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사대: 그 때나 지금이나(2)

제목: !!! 우리 대통령

며칠 전 가슴 뭉클한 기사와 기분 꽤나 씁쓸한 기사가 있었다. 먼저, 한 70대 할머니가 P대학교 병원원장실 문을 조심스레 두드렸고, 그 자리에서 꼬깃꼬깃한 봉투하나를 병원 관계자들에게 내밀었다. 봉투 속에는 35만원이 들어 있었고, 눈물을 훔치며 사연을 얘기하셨다는데,,,,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던 시절 할머니의 한 살 배기 아들이 급성폐렴에 걸려 무조건 병원으로 들쳐 업고 가서 치료를 받았으나 치료비20만 원이 없는 관계로 아이를 업고 몰래 병원을 빠져나온 것이35년 전 이었다는 것이다. 그 후로 마음에 커다란 짐을 안고 살아오셨는데, 그때 죽을 고비를 넘긴 아들이 장성하고 집안 형편도 나아지자 더 늦기 전에 빚을 갚아야겠다고 결심한 할머니는 P대학병원으로 한달음에 달려와 당시 내지 못한 치료비20만 원에 조금의 성의를 보탠35만 원의 봉투를 고해성사하는 기분으로 내미셨던 것이다. 물론 병원 관계자 되는 분은 할머니의 손을 맞잡으며 흔쾌히 봉투를 받았고35년 세월을 지나 돌아온 치료비는 병원발전 후원금으로 유용하게 사용하기로 했다는 가슴 뭉클한 기사다.

또 다른 기사는, 게리쿠퍼의 흘러간 명화’하이눈’도 아니고, 새벽1시에 대로변에서 두 사나이가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혈투를 벌이다 코가 깨지고 무르팍이 까지고 했단다. 문제는 두 사나이가 혈투를 벌인 사연이 씁쓸한 것이다. 부부싸움을 대판벌이던 어떤 젊은 여편네가“남편이 자꾸 나를 때리니 도와 달라”며 옛날 애인에게 구원을 요청했고, 이에 발끈한 옛 애인은 정의감(?)에 사로잡혀 택시를 타고 오다가 남편과 조우하여 합의하에“한 판 붙어보자”고 제의하고 격투가 벌어졌는데, 이후 상처가 많이 난 옛 애인이 남편을 폭행혐의로 고소하면서 이 사건이 세상에 밝혀진 것이다. 젊은 마누라년도 웃기는 년이고, 오지랖 넓은 옛 애인 놈도 웃기는 놈이고, 그런 웃기는 년 데리고 살다가 새벽의 결투를 벌이는 남편도 웃기는 놈이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 더더욱 웃기는 기사가 있다. 노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 중인 보잉사의 회장을 접견한 자리에서“나는 매일 보잉사 비행기타고 다니는데…전용기 사자고 했더니 국회에서 예산을 깎아 앞으로 전세기를 더 타고 다녀야겠다.”면서“내가 전용기를 사자는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고 다음 대통령을 위해서인데…”라고 말했단다. 대통령 전용기를 도입키로 하고 그 첫해 예산으로 내년에300억 원을 책정했는데 국회가 전액 삭감한 것을 두고 하는 얘기였단다.

사람이 사노라면, 가슴에 손을 얹고, 국가 또는 각자가 소속되어 있는 집단이나 사회에, 그것도 아니면 가족에게라도 고해성사나 고백할 일이 없을까? 뭐, 나 같으면 결혼 후 옛 애인 두어 차례 만났다가, 나의 이상한 행동을 마누라의 집요한 추적과 추궁이 시작되었고, 결국 걸려들어 고백 아닌 자백적 이실직고와 참회의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ㅎㅎㅎ…(사실은 웃을 일이 아닌데…-.-;;;)아무튼 누구나 경중을 논하기 전 70대 할머니 같은 양심선언할 일이 한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또 반면 분통터지고 얄미운 상대가 있으면 어떤 대상에게 속된 말로 꼬나 바치기도 하는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오죽했으면 고자질을 하겠느냐’얼핏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꼬나 바칠 대상이나 꺼리 정도는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세상에 아무리 남편이 미워도 고자질할 대상이 옛 애인일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대한민국 국회가 밉기로 전용기도입예산삭감이 되었다고 제 나라 국회를 꼬나 바치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뭐라구? 꼬나 바친 게 아니라 대통령의 양심선언이라구? 헷갈리는 아침이다. 아~!!! 우리대통령!!! 감탄사가 절로 터지는 아침이기도하고…..

 

2007년 1월 중순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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