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장모님 항복하다.

어제 이미 밝혔지만, 강서경찰서에서 온 전화는 장모님의 신분 확인을 위한 것이었다. 작은 처남이 이미 도착해 있었으나 경찰입장에선 선뜻 한 사람의 말만 믿고 장모님을 보낼 수 없어 중복확인을 위해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화 오기 전 경찰서 민원실 안에서였던 모양이다. 그래도 어미라고 모시러 온 둘째 처남을 발견한 장모님은 그 자리에서 아들의 멱살을 움켜쥐고‘내 돈 내놔라! 이 나쁜 놈아!’를 외쳤던 모양이다. 졸지에 강도나 도둑이 되 버린 작은처남의 당혹감이 어땠을까? 그것도 경찰서 앞마당에서. 이 마저도 장모님의 흉악한 간계가 계산 된 것이었다.

물론 아들이 자신의 재산이나 금전을 땡 전 한 푼 가져가지 않은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경찰서에서 망신을 주면 고분고분 말을 들을 것이라는 계산 그리고 늘 그래왔듯 이런 망신을 시키면 얼마간의 금전이 손에 쥐어 졌다는 것 마지막 천등산 산골에서 이곳까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올 수 있다는 정신력과 체력을 과시함으로 언제고 무시로 이런 상황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연출함으로 아들의 기를 죽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작은처남도 이번만은 만만히 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몇 차례 승강이를 하다가 도저히 어쩔 수 없어 급한 대로 노인병원에라도 입원시킬 심산으로 119구조대를 불렀다는 것이다. 경찰서 앞마당에 119구조대가 왔으나 장모님은‘내가 왜 병원을 가느냐’며 완곡하게 뿌리치자 그들은 이런 정도로 본인이 병원을 가지 않겠다고 하면 못 모신다고 그냥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 본 경찰서 민원담당이 보다 못해‘자꾸 이러시면 유치장에 들어 갈 수밖에 없다.’며 아드님 따라가라고 으름장을 놓자 그때서야 작은처남을 따라나서더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장모님을 경찰서에서 모시고 나온 처남은 집으로 모실 수가 없어 근처의 모텔로 모시고 갔다는 것과 그곳에서 통사정도 하고 협박도 하며 장모님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주효 했던 말은 오늘은 119가 왔지만 다음엔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키겠다는(실제 그럴 생각이었단다. 그리고 가족 몇 사람의 동의만 있으면 가능 하다는 것이다)말을 하자 장모님의 안색이 변하며 조용해지더라는 것이었고 갑자기 배가 고프다고 하셔서 식사를 배달하고 그렇게 하룻밤을 엄마와 모텔 방에서 오붓하게 보냈다는 뒷얘기다.

엄마와 하룻밤을 보내며 이런 생각 저런 궁리를 하다 보니 기가 막히고 억울한 생각이 들어 문경의 큰처남에게 전화를 해‘도대체 왜 내 혼자 엄마 때문에 속을 썩여야 하느냐? 형님은 그동안 뭘 했느냐? 재산을 털어먹어도 형님과 큰 년(처형)이 털어 먹었지 내가 부모재산 땡 전 한 닢이라도 보기를 했나 만져를 봤나?“등등 마구 퍼부었다는 것이다.(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그리고 이만큼이라도 설득 시켜 놓았으니 당장 올라와 어머니 제천으로 데리고 가라고 했다며 전화가 왔다. 덧붙여“이젠 우리 엄마 안 그럴 테니 매제가 한 번만 더 봐주세요.”라며 간곡하게 부탁을 한다.

과연 어제 오후 큰처남이 장모님을 모시고 이곳에 도착했다. 두 양반에게 분명히 선을 긋는 애기를 했다. 앞으로 한 번만 더 이집 대문을 나서면 이젠 정말 돌아올 생각 말 것과 정신병원에 입원 시키든 어찌 하든 알아서 하시라는 얘기를 했다. 나도 더 이상 가슴이 내려앉는 일을 당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 얘기는 단순한 협박도 으름장도 아니라는 것을 소리소리 치며 울분을 토해 냈다. 그러자 장모님“사우 미안해요! 다시는 사우 속 안 썩일 테니 그만 해요! 정말 내 약속을 할 테니…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속아야지 어떡하겠는가? 한 번 더 속아 보자. 정말 한 번만….그렇게 이번 사태(?)는 또 마무리 지었다. 어쨌든 장모님은 백기를 들고 항복 하셨다. 이젠 제발 이런 일이 재발 말았으면 하는 바람 밖에 없다. 장모님! 제발!!! 재발 마세요!!! 간곡한 이 사위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덧붙임,

장모님을 데리고 온 큰처남은 무슨 바쁜 일이나 있는 듯 줄행랑을 치다시피 빠져 나간다. 그러나 아직 내겐 할 일이 있다. 산골일기에 등장했던‘고모님’이 댁으로 돌아가시겠다는 것이다.

사실 그 고모님이 이곳에 오시던 날 안심하고 서울 집을 갔었던 것인데 장모님은 오히려 그날을 거사일(?)로 잡고 행동에 옮기셨던 것이다. 아무리 붙잡고 못 가게 말렸으나 힘을 당할 수가 없었단다. 장모님의 힘에 밀린 죄책감이랄까 지키지 못한 미안함이랄까? 아니면 그 험한 꼴을 보셨으니 덧정이 없으셨는지 큰처남이 돌아간 후 미안하지만 버스 터미널까지만 데려다 달라는 말씀을 하신다. 제발! 며칠만 더 묵어가시라고 부탁을 드렸으나 절대 아니란다. 결국 고모님을 충주 터미널에 모셔다 드릴 수밖에 없었다. 충주를 다녀왔더니 아! 글쎄! 장모님이 또 없어졌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위채로 아래채로 창고로…어?! 비닐하우스에 계신다. 휘휴~! 그리고 김장 담글 배추를 몽땅 차지하시겠다는 얘기는 어제 했고… 뭐…불평은 했지만 속 썩이지만 않고 조용히 계신다면 배추는 얼마든지 더 사다 드릴 수 있다. 정말이다. 까이꺼 배추 정도야…..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11월 11일 at 8:03 오전

    혹 치매의 징조는 아닐까요?
    보통 사람으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시네요.
    조용하다가도 뒤집어질 일을 만드니 참 딱하십니다.

    힘내세요. 종씨님.

    • ss8000

      2016년 11월 11일 at 4:50 오후

      어떨 땐 치매를 포함한 노망(그말이 그말인가?)같기도,
      어떨 땐 범인 보다 훨씬 뛰어난 지략가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 치매 일지라도 당장 저와 마누라 아니고는 가실 곳이 없습니다.
      이곳 마저도 떠나야 한다면 정말 그땐 치매 노인 요양소 밖엔…
      그러기엔 너무 가혹한 생각이 들어서… 그냥 그렇게 살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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