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가을하늘 공활한데…(1부)
어릴적운동회나소풍에대한추억이별로좋지않다.다른아이들은부모나할아버지할머니손을잡고운동회도참석하고소풍도가지만,우리(형제자매모두)집은그런것들과는거리가멀었다.초등학교4년때다.가을소풍이었다.사실소풍이라고는하지만내겐특별한게아무것도없었다.남들다싸오는김밥도아닌시커먼보리밥에고추장에박아서짜디짠무짠지채,그게전부였다.하긴얼마전에올렸던‘눈물의옥수수’편할머니눈치가보여서도엄마는내소풍도시락을더이상어떻게할수가없었을것이다.

소풍가기며칠전집에서기르든암소한마리를팔았다.나는그것을기억했다.“아버지!쥬스사먹게50환(화폐개혁전이다)만주세요!”우리아버지요지부동이시다.“이놈아!돈이어디있어!?”,“아버지!며칠전에소팔았잖아요!”어린내가당돌하기도했겠지만,아버지는기가막히셨을것이다.아들놈소풍가는데보태라고소를팔진않았을터.“야!이놈아!쓸데없는소리말고빨리학교나가!”,“나학교안갈래요!”소풍날인데시커먼꽁보리밥만가지고갈수는없다.사실매년봄가을그러했지만내가그날그렇게라도버틸수있었던것은집에소판돈이있었다는사실을알기때문이다.

그런데내가말을잘못했다.그렇잖아도나의실수를기다리셨을지도모를아버지는“나학교안갈래요!”라는발언에,아들놈의생떼로궁지에몰리셨던아버지에게반전의기회가되셨는가보다.“뭐,학교를안가!?저런망할놈의새끼가..오냐!학교가지마라!”그리곤시커먼꽁보리밥도시락을패대기를치시며지게작대기를찾는다.아버지의그런모습을보고소풍이고뭣이고36계줄행랑을치기시작하는데,그순간에도아버지는낫이랑망태기를챙겨드시고나를쫓는다.

도망을가면서가만히생각해본즉내가워낙큰실수를했고잡히면낫으로나를찍어서망태기담아갈지도모른다는두려움이앞서무조건죽어라튄다.(여기서보다사실적표현을하기위해..벗님‘좋은날(전선생님)’사모님이동네후배이며초등학교7년후배다.그분이아실만한지명을밝히려한다.)처음엔지풍골(확실히모르겠다.)쪽으로튀다가계곡을건너다시안양골로튀었다.나는아버지의낫에죽을지도모른다는두려움에진짜사력을다해튀면서‘아버지가저러시다말겠지…’했는데그게아니었다.(주:지풍골과안양골은방과후소몰이를하던곳이다.)

사실아버지는백면서생이셨다.한학을공부하셨고근동에선알아주는실력이셨지만신학의배움은그리깊지않으셨다.그래도일정시대엔대한민국최초의변호사정某변호사님의사무장으로계시다가서울지방법원말단서기로근무하시는과정에서625를만나낙향을하셨던것인데…무척약골이셨다.그럼에도7남매를두셨으니….농사는거의할아버지가지으셨다.그러나어쨌든내가초등4년이고아버지는서른에나를낳으셨으니그사달이난즈음의아버지연세는마흔하나이셨을것이다.

초등학교4년짜리아들놈과백면서생약골의장년아버지의경주는일방적일것같지만점점숨이턱에차오르며나의체력은고갈이되어갔고안양골중턱에서나는그만약골의아버지께붙잡히고말았다.잡히면서도울아부지정말독하시다는걸그때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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