.

온통허물어트리고,,,개판을만들었다.

어떤놈짓일까?나름마음속으로수사선상에올려놓고범인(?)을물색해보았지만오리무중이다.그리고수사선상에올랐던인물들을다시한번생각해보니절대그럴사람들이아니다.그러면도대체누가??마침개울건너이반장이지나간다.다짜고짜그의차를세우고“아!형님!저위우리밤나무어떤개xx가홀라당털어갔던데…혹시모르셔!?,어떤놈이그랬을까?서너말은나올텐데…”,“에에이~!동네사람은그런짓할사람없어!밤이지천으로널려따먹지도않는데…모르긴몰라도그짓할놈들은등산객일거여”

마시고버린광천수병이몇개널려있는것을보고마누라는동네사람짓이아니라는걸금방알더라.동네사람중에광천수사마실사람이어딨냐고…마누라의수사능력이탁월한대목이다.

아차!그러고보니집히는데가있다.일요일새벽서울집을출발하여천등산자락에도착하니이런저런잔일들이널려있다.대충마치고나니10시경.좀피곤하다.낮잠을잠시잔것같은데1식경이다.마침거실창밖으로울긋불긋등산복차림의사내들너댓명이요란스레지껄이며지나가는데배낭이실하게불룩하다.뭐,무심코봤으니그저그냥등산객이려니…그리고늦은점심을먹고아끼고아끼든밤이나따러가볼까?그런데아뿔사!밤나무밑이초토화가됐던것이다.이게오늘사건의전말이다.

아까운내밤…..사실위쪽으로더많은밤털어간자리가있지만너무캄캄해잘안찍혔다.

비단이런일만아니다.지난봄,이반장이자기네두릅을누군가다따갔다며노발대발하던걸보았는데(하긴나도당시우리집두릅을,잠시서울에온사이우리집공사하는친구들이모조리따갔지만..),어떤철만되면그런피해(?)가속출하는모양이다.이른바등산객을가장한서리꾼들.어떨땐마을앞주차장에대형버스를세워놓고등산객들이올라온다.동리사람들얘기로는고사리꺾으러단체로왔다는것이다.마을사람들이굳이그런것에연연하지않고채취않으니그거야어쩔수없다지만,남의울안에있는밤나무에기어들어몽땅털어가는건정말화가난다.

큰밤나무가두그루있다.사진상왼쪽의것은산밤종류인지그리크지않고,오른쪽의큰밤이도둑맞은밤이다.샅샅히뒤지니몇알나왔다.그런데왼쪽의산밤은전혀건드리지않았다.떨어진밤이많지만알이그리굵지않아수확을포기했다.사실저정도의밤은이일대에지천으로널려있다.

그래도이정도는나은편이란다.고추말리려고널어놓고집을비우면1년농사지은고추를몽땅털어달아나는등농산물도둑이극성을부리는계절이라는것이다.나야전문적으로농사를짓는것은아니라그런피해는없지만,내집울안의밤도둑맞은것만으로도그들의심정을십분이해하고남는다.

겨우알밤몇톨줍고김장용배추밭에가보니제법자랐다.포기수로는약300포기심었는데….200포기정도야안나오겠는가?그정도면올겨울김장은충분할것같다.설마배추야안뽑아가겠지…????

등산객여러분!아니등산객을가장한도둑놈여러분!!!자꾸고따우짓하다간당신들마누라도둑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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