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號 아직 쓸 만하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당장 패 죽여도 시원치 않을 심정적 원수 같은 인물이 한둘 있다. 요즘이야 시대가 바뀌어 여자도 군대를 자원해 가지만, 특히 과거 징집에 의해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은 소위 고참병의 박해 심지어 인격적 수모나 폭행을 일상 당하며 군 생활을 했어야 했다.

그때 한 번 쯤 군 필을 하고 사회에서‘저 놈 어디서 만나면 그냥은 안 둔다.’라는 잠정적 원수를 삼기도 하고 실제 그런 경우 왕왕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보통 인간들은 그 원수(?)를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면 얼싸안고 춤까지 추는 사람이 있는가는 몰라도 포장마차나 단골 다방으로 모셔가 과거사를 얘기하며 낄낄 거렸던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원(私怨)에 의한 개인적 원수라 쉽게 해결 된다. 얼싸 안거나 패거나 죽거나 감방으로 가거나…

그런데 본인에게는 직접적으로 어떤 피해나 위해를 가하지 않았음에도 옆에 있으면 패 죽이고 싶도록 밉고 싸대기라도 한 대 올려붙여야 속이 시원할 대상이 있다.(요즘 내 개인적으로는 야당 지도자나 국회의원 떨거지들이다.)원래 무식하고 과문해서 잘 모르지만 이런 걸 두고 공분(公憤)이라고 하고 공공의 적(敵)이라고 하지 않을까?

내가 요즘 꼭 그랬다. 최순실, 솔직히 순실이가 내게 피해 준 게 있는지 아무리 생각을 거듭해도 티끌만한 게 없다. 그런데 그래도 만나기만 하면‘내 저 요망한 계집을 그냥 요절을 낼 껴!’라고 다짐을 했다. 뭐, 이 정도는 내가 특별히 성격이 모나거나 성질이 더러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순실이 그녀가 공분을 살만큼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이란 용어가 있다. 최순실은 마녀라고 단정을 해도 모자라고 본인 입장으로 촌치도 억울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마녀사냥의 폐해는 마녀 하나만 척결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광범위한 타겟을 정해 놓고 조준하는 게 문제다.

어쨌든 마녀가 제 발로 스스로 잡혀들어 왔다. 그녀가 나타나는 순간 정말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그런데 잠시 후, 그녀에 대한 옹골진 공분이 뜨악해짐을 느꼈다.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졌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속죄를 청하는 이 세 마디가 가슴을 때렸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죽을죄를 진 건 틀림없다. 그런데 그녀만 죽을죄를 졌던가? 그녀만 국기를 문란 시키는 죄를 졌던가? 죽을죄를 짓고 국기문란을 경중으로 따지면 이적행위를 하고 국경을 적에게 넘기려 한 것도 모자라 나라살림을 적의 수괴에게 결재를 받은 국사범 보다 더 큰 죄를 그녀가 지었던가? 국기문란 죄를 범한 국사범이라도 그녀는“죽을죄를 졌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라며 청죄(請罪)를 했지만 더 큰 죄를 범한 국사범은 뻔뻔하게 세수 대야를 내밀고 오히려 좌초한 박근혜號를 전복시킬 음흉한 흉계를 꾸미고 있는 것이다.

작금 대한민국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 우리 속언에‘넓적다리 봐놓고 거시기 봤다.’라는 말이 있다. 침소봉대(針小棒大)라는 것이다. 또 이런 말도 있다.‘남이 장에 가니까 똥 장군 지고 따라 간다’이런 걸 두고 부화뇌동(附和雷同)이라고 하는 것이다. 정말 못나고 무식한 자들의 소치다.

박근혜號의 실정을 두둔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배가 좌초 됐으면 하루 빨리 구조해야 한다. 뭍으로 끌어오든 도크(dock)로 끌어와 수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박근혜號가 지향했던 목적지는 시간과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새 배로 갈아타기엔 너무 복잡하고 국민부담이 너무 크다. 조금만 손 보면 남은 항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는 것을 왜 이렇게 오두방정을 떠는지 모르겠다. 더욱이 국기문란을 문제로 삼는다면 경중과 선후를 따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가 새 배로 갈아타기엔 국방.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그만한 여력이 없다. 특히 경제가 어렵다는데 새 배 마련 할 돈 있어? 돈도 없는 것들이 떠들고 까불고 GR들 하고 있다. 단, 모든 것은 대통령의 진실 된 사과 내지 속죄 한마디는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순실이처럼…….

수리만 잘 하면 박근혜號는 아직 쓸 만해서 해 보는 소리다. 거듭 얘기 하지만 국가경제도 어려운데 쓸 데 없는 낭비 하지 말자.

4 Comments

  1. journeyman

    2016년 11월 2일 at 6:04 오후

    지난 4년간 제대로 돌아간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어요.
    박근혜라는 사람에게 많은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박 대통령은 소시민의 그 작은 기대마저 저버렸으니 우울하네요.

    • ss8000

      2016년 11월 3일 at 5:36 오전

      속 상하지요.
      저는 솔직히 매일 밤 술(그것도 과음) 안 취하면 잠이 안 옵니다.
      그러나 생각하기에 따라 다릅니다.

      현정권의 최대 스캔들이지 국기문란까지는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 편합니다.

      그리고 기대 없으면 또 차기 때 기대해 보는 거지요.
      인생 속아 산다는 거 아닙니까?

  2. 바위

    2016년 11월 2일 at 9:02 오후

    옳은 말씀입니다.
    박 대톨령 재임 중 최 아무개가 국정농단했다고 야당, 언론에서 까발리지만, 그보다 김영삼, 김대중 시절엔 자식 놈들이 국정농단 더 했었지요.
    그때도 요즘처럼 이렇게 시끄러웠나요?
    물론 박 대통령이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이 국정에 관여 않고 신임 총리에게 전권을 맡기겠다고 선언한다면 좋겠단 생각입니다.
    대한민국을 일으킨 박정희’각하’를 위해서도요.
    오래 끌면 야당 좋은 일만 시킵니다. 지금 때 만났다고 날뛰는 박지원이나 더러운 추미애, 우리동네 출신 우상호 까부는 꼬라지 보십시오.
    여기다 문, 안 아무개는 한 다리 더 꿰차고. 더러워서 못 보겠습니다.

    오 선생님, 오랜만에 부탁드려도 될런지요.
    다음 주 화요일(11월 15일)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 산악회가 제천으로 갑니다.
    그곳 세명대학교에 동창 고영희 박사가 석좌교수로 있는데, 초청해서 갑니다.
    그날 전화주시면 얼굴이라도 보고 싶습니다.
    물론 제 희망사항이고 부담 갖지 마십시오.
    제 휴대폰은 010-5223-7089번입니다.

    • ss8000

      2016년 11월 3일 at 5:37 오전

      아! 예..
      밝은 날 전화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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