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효자 또는 개차반은 만들어지는 것.(2부)
지금생각해보면어린것과밥상을마주하고식사를하시며하다못해한술이라도따뜻하게‘이거한번먹어보아라!’하시며양보를왜안하셨을까?밥상머리예의와범절을가리키기위한것아니면두분의식탐이지나치셨을까?그런데그이유를철이든나중에야알게되었다.

이곳블로거벗님이여럿되지만,그분들중몇몇분은하늘이내린효자즉천출효자가계신다.누구라고말씀드리기는그렇고…그분들의사모곡(思母曲)을보노라면내눈에도이슬이맺히는경우가많다.그런데그분들사모곡을보고있으면하나같이부모님의내리사랑을끔찍이도받은흔적들이뚜렷하다.

아버지는감히말하건데,천출효자는아니더라도지극한효자이셨다.할머니와할아버지가아버지를대하는모습을기억해보면,고양이손을빌릴만큼바쁜농번기에차라리어린손자(나)를닦달하여논밭으로가면갔지약골이신아버지는못나오게하셨고그런애틋함을견디지못한아버지가혹시라도논밭으로나오는날이면집안이발칵뒤집히기도했던것이다.

치매와중풍을앓으시던할머니가초등학교4년때돌아가셨다.다른이는몰라도아버지의슬픔은지금생각해도상상초월이었던것같다.넉넉지도못한살림에할아버지와집안대소제절과다퉈가며일반가정의예법을넘어5일장을치룬것은할머니의육신을하루라도더곁에두고싶었던효심일것이다.날밤을새가며통곡을하다가흐느끼다가를반복하다가기절을두세번하신걸로기억된다.장례를치루고아버지는시묘(侍墓)를시작했지만서울의직장에서재취업통보가오며그만두었고,수년후온가족이환도를한후고교1년때할아버지께서돌아가시자,이번엔셋방살이를하시면서도삭망(朔望;음력초하룻날과보름날)상식(上食)을드리며3년상을치르는데,매월음력초하루와보름날아침이면아버지의곡소리가(언제나시작은가(假)곡(哭)으로시작하셨다가잠시후엔통곡(痛哭)으로변하시는…나는이부분에서늘불안하고이웃에창피했다.)진동을하여안집주인양반의지청구를듣기도이웃의눈총을받기도하여철이덜든나는쪽이팔려안절부절했던적도있었던것이다.

위의정황들을하나로묶어풀이를해보면아버지의효심은처음부터할머니와할아버지의내리사랑보살핌에서싹터온게분명하다고단언할수있다.만약어머니나아버지가내게그런보살핌을보내주셨다면나도과연효자반열에낄수있었을까?우리어머니할머니의눈총을받아가며내게쌀이얼마라도섞인밥을퍼주셨더라면?우리아버지하다못해잡숫던이밥한술이라도다정히건네시며‘이거한번먹어보라’시며권했더라면?정말그래서일까?아버지어머니돌아가시고장례를치르는동안눈물한방울이나오질않았다.오죽했으면당숙어른‘상주가가짜곡이라도해야지…쯥..’하시며혀까지차셨을까.

가만히생각해보면,부모의지극한내리사랑은두부류의자식을만드는것같다.감읍한나머지효자가되거나,지극한내리사랑이지나친간섭으로변하여버르장머리없는개차반이되거나가아닐까?

할아버지와아버지가내게하얀이밥을남겨주시지않은이유는확신이서지않으신탓일게다.‘저놈이효자가될는지아니면개차반이될는지…?’그런확신말이다.하여그냥알아서커라고미리감치자립심을키우자는쪽으로방향을잡은게분명하실터다.

오랜만에하얀쌀밥한술뜨며반세기도넘는쌀밥에대한추억을상기하며나는아내에게그랬다.“자기는효자아들을두어좋겠다.”고.아들놈은제어미에게끔찍하다.물론아내도아들놈에지극(사실지난세월나는아내의이런태도가불만이었다.혹시라도버르장머리없을까우려하며…)했다.나야가문의전통을이어받아자식놈에게살갑게대하지못했지만다행히아들놈은제어미에게만이라도‘효(孝)짜’의뒷다리라도잡고씨름할정도는되는것같아안심을하는것이다.

그나저나나도많이늙었거나늙어가나보다.쪼잔하게쌀밥한그릇을두고이런썰을풀고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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