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만큼 했다.(2부)

탑승구를 지나 비행기 문을 들어서기 전, 진짜 그런 신문이 있었든가 싶을 정도로 찌라시를 포함한 십 수 종의 신문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나는 가급적 비행기를 맨 먼저 탄다. 좀 수고스럽지만 체크인 10분 전 미리 대기하는 편이다. 만약 어떤 일로 늦어지면 내겐 비장의 무기가 있다. 즉 국적기 양사(兩社) 마일리지카드가 비즈니스 승객우대만큼 쌓여 있어(물론 소진하기도 하지만…)언제든지 먼저 탑승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 받는다. 기내에 먼저 탑승하려는 것은 첫째 위에서 언급한, 선호하는 신문을 먼저 차지할 수 있고 다음은 기내에 반입하는 가방(짐)을 용이하게 짐칸에 올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탑승이 조금만 늦으면 소위 메이저 신문은 금새 동이 나고 찌라시만 남는다. 어쩔 수 없이 찌라시를 집어 드는 승객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눈 버리고 자칫 물(빨강)들 것이 두려워 찌라시는 아예 만지지도 않는다.

사실 어제‘할 만큼 했다’라는 썰을 풀며 중국 某지방의 국제공항에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태워 줄 그것도 10년 넘는 지기라고 할 수 있는 기사를 드립다 욕을 했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다. 평소 같으면 제 시간에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었겠지만 교통노선을 잘못 선택한 관계로 훨씬 시간을 지체한 기사가 얄미웠던 것이다. 또 평소 같으면 늦을 수도 있겠거니 늦은들 무슨 대수일까 마는 그날은 다른 것도 아니고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느냐 마느냐가 걸려있는 중대한 결과가 너무 궁금했던 것이다.

아무튼 거래처와 약속도 못 지키고 호텔로 먼저와 정해진 방으로 올라오며 느린 승강기까지 탓하며 방에 들자마자 만사 재치고 불이 나캐 노트북을 연결해 보니 아뿔싸!!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 났다는 비보가 조선닷컴에 떠 있다. 한마디로 망연자실이다. 이 노릇을 어쩌면 좋은가????

혹시나….9회 말 투아웃의 상황에서 역전만루홈런을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그것은 허망한 바람이고 꿈이었다. 이제 모든 건 끝났다. 가장 어리석은 것은 처해진 입장을 두고 망연자실하고 있는 것이다. 더하여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것이다. 보다 빨리 이 난국과 불리한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그래도 아직 헌재라는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 있다. 그 불씨를 살려야 한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그리고 이번 사태로 가장 주목을 받은 만큼 욕을 얻어먹은 데가 어디일까? 두 말하면 조디 아픈‘조선’이라는 이름의 언론매체다. 똑 같은 질량과 함량의 박근혜 까대기를 하고도‘동아매체(조선만 모르지…솔직히 동아는 조선이 욕먹는 것을 즐기는 듯한 논조를 폈다.)’는 피해 갔는데 조선매체는 신문을 포함한 종편까지 온갖 비난과 타매를 받고 독자와 시청자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사태의 진원지도 진원지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국민(독자)으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고, 반하여 독자(국민)들이 지독한 배신감에 몸을 떨었기 때문이다.

나만 그럴까? 비행기를 문을 들어서기 전 가지런히 놓여 있는 찌라시를 포함한 십 수 종의 신문 중에,,, 그렇게 저주하고 욕을 했던‘조선일보’를 빼들고 들뜬 마음으로 좌석에 앉아 신문을 펼쳐 드는 나를 본다. 죽어도 보지 않겠다는…한 때 조선일보 화형식을 하겠다면 동지를 규합했던 그 조선일보가 무의식중에도 내 손에 잡힘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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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중에 집어 든 조선일보를 호텔 침대 위에서도 펼쳐 본다.

할 만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수호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막아 보겠다는 우리 모두가 할 만큼 했다. 반하여 조선매체도 대통령을 탄핵 시켜야 한다는, 탄핵 시켜야만 사원(社怨)도 갚고 살아날 수 있다는 정권과 언론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으니 할 만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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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일 놈 살릴 놈 암만 그래도…인터넷도 역시 조선으로 연결한다. 이 중독을…..어찌…

문제는 이제부터다. 조선이 정권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는지 모르지만 독자들로부터 버림을 받았으니 이는 한번 싸움에 패한 것보다 더 큰 망조의 길로 들어섰으니 이를 두고 과연 승리라고 할 수 있을까? 독자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조선이 유리한 논조를 펼쳐야만 헌재도 선동 질에 부화뇌동했던 국민도 돌아 설 수 있을 것이다.

감히 적이라고 말하겠다. 적들은 지금 환호작약, 희희낙락하고 희열에 들떠 있다. 마치 저희들이 승리한양 점령군인양 아니 그 보다 완장 찬 앞잡이가 되어 저희들에 주어진 마녀사냥의 나머지 과업을 완수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막을 방법은, 저 오만하고 방자스런 적의 같잖은 작태를 방지하고 최후의 승리를 가져오게 할 우군은 그래도 조선매체 밖엔 없다. 이제 남은 방법은 조선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조선에 할 말을 하자. 조선에 기대어 보자. 비록 그것이 병 주고 약주는 것일지라도…..

 

 

 

덧붙임,

어제 욕을 디립다 한 기사이야기를 거래처 사장에게 했더니

중국도 매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 주말을 즐기러

차량들이 교외로 빠져 나가기 때문에 교통 혼잡을 빚는단다.

하여 어제 10여 년 지기의 운전기사를‘fire!’하기로 한 걸

취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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