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은 옮길 수 있어도 朴心은 어쩔 수 없는가?

유일무이한 여자 황제 측천무후의 막내딸은 ‘태평공주’라고 했다.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꾀가 많았고 다방면에 수완이 뛰어났으며 권력욕 또한 강해 정치에도 깊이 참여하여 측천무후 말기 권력을 농단하고 전횡을 부리던 장역지 형제를 죽이고 왕조를 부활시키는 데 기여한 인물이지만 이는 뒷날의 얘기고……

대저 일반백성도 그렇지만 막내라는 위치는 식구들로부터 가장 귀여움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다. 하물며 황제의 딸이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금이야 옥이야 떠받들리며 귀하게 자랐고 그런 즉, 버르장머리全無, 안하무인, 오만불손, 직권남용,,,,아무튼 문무백관도 꼼짝을 못했다.

어느 날 시녀들을 데리고 어떤 사찰엘 갔다. 그냥 구경만 했으면 좋을 걸 이곳저곳 돌아보는 과정에서 정교하고 멋진 맷돌하나가 눈에 뜨였다.‘옳거니~! 저거 진품명품에 한 번 감정을 받아 보자~!’이런 마음으로 탐심을 갖고 주지승을 불러‘저 물건이 마음에 드니 날 주오~!’라며 주지가 대답하기도 전에 아랫것들을 시켜 뒷 트렁크에 싣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맷돌은 그 사찰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었다. 수많은 수행자들의 공양거리를 그것에 갈아서 먹기 때문에 하루라도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이라고 주지는 읍소를 했지만, 버르장머리全無, 안하무인, 오만불손, 직권남용 앞에 통할 리가 없었다. 억울한 것은 둘째 치고 당장 공양을 드릴 수가 없자 주지는 할 수없이 그 지역 지방법원지청장에게 민원을 올렸다.

당시 지청장으로 이원굉(李元紘)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청렴한 사람으로 사건처리에 있어서 불편부당했으며 매우 정직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이원굉은 고소장작성양식까지 알려주며 부하들에게는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명령했고, 결국 맷돌은 태평공주가 사원에서 강탈해간 것으로 밝혀졌고 다시 승려들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원굉의 상관이었다. 이름을‘두회정’이라고 했는데 평소 겁이 많고 우유부단 했으며 특히 장심을 열심히 비벼 아첨하기를 좋아하며 자신의 직권을 이용하여 쫄병 대하기를 쥐 잡듯 하는 자였다. 이원굉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서 명하기를“그대는 어찌 그리 멍청하단 말인가. 공주께서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이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구해 드려도 모자랄 판에 돌려줘? 살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나는 일찍 죽기가 싫으이! 무조건 판결문을 고치도록 하게”

이원굉은 상관의 명령을 듣고 조용히 일어나 붓을 들고 일필휘지로 판결문의 뒷면에 ‘남산가이,판불가요(南山可移 判不可搖)’라고 썼다. 즉, ‘남산은 옮길 수 있어도 이 판결만은 고치지 못한다.’ 남산(해발3천m의 준령이다)은 포크레인이나 중장비를 동원해서라도 옮길 수 있지만 이원굉이 내린 판결만은 흔들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면 위의 얘기와 비스무리 하다. 버르장머리를 어떻게 길렀는지 왠지 법 앞에서 上甲질 하는 태평공주 같은 놈도 있고, 세상이 다 아니라는데 그런 놈을 거의 결사적으로 두둔하는 청와대도 그렇고.

‘남산가이 판불가요(南山可移 判不可搖)’란, 굳게 마음먹은 결정이나 결심은 확고하여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 진실로 남산은 옮길 수 있어도 朴心은 어찌할 수 없는지….

이 정도면 ‘우가 게이트’라 아니할 수 없다. 문득 노태우 정권 때 전두환을 백담사로 유배 보낸 것과 이후 두 사람을 몽땅 구속시킨 김영삼 정권이 눈앞에서 아른 거린다. 권력은 유한하다. 그것도 겨우 1년 남짓. 차기 정권에 현 여당이 정권재창출을 꼭 한다는 보장도 없다. 설령 재창출한다 해도 ‘게이트’는 모든 정권의 짐이다. 더구나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만, 종부기들이 정권을 잡는다면 저 노릇을 어쩌나? 고집불통의 朴心이 그 때도 통할지 심히 걱정 돼서 해 보는 소리다.

 

덧붙임,

오래 된 썰을 조금 고쳐 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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