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산불조심을 기다리다.(1부)
때가그럴때다.산불조심할때말이다.매년이맘때전국의산하에서크고작은산불로인해516혁명이후반세기이상을울창하게조성한숲들이얼마나많이망가지고있는가.그럴때마다방화든실화든범인을꼭잡아엄중히다스렸으면하는생각이든다.십수년전강원도고성양양산불의삼림피해는가히상상을초월할만큼컸었고약10년전또일어났던양양의산불은고찰낙산사를태워먹기까지한것이다.그렇게불조심을입에달고살아도꼭이맘때는그냥지나는법없이산불이난다.대체적으로산불의원인은농사철이시작될이즈음병충해예방을위한논.밭둑태우기에서일어나는것으로집계되고있다.그래서각지방정부마다이때쯤‘산불감시요원’을각지방의농촌과삼림에파견하여관리감독하고있는것이다.

자세한기억은없지만우리마을에도이달초부터산불감시원의차량이‘산불조심’이라는빨간삼각기를휘날리며다니고있다.사실나는이산불감시원을오래전부터기다려왔다.

그러니까오늘썰의제목인‘산불조심을기다리다’는산불조심을기다린게아니고감시원을기다린것이다.내가‘산불감시원’을기다린이유는지난1월중순경블로그에올린‘산골일기:이웃에대한갈등’때문이다.이웃인J가멀쩡한마을뒷산의나무들을화목으로쓴다며마구잡이로벌목하는광경을목도하고울분에찬나머지그의옳지않은범법행위(?)를마을의공론으로삼아국법은안될지몰라도향약(鄕約)이나마그에게징계를내리려는나의다짐을한썰을풀었기때문이었다.

그썰을푸는사이잠시그쳤던J의벌목행태는며칠더계속되었다.“도저히안되겠어!저시키저거정말고발해야돼!”나의단호한다짐과함께단양산림조합전화번호를114를통해알아내자옆에서지켜보던마누라는펄쩍뛰며‘제발!자기가그러지는말라’며사정아닌통사정을한다.이주한지얼마되지않는데누구를고발했다는소문이나기라도한다면우리를어떻게보겠느냐는…뒷날의소문이두렵다는마누라의걱정스런제지다.

그런데사실그전화번호를입수하고도차마바로전화를하지못한것은마누라의제지라기보다는불의에눈을감아버린내비겁하고도바르지못한양심때문이다.그렇지않았다면마누라아니라김포방화동에살아계시는장모님이말리셔도했어야했던것이다.결국고발도못하면서J의벌목하는엔진톱소리가천등산골짜기를울릴때안절부절거시기마려운강아지처럼단양군산림조합전화번호만만지작거리며속만태웠던것이다.

그리고며칠이흘러마을회관에식사하러갔을때다.누가원하지도않겠지만,식사를하러가면서마음속으로다짐을했다.“내오늘은J문제를마을공론화시켜야지…”마을회관에서점심을마치고커피한잔이돌아오고막J문제를끄집어내려는순간마을회관의현관문이스르르열리며J가들어오는것을보고나는그만기겁을하고말았던것이다.즉나의비겁한양심은그자리에얼어붙어버렸던것이다.결국야무지게먹었던결심을결행해보지도못하고그만익은벼처럼고개를숙이고범행을모의하다발각된죄인이되어그자리를급히빠져나오고말았던것이다.

죄인아닌죄인이되어도망치듯집으로돌아오며내자신이한없이부끄럽고,짜증이나고,화가났던것이다.심지어남아도는짜증과화를애꿎은마누라에게나눠주기까지했었던것이다.그리고‘저놈에게꼭복수(나로서는정당한…)를해야겠는데….’하며골똘히생각해낸것이다바로‘산불감시요원’이었으며그렇게마치구세주를기다리듯‘산불감시요원’이파견되는날만손꼽아기다렸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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