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인명재천과 행복한 고민.(끝)

마을분들과가끔막걸리한두잔을나누긴하지만,다른술은입에안댄다.오로지이포도주를하루저녁꼭두잔을마실뿐이다.혹시초대를받아가도양해를구하고내가마실것을페트병에넣어간다.알콜중독치료를받아야하나?그러나생각해보면이런행복도없이또무슨재미로….????

그런데잠시후전화기가울린다.며느리숙영이다.‘왜?뭘잊었냐?’,‘네,아버님!저~…’,말을잇지않는다.‘왜그래!?무슨일인데..?’,‘저~..검진소견서뒤에별첨으로뭔가몇장더붙었네요.’,‘그래?그럼그것도마저읽어라’….대장은특별한징후가없음,간에8mm의용종,만성위염(위절제후상태),담낭결석,콩팥슬러지,고혈압,고지혈,비만,심각할정도는아니지만약간의당뇨무슨얘긴지모르지만(잊어먹었다.),상복부에통증이오면급히병원으로달려가라는…아픈데병원안달려갈일도없겠지만아무튼별첨의검진소견을며느리로부터전해듣는순간솔직히기분이그다지좋지않다.그러면서며느리는한마디더보탠다.우선제일급한건술과담배를끊으란다.

‘제일급한거?술.담배끊으라는얘기는돌팔이의사도할수있는얘기고….알았다.’그렇게전화를끊고가만히생각해보니,찜찜한부분이있다.이미밝혔지만담배는위암수술받던날수술실들어가는순간부터끊었다.그런데수술후두어달지난뒤부터술이마시고싶어안달이난것이다.그래서시작한것이독주아닌포도주였던것이다.그것도처음엔750ml한병이면석잔에나누어사흘을마실수있었다.언제부터인가…?아마도6-7년은된듯,하루에500ml은마셔야하는것이다.그런데심각한문제는,처음포도주를시작할때는9시뉴스를보고조금씩한잔을마시고잠들었는데지금은저녁식사얼마후마시는것으로습관이바뀐것이다.더심각한것은365일하루도빠지지않고심지어감기가들어도감기약먹은후에도마셔야잠이오는것이다.이거완전중독아닌가?내가알콜중독이지…?하는생각을하면서도한편으로는‘뭐,독주도아닌데…’하며자위를한다는사실이다.(분명한것은난평생을두고술마시고주사나주정을부린적은없다.취기가오르면잠을잔다.)

아주오래전연말연시음주습관에대한기사에서,매일음료수처럼하루에한캔씩마시는맥주가폭음을하고3-4일쉬는거보다더나쁜결과를가져온다는기사를보았다.포도주가아무리약해도365일하루도쉬지않았다면위와간에영향이없을리가없을것이다.

솔직히그렇게매일포도주를마시며속으로기원하기를,‘괜찮겠지…괜찮을거야…’하며마셨던것이다.그렇게기원하면서도한편으로는아무리그래도365일하루도쉬지않는다면다른덴몰라도간이나위장은문제가될텐데…하는걱정은했었다.작년인가재작년인가?내겐묻지도않고아내는보약이라며두재를수십만원어치지어왔다.아내의정성을봐서라도먹어주어야할일이지만그약을먹으려면두달간금주를해야하기때문에오늘만,오늘까지만하며몇달을버티다결국그보약은폐기처분을하고말았던것이다.

미리밝혔지만,나는정말진실로이즈음의내삶과생활이행복하다.젊은시절얼마간고생을했지만,젊어고생은사서도한다는진부한얘기가아닐지라도,그고생의흔적들이오늘날행복의기반이되었을것이다.더구나수많은위험위기가봉착했어도78살이라는확실한생명보장이있었기에어떤역경과간난에도피하거나굴하지않고과감하게헤쳐왔는데,그래서정말행복한나머지78이라는내수명의숫자가너무아쉬워좀더연장을시켜달라고무엇인가에간구(懇求)하려고했는데…그래서미루고미루었던건강검진을받아보았는데…완전히걸어다니는종합병원이되고만것이다.

함께종합검진을받은아내는전체가멀쩡하다.‘제발!술좀덜먹고운동좀해요’며느리숙영이가보내준건강검진결과를읽어본아내의얘기다.

어떡하지?하늘이정해준,빌빌거리거나골골대거나78살까지는살수있는데….술시만되면누가시키지않아도포도주와잔을꺼내는행복한나의습관,행복한나머지78살이너무아쉬워무엇인가에생명을연장해달라고할참인데…..지금의이행복을깰것인가말것인가?이것이나의행복한고민이다.어쩐다?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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