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과 국회의원.

요즘은 tv채널 워낙 많아 이전에 비하면 부작용도 있지만 그래도 시청자 입장에선 보다 다양한 선택권이 있음으로 골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령 무심코 어떤 채널을 선택했는데 기생 오라비처럼 생긴 자가 야도이 사장 질하는 某종편 또는 단추 구멍인지 눈구멍인지 분간 안가는, 이 나라 군대를 폄훼하고 그 군의 총사령관을 능멸한 놈이 얼핏이라도 화면에 비치면 기겁을 하고 다른 채널로 뛰어 건너도 좋을 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

그래서 그런지 종편이 생긴 이후 위에 언급한 방송국 빼고 어떤 정해 놓은 프로가 없기에 무작위로(지상파 포함)채널을 돌리다‘어~!? 이거 괜찮은데…’하면 중간에라도 눈과 귀를 집중시키게 되는 것이다. 사설이 길었다.

어제 아침 어느 tv인지는 모르겠다. 조반을 들려고 식탁에 앉아 tv를 켰는데 마침 뉴스시간이다. 화면 속에 소방관들이 뛰고 구르고 땀이 범벅이 되어 헐떡이고, 웬만한 특수 전을 위한 군인 이상의 훈련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화마(火魔)로부터 구해 내는 집단의 훈련이라 어지간히도 빡세게 하는구나? 그러나 뭐 솔직히 저것도 직업이니 그 직업에 충실하려는 정도로 보아 넘기고 다른 채널로 막 옮기려는데…. 한 소방관이 죽을힘을 다 해 목적지에 도착한 후 거의 사경을 헤매다시피 벌렁 드러눕고 금방 숨이라도 넘어갈 듯 괴로워하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다.

그 장면에 그만 나도 모르게 찰라 적으로 콧날은 시큰 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무리 먹고살기 위한 직업이라지만 저 사람들은 전생에 무슨 죄를 졌기에 나 아닌 다른 이를 위해 저토록 구르고 달리고 대열지옥 같은 불속으로 뛰어드는 훈련을 할까? 그리고 훈련이야 각본에 짜여 있으니 그대로 따르면 되지만 실제상황이라면 목숨을 담보로 지옥 같은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어 인명을 구해야 하고 때로는 자신들의 생명을 그 불구덩이 속에 산화시키기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수저를 잠시 놓고 티슈로 눈자위를 찍고 코를 풀 수밖에 없었다.

전국적으로 화마의 현장에서 산화한 소방관이 몇 인지는 모르겠다. 이따금 그런 불상사의 비보를 보고 듣지만 그 순간만 지나면 기억조차도 없는 게 솔직한 표현이다. 찰라 적으로 콧날은 시큰 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저들은 저렇게 해야 먹을 수 있고 식솔을 거느릴 수 있지만,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은 무슨 복을 타고 났기에 저희들의 직장이랄 수 있는 국회에서 대가리 터져라 싸움질 아니면 고성 몇 차례 지르고 그것도 지겨우면 책상머리에서 꾸벅꾸벅 졸고 어떤 놈들은 야릇한 음화를 즐기며 시간을 때우고 심지어 출근을 안 해도 결근처리는 고사하고 단체로 결근을 해도 꼬박꼬박 세비는 나오고 국민의 혈세로 가족해외여행을 다니는 것도 모자라 비행기1등석이네 비즈니스석이네 라며 공방을 하고 갖은 GR염병들을 해도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저 파렴치한 국회의원들을 생각하니 소방관들의 팔자소관이 가련하고 애틋하여 눈물이 나고 콧물이 났던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때론 목숨을 초개 같이 버리고 산화하는 이들이 어디 소방관뿐이겠는가 마는, 이 나라 헌정사상 국민을 위해 일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국회의원이 한 놈이라도 있었던가?

왜? 국민을 그리고 그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집단은 모조리 국회의원 보다 못한 사람들이어야 하는가? 그렇다고 급료를 더 받거나 대우를 잘 받는 것도 아니면서. 언필칭 국민을 대표한다는 놈들이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놈이 한 놈도 없고 오히려 호의호식하며 그도 모자라 저희들 복리복지엔 일사불란하게 여야가 따로 없이 동지애를 발휘하는 더러운 집단이라고 생각하니 금방이라도 숨넘어가는 소방관의 모습에 눈물이 났던 것이다.

뉴스의 끝머리에 그 훈련은“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 구조분야 ‘최강소방관’ 경연”이라는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 그렇게 대갈빡 깨지게 싸울 게 아니라 다음부터 국회의장을 뽑을 땐 여야 구분 없이 국민이 위기에 빠진 곳이라면 뛰고 구르고 땀 흘리며 숨을 헐떡이며 제일 먼저 도착한 놈, 가장 체력 좋은 놈을 국회의장으로 뽑자는 생각을 해 봤다. 국민의 대표 중의 대표가 되려면 그 정도는 돼야 하는 거 아닐까?

 

 

덧붙임,

어떤 놈이 이 썰을 보고 담부턴 국회의장 안 하려고 할까봐 그것도 걱정이 된다.

 

 

2 Comments

  1. manager

    2016년 10월 19일 at 2:41 오후

    오선생님 안녕하세요.
    위블로그에서는 편지 쓰기 좋은 계절을 맞이하여 포토엽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초아님 추천으로 오선생님께서 9차로 선정되셔서 포토엽서를 보내드리고자 하오니 주소와 전화번호 그리고 다음 추천자와 사연을 아래 주소에 비밀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http://blogs.chosun.com/mblog/792
    약소하지만 지인분들과 소식 나누시는데 사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래의 주소를 참조하셔서 이미 선정되신 분은 제외하시고 추천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blogs.chosun.com/mblog/category/event
    감사합니다.

    • ss8000

      2016년 10월 20일 at 1:32 오후

      넵, 직접 그곳에 주소와 전화를 남겼습니다.
      감사합니다.

      암튼 집안의 가보로 삼겠습니다.
      제가 이런 건 참…운이 없게도 잘 당첨이 안 되는 데…
      요즘 일이 술술 잘 풀립니다. ㅎㅎㅎ….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