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정의 복수극과 용서(容恕)

참, 이상도 하지? 나와 마누라는 연속극과 연예 프로를 전혀 보지 않는다. 40여 년을 함께하며 티격태격 의사충돌을 일으키며 살아왔지만 딱 하나 반문화(연속극. 연예프로)적 입장에선 정말로 찐한 동지애를 가지고 살아왔는데 지난 가을부터 그 동지애가 점점 식어가고 있다. 어떤 일로 주말부부가 된 탓이다.

산골의 하루는 특히 동절기엔 적막강산에 지루하기 짝이 없다. 보통은 새벽잠에 깨어 이런저런 전자신문보기 그리고 게시판 썰 한 자락 올리고 나면 딱히 할 일이 없다. tv 켜고 지상파 3사와 ebs까지 훑어 가다가 종편으로(요즘은 아예 안 보지만…)넘어가서 적당한 프로가 있는지 그도 없으면 스포츠방송국의 복싱 또는 ufc프로를 보며 내가 선수가 된 것처럼 온몸을 비틀기도 하다가 그것마저도 지겨우면 운동(걷기) 그리고 낮잠 때리는….이런 일상이 마누라가 없으니 아예 공식(?)화 되 버렸다.

그런 어느 날 tv채널을 이리저리 바꾸는 과정에서 어떤 남녀가 앙칼지게 싸우는 장면이 눈에 확 들어온다. 아무리 연속극이라지만 그래도 싸움구경 아닌가. 바삐 움직이든 채널 버튼을 잠시 멈추고 싸움구경을 할밖에. 남녀의 싸움이 쉽게 끝났으면 좋았을 걸,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치열하고 오래 간다. 그 바람에 넋이 나갔고 정신을 차렸을 땐 궁금증만 잔뜩 남긴 채 연속극이 끝났다. 그러나 뭐…. 연속해서 본 것도 아니고 저러다 말겠지 하고…그게 아침이었는지 저녁이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나 역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새해가 밝아온 2017년 1월의 어느 날 아침 여전히 하루의 일상이 시작되었고 역시 tv채널을 돌리고 있는데…. 언젠가 본 그 두 남녀가 또 싸우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었다. 좀 오래 되긴 했지만 그 장면을 보면서 그 극의 줄거리가 머릿속으로 형성되며 그날 분량의 극이 끝났을 땐 다음 장면이 도저히 궁금해서 아니 볼 수 없게 된 것이 그 후부턴 본방사수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KBS2 아침9시 연속극‘저 하늘에 태양이’라는 프로가 있다. 한마디로 막장 드라마며 복수를 노리는 치정극이다.

남녀 주인공은 연인 사이였던 모양이다. 치정극이 그러하듯 어찌 하다가 갈라섰는데 그냥 좋게 헤어졌으면 될 것을(뭐 하긴.. 그렇지 않으면 치정극이라고 할 수 없지만…)불공대천이나 살수지부 같은 원수가 되어 헤어졌는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의도적으로 노린 것인지…둘은 어떤 재벌가의 며느리와 사위가 되어 있었다. 즉, 여인은 재벌의 장남과 결혼하고 남자는 딸과 결혼을 하여 그것도 한 집안에서 생활하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재벌도 그 집에 사는 모든 가족도 그 사실(두 남녀가 연인이었던 …)을 알고 있었고 인정하며, 불편하지만 그런 속에서 함께 생활해 나가지만 두 남녀는 그 공간에서도 마치 추리극의 주인공처럼 사사건건 부딪치며 서로를 음해한다.

그런데 최근에 이르러 가장 큰 문제는 남녀 사이에 사내아이가 하나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재벌(국회의원 겸)은 그 사내아이가 자신의 친손자로 알고 유서에 지분의 상속까지 할 정도로 금이야 옥이야 귀여워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보통 불륜에 의한 막장드라마가 아니다.

따지고 보면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위 놈의 친자를 자신의 피가 섞인 친손자로 알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귀여워했던 것인데 며칠 전 그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노발대발 분노를 산 며느리는 친정으로 쫓겨났고, 설상가상 아이가 백혈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과정에서 오히려 친부의 골수는 부적합하고 의부의 골수를 받아 수술 후 새 생명을 얻고 친손자로 인정 받으며 다시 할아버지(재벌)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지독히도 억지스러운 막장 극이다.

내가 이런 막장 극에 흠뻑 빠져 본방사수를 하게 된 동기가 정확하게도 최순실 사태와 흡사하게 벌어지면서 시작이 된 것이다.

일부함원오월비상(一婦含怨五月飛霜)이라, 회를 거듭하며 극의 전개를 생각해 보니 한 여인의 한 스린 복수극이다. 여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부정과 비난꺼리를 끊임없이 재벌에게 이실직고 하려고 하지만 남편의 만류와 아이의 친부 즉 옛 애인의 간교하고 악랄한 수법에 말려 그 범죄에 가까운 부정적 사실을 고백하지 못하다가 결국 어떤 사건으로 인해 재벌이 알아 차리는 과정을 그렸고 쫓겨나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러나 본의든 타의든 이제 모든 사실을 이실직고로 용서를 구한 후 다시 재벌의 며느리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최순실 사태가 벌어졌을 때 나는 가장 먼저 ‘최순실과 고영태가 벌인 치정에 의한 막장극’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강력한 주당을 한 썰이 어딘가에 남아 있다. 그리고 아직도 그 생각과 주장은 불변함이다. 고백을 하고 용서를 구하는 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며느리는 자신의 잘못을 재벌에게 몽땅 털어 놓고 용서를 구했고 재벌은 받아 들였다. 비록 막장 드라마지만 사필귀정이라는 것이다.

 

엊그제 게시판에 이런 썰을 풀었다

이제 진실을 털어 놓자.

최순실이 날카롭게 째려보자, 고영태 외면분위기 냉랭

청와대가 오죽하면 “탄핵심판 사건의 시작은 최씨와 고씨의 불륜”이라고 주장했겠나?

쪽 팔릴 대로 팔린 거 남은 수치심이라도 있냐?

이 참에 확 불어서 고가 놈의 악랄함을 세상에 알리고

대통령님 살리자! 응!?

 

거듭 얘기 하는 거지만, 용서를 빌고 용서를 받는 만큼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 더구나 요즘 같이 한 계집과 사내가 저지른 불륜의 막장드라마 때문에 국난의 위기는 물론이고 일국의 대통령까지 곤란지경에 빠트린 막장드라마를 이젠 끝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2월 8일 at 8:30 오전

    요즘 드라마의 대부분이 그런 소재들입니다.
    시청자가 뭔가 짜릿해야 흥미를 느끼거든요. 욕해가면서도
    보고 또 보는게 드라마지요. ㅎ

    치정? 정말 무섭습니다.
    그게 뭔데 나라까지 이지경으로 만들고…

    • ss8000

      2017년 2월 8일 at 2:29 오후

      막장 막장 하기에 어떤 것인지 몰랐습니다.
      그런 게 막장이라고 표현 할 수 있도록 극이 만들어 졌습니다.
      말도 안 돼는 내용의 극. 그런데 흥미가 끌리는 건 또 뭔지?
      확실히 정신적 자학에 가까운 그런 현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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