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산골 살이(1부)
갑자기마을회관쪽에서천등산창공을찢을듯한음악이흐른다.마을이장님(이장님은사실나보다6-7세아래다.그렇지만난꼬박꼬박그에게‘님’자를붙인다.마을을위해보다열심히일좀해주십사하는권위살리기다.그가이장직에서물러날때까지이렇게할것이다.)의공지사항이있을모양이다.몇곡의신나는디스코와발라드풍의음악이흐른후예의“마을주민께알립니다.”로시작되는이장님의공지사항이시작된다.

늘그렇지만아쉽게도이장님의공지사항은우리집에서는제대로들리지않고천등산주봉을향하여‘웅웅’거리며날아가버린다.마을회관과우리집방향의각이맞지않기때문이다.방향을잡고좀더집중하여귀를기우리면되겠지만마침그시간에나는추석맞이제초작업에몰두하고있었고예초기의굉음때문이라도공지사항을들을수가없었다.제초작업은거의점심때가되어서야끝이났다.

샤워를한후맥주한캔을따마시며이장님께전화를건다.내용인즉추석을맞아마을입구와주변의제초작업을하기위한동원령이었다.그런데아침일찍부터모든마을분들이서둘러작업을마치고지금은마을회관에서식사를하려고하니빨리내려오라는것이다.아이고!참으로황공한말씀이다.마을분(거의가70대후반)들모두가애써일하시는데참석도안한젊은놈이점심씩이나….

당연히거절을했지만,잠시후이장님과노인회장님께서도빨리내려오라는전화를주신다.“‘부작(不作)이면불식(不食)’이라,일을하지않았는데어찌먹을수있으리오.”라며안된다고완강히거절을하고오히려점심은커녕반나절일당5만원을마을에벌금(?)을물겠다고했다.(물론아직납부는않았지만다음모임이있으면그때납부할것이다.)

이장님은그게무슨소리냐며손사래를쳤지만나름마을에어떤지표를만들고싶은것이다.특히우리마을은외지인이과반을넘는관계로그들의자발적협조가필요한마을이기때문이다.물론강제성은없지만마을을위한이장님의동원령이있을땐아주특별한사유가없는한모두참석을하자는것이다.돈이아까우면몸으로때울것이고.

60여가구가있는이곳천등산자락산골의넓이는웬만한대단지아파트넓이만큼이거나보다훨씬넓을것이다.옆집에누가사는지?아래층또는위층과소음으로인한시비로안면을터지만어쩌다승강기안에서마주치면덜풀린뿔따구때문에고개를틀고외면을해야하는팍팍한도시생활보다산골에서산다는것은정으로살아야한다.좀더시간이지나면시쳇말로뻥팔이네집숟가락,전이장네젓가락,저건너혼자사신다는할머니댁강아지가몇마리인지알게될것이다.

산골일기를쓴다며늘얘기하지만,나자신이다가가자는것이다.내가그렇게하지않는한산골의그들은결코먼저손을내밀지않기때문이다.거듭얘기하지만평온한살골생활을하려면나를숙이고먼저다가가자는것이다.하긴이렇게산다는게꼭산골만이겠는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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