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누님! 저 토막 살인범 아닙니다.
“아!참,한가지더요!그잘드는일제톱좀꼭가지고올라오세요!”란다.기왕서울집에올라오는거….이것저것준비좀해오라며맨마지막으로아내가부탁한게‘잘드는일제톱이다.’

창업이난수성(創業易難守成)수십억짜린들무슨소용?집을돌보지않으니거의폐허다.

얼마전농자재상에갔다가주인양반의권고로전지용‘톱’하나를샀다.주인양반의설명에의하면그톱이야말로유비의쌍고검이나관운장의청룡도그리고장비의장팔사모보다더활용도가좋고유익하다며선전하기에하나사보았다.집으로가져와폐목에실험을해보니실제우리국산이나메이드인차이나는상대도안될듯정말잘썽그러진다.(썰어지다의갱상도방언)목적물에대고몇차례왕복하면큰힘들이지않고썰어지는게정말신기할정도였다.아무리일본놈들이미워도이럴땐어쩔수없이‘역시일쩨는일쩨야~!’라는짙은감탄사가절로터진다.

강열한태양아래방초만푸르르고…

나의잘나가는일제톱실험을목격한아내는서울집에정리할게많으니그것을꼭가져오라며거의명령조로얘기했던것이다.그리고덧붙이기를잊어먹을지모르니까당장차에실어두라는것이다.어느안전이라고거역하오리….아내의말대로혹시잊어먹을지모른다는두려움때문에통화를끝내고바로톱을챙겨차에실어두었다.사실서울집에약간의일이생겨아내는지난주일주일을서울집에서보냈고그기회를타제마음대로우거진정원수들을몸소정리하겠다며그런부탁을했던것이다.

옛날엔이랬는데…

그아름답게흐더러지던장미마저도….황량하다.

지난27일존경하고존경하는‘코요커주은택’형님이귀국을했다.그것도혼자하신게아니라토론토에사시는셋째누님과함께귀국을하신것이다.절대공항으로나오지말라는사전소통이있었지만,그게무슨황당한말씀이냐고빡빡우겨인천공항으로마중을나갔다.그런저간의사정을잘아는아내는기회를빌려이런저런물품과그톱을요구했던것이고….

참아름다웠던집이었는데….폐허다.폐허…

주은택형님5남매가한꺼번에한자리를하는것이25년이라든가?그이상이라든가?얼마나귀한만남이요자리일까?아무튼공항에도착해보니둘째이신소설가연희누님께선이미나와계신다.그날의계획은일단백씨되시는중앙일보대기자출신인규웅형님댁으로모셔드리고저녁을간단히먹고헤어지는것으로되어있었다.

등두도부러지고…

25년이라는길고도긴,피치못할(?)간극을때우고회상하는…그고귀한장소에내가꿔다놓은보릿자루나개밥의도토리처럼버틸필요가없다고생각되어저녁식사를하고가라는극렬한손길을뿌리치고다른핑계를대고오랜만에느끼는교통지옥을뚫고집으로돌아왔다.

……..이런집모습을보고’막일꾼’선배님욕이나않으실는지??

단며칠이지만전화로나누지못한사연과이런저런밀린이야기를나누다가문득아내는“톱가져왔어요?”란다.“아!그럼!”그리고지체없이일어나차고로내려가트렁크를살펴보니분명히챙긴톱이보이질않는다.어라!?이게무슨연고?이거마누라가그렇게입이닳도록얘기한건데….갑자기어두컴컴한차고안이라그런지앞이캄캄하다.차고의스위치를누르고트렁크를재확인하고차의앞뒤문을하나씩열며검색에들어갔다.

아!있다.있어!운전석쪽뒷자리바닥에얌전히누워있다.그런데이게왜?가만히생각해보니아내의부탁(명령)에너무서둘다가그만잘둔다고둔것이하필이면운전석뒷자리바닥에모셔둔것이다.문제는그다음이다.온몸으로소름아니닭살이좌~악돋는다.이자리에앉은양반이누구더라?

얼마나답답했으면우리마누라직접톱을들라고했을까?

은택형님이야당연히조수석에앉으셨지만,정말오랜만에고국을찾으신토론토누님을의전상배려로상석인조수석뒷자리로모시고소설가이신연희누님을운전석쪽으로모셨던것이다.

그날카로운톱을발아래발견하시고연희누님은어떤심정이셨을까?지금생각해보니수십년만에만난동생분과대화도잘못나누는것같았는데…혹시이톱을발견하시고가위에눌리신건아닌지?왕년워낙고명하신작가였고추리소설도몇권그려내신듯하던데….혹시벌써또다른추리소설을그리기위해취재에나서신건아닌지?아이고!이거정말낭패났다.

누님!연희누님!마음놓으십시오!저토막살인범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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