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장모님(6부)

다른 사람도 아닌 딸아이의 시부모 앞에서 인간취급도 안했다고 하지를 않나 종래엔 내 형제자매가 잡놈으로 취급하는 인간 말자가 되었으니 나는 고사하고 내 딸아이의 입장은 어떻게 될지…. 명색KS 출신이라며 대가리에 먹물 좀 들었다는 인사가 제 처남의, 그것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나름 성심껏 돕겠다는 사람을 그런 식으로 모멸감을 주는 것이었다. 돌이켜 나 자신을 반추해 보면 치열하게 삶을 살아온 게 결국 형제자매에게 잡놈 취급을 받았다니… 나름 형제간 돕는다고 도왔는데… 내가 저들에게 단 돈 일 원을 갈취하거나 사기 친 일이 없는데 잡놈이라니….분하고 억울하고…. 아마도 내 자신이 정말 악독하거나 잡놈이었다면 그날 매형 아니라 그 누구라도 살인도 했을 것이다. 아무리 취중이로 어떻게 딸아이의 시부모님 앞에서 그런 개망나니 같은 행태를 보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그날로 매형을 술주정꾼 미친 인간으로 낙인찍었다. 그리고 아예 눈에 벗어난 미운털로 치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매형과는 두 번 다시 술을 마시지 않기로 결심했다.(실제 그 후론 단 한 번도 술자리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그렇게 작심을 하고 나니 매형의 얼굴 보는 것조차도 뱀처럼 싫고 두려웠다. 또한 매형이 하는 행동들이 눈에 도드라지게 보이기 시작하며 미워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래채에 옆 마당에 풀이 자라지만 단 한포기도 풀 뽑지 않아 초원을 이루고, 고추가 열릴 쯤 익지도 않은 어린 것들을 따다먹는가 하면, 울안의 어린 유실수 따서 술 담그기, 채마밭의 아직 자라지도 않은 어린 싹들을 따다가 쌈 싸먹기, 돈도 주지 않으며 소주를 박스 채 사오라고 심부름시키기, 화장실에 불이 나갔다며 전구 갈라는 명령, 심지어 자신이 마신 술병이 산더미처럼 쌓이자 마트에 가서 병을 팔아오라는 명령,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그 밖의 미운털 박기에 골몰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매형의 행동은 얄밉고 기분이 나빴다. 물론 위에 열거한 매형의 행동들이 그 사건 이전엔 그냥…매형이니까 이해하고 묻혀 왔던 것이었다.

정말 도저히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는 어느 날, 누나에게 전화를 하여 매형을 그곳으로 불러들이던지 무슨 방법을 모색해 달라고 애원을 한 얼마 후 겨울을 나고 봄이 오면 집을 비워 주겠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아래채에 홀로 사는 매형과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어느 날, 하늘을 두고 맹세컨대 일을 일부러 꾸민 것은 아니고, 바로 그 즈음에 이번 산골일기의 주인공이신 우리 장모님 문제가 불거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작은처남 곁에서 보호(솔직히 효도는 아니고…관찰이랄까?)를 받고 사시든 장모님이 당신 특유의 성깔을 나타내기 시작한 모양이다. 역시‘대가리에 똥밖에 안 찬 며느리 욕’을 시도 때도 없이 하는데 지칠 대로 지친 작은처남 내외가 더 이상은 받아 주지를 않자 큰아들에게 전화를 하여‘이젠 이곳(방화동)에서 도저히 살 수 없으니 나 좀 데려가라!’는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얘기를 좀 거슬러 올라가야겠다. 장모님은 십 수 년 전에 이미 작은 처남과 앙앙불락 하다가 전세를 마련해 주면 친정인 온양 근처에서 살겠다고 하여 작은 처남이 2천만 원인가하는 전세를 얻어 그곳에 터를 잡아 주었었다. 그런데 그 마을의 노인회관에서 고스톱을 치다가 어찌 싸움이 벌어져 형사입건이(다른 할머니를 패서…) 되고 결국 합의를 본 끝에 그곳에 더 이상 거주 하지 못하고 친정 조카가 사는 옥천으로 거주지를 옮겼는데 1년 정도 생활을 하시다가 또 친정조카(질녀)와도 대판하시고 다시 작은처남이 있는 방화동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작은처남이 마련해 준 전세 보증금 2천만 원을 다 까먹고 달랑 200만원을 남겨 왔던 것이다.

당시 투덜거리는 작은처남 대신 나와 아내가 1800만원을 보태고 2천만 원에 30만 원짜리 사글세방(처남, 아내, 처제 3남매가 공동분담)을 얻어 드렸는데, 이번에 처형이라는 계집이 어떻게 쏘삭거렸는지 좀 더 넓은 곳으로 옮기며 제 어미(장모)와 함께 산다며 보증금은 같지만 월세가 50만 원짜리인 곳으로 옮겼는데 몇 달은 월세를 보탠다고 보태더니 결국 1년 가까이 월세 뿐 아니라 공과금까지 내지 않아 주인과 다투다가 결국주인에게 소송 당하고 쫓겨나는 입장이 된 것이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9월 25일 at 6:53 오후

    그래도 그분들을 외면 못하고 늘 도움을
    주었던 울 종씨님 최고에요.
    어느집이나 다 그런저런 사정 있고
    그 비스무리한 사람도 있지요.
    그 매형, 이제 마누라도 가 버렸으니
    딱하게 됐네요.

    • ss8000

      2016년 9월 29일 at 4:27 오전

      장례식장에서 술에 쩔어’내가 죄인일세…’라고 하기에
      죄인요? 지금 속으로 웃고 있지요? 신났지요? 라고 막 쏴 붙였습니다.
      참,,,불쌍한(진짜 불쌍해서가 아닌.,.), 평생을 어영부영 살아온 인생.
      자식도 먼저 보내고 하나 있는 자식은 외면을 하고
      제 팔자 지가 그렇게 만든 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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