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불치병에 걸린 노통.

어떤 농부가 여우에게 닭 몇 마리를 도둑질 당했다. 농부는 여우에게 원한을 품었고 덫을 놓았다. 어느 날 덫에 한 마리의 여우가 잡혔다. 농부는 여우에게 보복을 결심하고 여우꼬리에 기름을 적시고 불을 붙였다. 뜨거움에 화들짝 놀란 여우는 비명을 질렀고, 농부는 복수를 했다는 마음에 흐뭇했다. 그러나 꼬리에 불붙은 여우는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길길이 날뛰다 농부가 지어 놓은 밀밭으로 뛰어들었다. 때는 마침 밀의 수확기였고 잘 익은 밀 이삭에 불이 옮겨 붙어 밀은 홀랑 타버리고 들판은 재만 남았다. 이솝우화의 한 대목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 어릴 때 선친께서 공무로 출장이라도 가시면 그 기간 동안 집안이 썰렁하고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들곤 하였다. 그러다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날은 혹시라도 아버지 손에 들려있을 오화탕(눈깔사탕)에 대한 기대와 함께 아버지의 귀가가 기다려지곤 했던 것이다.

내가 장성하여 일가를 이루고 업무로 자주 집을 비우던 때, 내 아이들과 마누라 역시 내가 출장지에서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기별 받은 그날 저녁은 작으나마 평소와는 다른 저녁을 맞곤 했던 것이다. 물론 나 자신도 나를 기다리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설레임의 감정이 솟곤 했던 것이다.

가령, 선친이나 내가 가족들에게 행패를 부리며 가정폭력을 일삼는 폭군적 아버지고 남편이었다면 가족들의 가슴 설레는 기다림이 있겠는가? 만약 선친이나 내가 일말이라도 그런 기질을 가진 가장이었다면, 아마도 어떤 기다림 보다는’제발, 돌아오지 말았으면,,,,’하는 약간은 주술적이고 저주 섞인 바람을 하지 않았겠는가?

그러고 보면 대통령은 한 가정의 가장이자 온 국민의 가장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런 가장의 잦은 해외출장길에 일로평안(一路平安)과 무사함을 비는 것이 국민 된 도리일 것이다. 마치 선친과 내가 출장 때문에 잠시 집을 비울 때와 같은 모습으로 어떤 기대와 설레는 마음으로 가장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은 가장이 집을 비우면 집안이 조용해지고, 부재중의 기간 동안만큼 집안이 평화와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으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 집구석이다.

또 시작이다. 가장께서 집에 돌아 오시자마자 왕짜증을 부리며 식솔들을 달달볶는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달달볶아 될 구실을 만들었는지, 귀가 하자마자 가족 대표회의 석상에서 대갈일성으로”외교부장관과 국정홍보처장에게 세계 각국의 기자실에서 기자 몇몇이 죽치고 앉아 담합하는 사례가 있는지 조사해서 보고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렸다.”얼마나 큰소릴 치셨으면 식구들의 귀에 내지르는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그놈의’언론에 대한 적개심’특히’조중동에 대한 증오심’은 노통의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 까진 결코 낫지 않을 불치의 병이다. 이제 그 증상이 편작과 화타가 있다한들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심은 제 스스로를 망치는 부메랑이 되고 말 것이다.

언론에 대한 적개심이나 증오하는 것도 어느 정도껏 해야지, 제 성질난다고 함부로 대하거나 심술을 부려서 되겠는가. 정말 한심하고 안타까운 것은 통찰력이 전무한 대통령의 수준이다. 그는 국민이 언론의 기사 한 획과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줄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나 보도는 참고 사항일 뿐이지 절대적 답은 아닌 것이다. 어떤 놈이 노비어천가를 불러 언론에 났다고 하여 믿을 놈 없고, 노통을 졸라 때린다 하여 또 믿을 놈이 얼마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뻑 하면 표출시키는 언론에 대한 적개심이나 증오는 노무현 자신을 더 불행하게 만들 뿐인 것이다. 여우의 꼬리에 기름을 적시고 불을 붙였는가 모르되, 화들짝 놀란 여우가 밀밭에 뛰어들 생각은 왜 못하는가? 참으로 불쌍한 인간이 아니고 무엇인가?

하이고~!불치병 걸린 자에게 백날을 얘기하면 뭘 하겠는가. 조디만 아프게….한 사흘 조용해서 살만 하더만,,,,돌아오자마자 나라가 시끄러워 해 보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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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의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