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장모님 그 후(끝)

내가 지금 소설을 쓰는 것도 아니고, 너무 우려먹는 것 같아‘산골일기: 장모님 그 후’편도 오늘은 끝을 맺자. 아무튼 저간의 사정을 어찌 필설로 다 옮길 수 있으리오.

고모님이 오시던 첫날 고모님께 누나내외가 거처하던 뒷방(온전히 별개의 살림집)을 보여드리며 내려만 오신다면 이곳을 새롭게 단장(도배)해 드리겠으니 꼭 오시라는 간청을 드렸었다. 그러나 내가 고모님 입장이라도 어떻게 첫날부터 선뜻 그렇게 하겠다는 대답을 못했을 것이다. 고모님 역시 웃기만 할 뿐 대답을 미루셨다.

티격태격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고모님은 분당 댁으로 가셨다. 가시는 날 두 손을 부여잡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꼭 오십시오! 제가 모시겠습니다. 진심입니다.’여러 조건을 내세우며 말씀을 드렸으나 쓰다 달다 웃기만 하셨는데…

고모님 가시고 이틀 동안 얄밉고 짜증나는 장모님을 피해 다녔다. 꿈같은 시간이(당신 스스로는 어떤지 모르지만…)어떤 것인지? 외로움을 뼈저리게 느끼시라고. 그리고 이틀 후 장모님을 뵈었다.“어때요!? 고모님 계실 때가 좋았지요? 대화 할 상대가 있어서…”, “그렇긴 했지…”쓸쓸하고 외로운 표정이 역력하다.“어때요!? 고모님 다시 오시라고 할까요?”, “…….”아무 말씀 없이 약간의 침묵이 흐른 뒤 혼잣말로“같이는 못살아…따로 끓여먹고 따로 자야지…”, 그 얘기를 놓치기라하면 큰일 날 것 같은 생각에 얼른 되받아 “그럼 됐네! 뭐… 뒷방 쓰시게 하면 되겠네 뭐!”, 장모님 왈, “싸구려로 해!!!(도배를 두고 하는 말씀이다)”

그나마 장모님의 미적지근한 내락이 떨어진 후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고모님을 이곳에 오시라고 했지만 안주인인 당신의 얘기도 없이 일방적인 주장으로 생각하실지 모르니 당신이 고모님을 설득해 보라는 전화를 했다. 그리고 결론은 고모님이 반승낙은 했다는 것이다. ‘그래 볼까?’하는 정도… 아직은 고모님의 의사가 확고한지 아니면 흘러가는 말씀인지 확인이 안 됐다.

그러나 이 며칠 사이 또 다른 변화가 있었다. 어쩌면 아주 획기적인 변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 그제 장모님은 병원(영양제 링거 그리고 물리치료….)에 좀 데려다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머리(파마) 좀 해야겠다는 것이다. 처음엔 말도 안 되는…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대시하는 것까지는 한~두 시간 정도야 시간을 할애해 드릴 수 있지만 파마씩이나? “저 못가요! 하루 종일 어떻게…”어림 반 푼 어치도 없다는 식으로 거절을 했었다. 그리고 돌아서는데 짠하다. 이게 감옥살이지 별거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울 같으면 당신 스스로 해결 할 수 있을 텐데…이곳에서는 모든 게 내가 협조 하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한 일이기 때문이다.

순간 퍼떡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엄니!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병원에서 치료 다 받고 미장원에서 파마 끝내면 내가 모시러 갈게요! 어때요!?”, “그것도 괜찮지…그럼 그렇게 해!” 아이고! 아이고! 나도 참 멍청한 놈이지…왜? 이런 간단한 방법을 생각 못했는지 모르겠다. 왜 꼭 장모님 볼 일 다 보도록 대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병원이고 어딜 가면 대기하는 게 싫어서 짜증을 냈었는데 이렇게 간단한 걸 왜 여태 생각을 못했을까?

이웃면(面)의 병원과 미장원은 한 건물 안에 있었다. 병원에 접수를 시키고 장모님을 미장원 주인에게 모시고 갔다. 그리고 여차여차 하니 파마가 끝나는 대로 전화를 주시면 모시러 오겠다. 또한 미장원의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입력시키고 집으로 돌아와 내 볼 일 내 할 일을 다 본 것이다. 그날 오후 네 시쯤 미장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 이런 방법이 있는 것을…. 새삼 이번 조치(?)가 정말 마음에 든다. 그리고 장모님도 편코 나도 편한 방법에 짜증낼 일이 없어진 것이다. 이젠 병원이고 미장원이고 가자는데 얼마든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장모살이에 희망이 생긴 것이다. 이젠 두려울 게 없다.

그동안 장모님에게 너무 많은 걸 내려놓으시라고 강요한 것 같다. 그래! 내가 내려놓자! 내가… 이런 게 득도(得道) 아닐까? 생각을 달리하니 산골의 삶이 풍요로워 질 것 같다. 고모님이 내려오시면 좋겠지만 아니 내려오시더라도 이젠 괜찮을 것이다. 만약 아니 내려오시면 뒷방 거실에 당구대를 한 대 설치하려고 한다. 날씨는 흐리지만 청량한 산골의 바람이 코끝을 스민다. 산골일기 만세다!!!!!

 

 

 

 

에필로그:

장모님 병원과 미장원에 모시고 갔다 온 다음날 마당을 가로지르는 나를 발견하신 장모님 예의 습관대로 또 나를 툇마루에 불러 앉힌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라며 5만 원짜리 한 장을 내민다. 그리고 바쁘지 않으면 삼겹살 두 근만 사다달라신다. “엊그제 돼지 등뼈랑 소 도가니 사셨잖아요? 고긴 또 뭘 하시게…”, “아! 잔소리 말고 그냥 좀 사다줘!!” 참…장모님 말씀 거역 않기로 했지…“네, 좀 있다가 갔다 오지요”

비가 하루 종일 구질 거리는 날이었다. 각종 토마토가 바닥에 아른거리는 게 아까워 거둘 수 있는 것들은 거뒀다. 그리고 차를 몰고나가 장모님 원하시는 삼겹살 두 근과 잔돈을 돌려드렸다. 잔돈을 받아든 장모님“진이 아범! 이리 와봐! 이거 진이 아범 들라고 산거야! 오늘 비도 오고하니 크게 할 일도 없을 테니 이거 구워서 막걸리 한 잔 하라고…” 극구 사양을 했다. 혼자서 구울 줄도 모르고 또 준비과정도 귀찮고. 그러나 한사코 받으란다. 노인네 이기는 놈 봤는가? 노인네 고집을 어떻게 꺾는가? 지금 냉동고엔 삼겹살 두 근이 그대로 있다. 고기는 생고기가 맛 나는데….

대충 24000원이 안 됐다. 김영란 법에 미치지 않는다. 삼겹살 두 근을 받으며 그랬다. “엄니! 이제부턴 가시고 싶은데 있으면 말씀 하세요!!! 병원 도요….”늦가을 하늘이 맑았더라면….어쨌거나 기분은 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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