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산 북한산 산행.(끝)

차라리 길을 만들지 말고 입산금지를 시켰더라면.. 나는 가급적 나라에서 하지 말라는 짓은 않는 편인데… 이 놈들이 이 늙은이를 이름도 알 수 없는 북한산 바위 밑에서 그 생을 마감하라는 게 아니라면…도대체 수각(手脚)이 황란(慌亂)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러나 되돌아가는 길은 더 어렵다. 간신히 찾아온 길을 다시 잃을 게 틀림없다. 그래!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겠지? 퉤!! 손바닥에 바싹 마른 입술을 움직여 침을(어찌나 입술이 바짝 탔던지 침을 여러 차례 뱉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목도 몹시 탔다.)뱉고 전의를 다지고 북한산 산신령과 사투를 벌이며 직각으로 박아둔 쇠파이프를 잡고 오르기 시작 했는데 이 놈의 쇠파이프가 끝도 없이 나타난다.

수 년 전 큰사위가 천등산 오를 때 쓰라며 나름 고급의 스틱을 사 주었는데 폼 잡는다고 그것을 차에 싣고 가서 지참을 했는데 쇠파이프를 잡고 올라가는 순간 이게 오히려 짐이 된다. 70줄 늙은이가 두 손으로 잡고 올라도 벅찬 곳을 스틱까지 모시고 오르기엔 무리다. 비싼 거라던데…그렇지만 내 목숨보다 비싸기야 하겠는가? 할 수 없이 천 길 낭떠러지로 분리시키는 순간… 아!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저려온다.

발이 미끄러진 것이다. 이 순간을 표현하며 나는 지금도 몸서리 진저리를 치고 있다. 정말 천운이다. 미끄러지며 아래 파이프 밑 둥에 발이(발바닥)이 걸린 것이다. 만약 그 발이 안 걸렸으면 천애 낭떠러지로 방금 던진 스틱과 일심동체가 되어‘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해골’로 누워 있을 게 뻔하다. 오~! 주여~!!그리고 내가 살아 돌아가면 꼭 성당이든 교회를 갈 것이다. 라는 생각이 어렴 풋 들기까지 한다.(살아 내려오자마자 그 생각은 없어 졌지만…)아! 지금까지 악몽이다. 그제 새벽 악몽은 이것에서 기인한 게 틀림없을 것이다.

다리가 후들거리며 마치 메뚜기 뒷다리 끊어진 것처럼 다리가 제절로 파닥 거린다. 짧게는 5분 아니면 그 이상 쇠파이프를 잡고 꼼짝을 못하겠다. 그러나 내려갈 수도 아니 내려가기는 더 힘들다. 오도 가도 못하는 내 심사를….살아있는 전설 엄홍길이 이런 심정을 알기는 할까? 솔직히 그 순간엔 농담이 아니라 쇠파이프를 꽉 잡은 채 119구급대나 산악구조대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렇게 얼마간 넋을 놓고 있다가 빠진 얼을 간신히 수습하여 다시 사투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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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나니 그래도 인증샷 같은 걸 찍고 싶더라. 저곳이 아마도 고양이나 일산 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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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봉 쪽에서 바라 보니 비봉과 사모바위가 손끝에 닿을 것처럼 보인다.,

 

양사언 선생은 우리 같은 후손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시조를 남기셨다. 특히‘태산가’는 그 양반의 시조 중 압권이자 백미다. 죽을 똥을 싸며 오르고 또 오르니 끝이 보이며 저만큼 북한산성의 성(城)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하아~! 살았구나! 살았어!! 그 순간 마누라 얼굴도 아이들 그리고 손녀들 얼굴이 주마등처럼 등장을 한다. 거짓말 안 보태고 살아 있음에 눈물이 다 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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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이 즐비한 북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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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마고 끝에 오른 문수봉. 아~! 어찌 족적을 아니 남길 수 있겠는가?????

 

그런데…..나쁜 놈! 문수암 아래서 점심을 처먹고 있다. 이 노인을 떨치고 달아나 듯 앞서가더니 겨우 그 기서 김밥을 처먹으려고…??? 속으로 나의 장기인 육두가 막 튀 나온다. 그 젊은 놈이 보거나 말거나 그 놈을 향해 눈까지 홀기며….c발름!!! 괜히 속도 모르는 애꿎은 놈에게 화풀이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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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가 발 아래 누워 있다.

그렇게 문수봉을 정복하고 대남문을 통하여 하산을 하는 동안 자꾸 아까 직각바위에서 미끄러지던 장면의 잔상이 머릿속에서 헤엄을 친다. 꼼짝없이 오늘이 제삿날이었는데…천지신명이 돌보시사 이렇게 살아 돌아가는 것에 진심으로 몇 차례인가 감사를 드렸다. 누가 말했던가? 올라가는 길 보다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다고…. 그 말을 그날 정말 실감했던 것이다. 대남문에서 구기동 입구까지 계단이 그렇게 많은 줄 그날 느꼈다. 그리고 양쪽 도가니에 무리가 많이 간 듯하다. 거의 절룩이다시피 하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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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문 장각(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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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성 대남문. 다음엔 정식으로 이곳을 향해 올라야 겠다. 그리고 대성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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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의 단풍은 그리 이쁘진 않다. 단풍 나무도 별로 없고….

집을 나설 때 며느리에게 그랬다‘오늘 점심은 하산하여 해장국으로 때울 테니 점심 준비 하지마라’산을 내려와 시계를 보니 오후 3시가 가까워 온다. 그리고 처음 계획했던 해장국집으로 직행을 했다. 우선 갈증이 너무 심했다. 좌정을 하자마자 물병과 물 컵을 가져왔지만 다급하게‘나 막걸리 한 병만 주오!’막걸리 한 병을 다 들이키도록 주문한 해장국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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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는 20년 단골 집이다. 저 할매 딸내미가 某tv 전속 탈랜트였는데… 어쨌든 장안의 유명한 집으로

dj도 mb도 다녀 갔다는…. 그런 집이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선지 해장국이 정말 시원하다.

 

그리고 맥이 빠지며 다리에 힘마저 빠진다. 도저히 걸을 수가 없다. “선이냐?(둘째 딸) 너 지금 어디냐? 너 나 좀 데리러 오렴! 아비가 다리가 후들거려 도저히 못 가겠다.”해장국집에서 집까진 불과 1k안 밖이지만 딸아이의 부축을 받으며 생환의 기쁨을 누렸고 그리고 대충 샤워를 하는 둥 마는 둥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었고 다시 새벽에 아내의 이마에 키스를 남기고 천등산 자락으로 돌아 온 것이다. 두서없지만 그래서‘죽다 산 북한산 산행’이라고 붙여 본 썰이다.

4 Comments

  1. 김국원

    2016년 10월 26일 at 10:33 오후

    천만다행입니다
    30년안에 문상가지않토록 조심하이소 100세인생인데
    .
    70세할배가 30대청년따라간다고 나선자체가 잘못이지요
    앞으론 나이생각해서30대청년말고 5.60대할매들이나 따라다니십시요
    그래야 황천길면하고 오래삽니다 살아있으니좋습니다 ㅎㅎㅎ

    • ss8000

      2016년 10월 27일 at 4:48 오전

      ㅎㅎㅎ…
      맞아! 맞아요!
      근 10년 전에 김 형이랑 대남문 쪽으로 문수봉을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땜낭 해도 팔팔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이젠 두 번 다신 그런 무모한 짓을 않겠습니다. ㅎㅎㅎ…
      그나저나 며찰 전 창목이 전화 왔습데다.

      좋은 날 좋은 시 일진 짚어 보고 한 번 오슈!!!

  2. 모가비

    2016년 11월 11일 at 1:20 오후

    우와 ~~~~
    일취월장? 이 한문 숙어가 맞나요?
    저는 아직 사진을 올릴지를 몰라서요 ㅎㅎㅎ

    • ss8000

      2016년 11월 11일 at 4:48 오후

      선배님!하려고 하면 금방 하실 수 있고,
      어렵다고 생각하시면 끝까지 어렵습니다.
      저도 초보의 범주를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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