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나는 왕이로소이다.

이런 제목의 시도 있고 영화도 있었던 것 같던데….. 뭐 그걸 꼭 따라 하겠다는 게 아니고 나는 진짜 왕이 되고 싶어 하는 소리며 실제 왕이기도 하다.

나는 결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특히 집안 에서는 가부장적이기도 하다. 스스로 생각해보면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좀은 GR맞아 마누라와 아이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런 즉 그 회수만큼 부부싸움도 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보기 보단 우리 마누라도 잘 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어떤 종편을 보니 부부갈등(싸움)이 심한 경우 갈라서야 하느냐 아니면 냉각기를 가져야 하는 것으로 열띤 토론하는 것을 보았다. 나의 답은 후자에 속한다. 그렇지만 뭐… 아무리 이성적으로 냉각기를 가져도 헤어질 년. 놈은 헤어지는 거고 반면 아무리 지지고 볶아도 붙어사는 사람은 그렇게 산다. 부부관계라는 것은 논리나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만은 없는 것이다.

내 경우도 이혼을 생각할 만큼 심각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이도 중국이라는 피신처(?)가 있었고 그렇게 한동안 격리된 상태로 살아가며 아내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 경우다. 솔직히 얘기하면 그 당시의 중국이라는 나라는 사이좋은 부부도 갈라설 만큼 여건(현지처)이 충분(?)했고 그런 얼빠진 친구들이 패가망신하는 꼴을 무수히 볼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런 유혹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친구들을 반면교사로 삼았고 특히는 남매를 중국대학으로 유학 오게 하여 기숙사로 들여보내지 않고 학교 근처의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며 직접 내가 식사(때론 레시피를 국제전화로 마누라에 물어가며…)를 만들어 주었던 게 오늘날 삼식이를 탈피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러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어떻게 됐을지…장담 못하고 그런 인고의 세월을 보냈던 게 자랑스럽기까지 하기에‘나는 왕이로소이다’라고 외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나는 왕이로소이다’라고 외치는 점은 따로 있다.

나의 손 전화번호부의 마누라 호칭은‘왕비’다. ‘왕비’의 의미나 개념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왕비의 남편 되는 사람은‘왕’이다. 그래서 나는 왕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호칭만‘왕비’라고 해서 왕비가 될까? 왕비의 신분에 걸 맞는 대접이나 배려를 해 주어야 왕비이고 따라서 왕비 역시 남편 되는 왕에게 왕 대접을 해 주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산다.

한양 도성에 상주하고 계시는 왕비께서 오늘 이곳 방문이 예정 돼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그 행차는 이루어질 것이다. 시간이 되면 접영(接迎: 참, 아쉬운 대목이다. 본인 차가 있음에도 고속도로는 죽어도 못 가겠다니….)을 나가겠지만, 그 전에 왕비를 위한 만찬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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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호칭이 ‘왕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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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왕비를 위해 어묵탕을 할 참이다.(사진이 왜 이리 작게 나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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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거 하나 없다. 있는 재료 칼이나 가위로 썰어 넣고, 어묵 안에

스프도 들어있다. 그리고 한 소끔 끓이며 간을 맞추면 되는 거 그걸 못 하고

감히 왕비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널어져 삼식이 소리를 듣는가?

 

사실 누구나 왕이 된다는 거 간단하다. 한 때 태평양 건너 미국이라는 나라의 35대 임금님‘케네디’의 명언을 상기하면 누구나 왕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왕비가 무엇을 해 주기 바라기 전에 왕비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말만 명심하면 당신도 왕이 된다. 그럼에도 왕 대접을 안 주면 똥방댕이 조 차삐야 된다. 그런거 붙들고 살아봐야 내시 취급밖에 안 한다.  일찌감치 찢어지는 게 정답이다.

 

덧붙임,

근데 정작 우리 왕비의 전화번호부의 나는 “할배”다. 조만간 왕으로 격상 시켜달라는 탄원을 낼 참이다.

 

 

2 Comments

  1. 바위

    2016년 8월 28일 at 7:23 오후

    오 선생님, 오랜 만에 들렀습니다.
    요즘 바쁜 일들이 있어 글도 못 올립니다.
    그나저나 참 대단하십니다.
    저도 때로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지만 오 선생님께는 비할 바가 아니지요.
    올린 사진들을 보니 웬만한 주부들 울고 가겠습니다.ㅎㅎ
    제 휴대폰의 아내 이름은 ‘예쁜색시’지요.
    이것도 아내가 직접 만든 것이지요. 저는 할 줄 모르니까요.
    아내의 휴대폰 제 이름은 ‘아부지’입니다. 이것도 아내 작품입니다.
    하지만 저는 불만 없습니다.
    늘 재미 있는, 좋은 글 올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 ss8000

      2016년 8월 30일 at 5:17 오전

      ㅎㅎㅎ..
      박 선생님!
      제가 아직도 여기서 헤매고 있습니다.
      댓글을 달고 엔터를 눌러도 안 되고…
      저 쪽 구석에 있는 응답이라는 걸 눌러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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