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로 본 블랙리스트.

관도대전(官度大戰)에서 원소군과 밀고 밀리는 접전을 벌이든 조조가 최후의10면 매복계로 원소군에게 압승을 거둔 후 원소의 본거지인 기주성을 점령하든 해가 서기203년(단기2536년, 중국漢헌제 건안8년, 신라 내해이사금8년, 고구려 산상왕7년, 백제 근초고왕38년)이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때, 수하 모사 중 하나가 한 통의 편지를 전해 준다. 그 편지는 조조군이 원소군에게 밀려 전황이 급박할 때, 원소에게 투항하겠다는 투항서이며 그곳에는 투항자의 명단이 빼곡이 적혀있었다. 조조의 중신들은 조조에게 그 명단에 있는 자들을 모조리 참형에 처하라고 아뢴다. 그러나 조조는“원소가 강성할 때는 나 자신도 그가 두려웠다. 하물며 전황이 어려울 때 아랫사람이야 말 해 무엇 하겠는가”라는 말 한마디로 그 편지를 소각시켜 버린 것이다. 이것이 곧 요즘으로 치면 블랙리스트요 좀 심하게 표현하면 살생부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나 비록 간웅이지만 조조의 대범한 정치역량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조조가 오늘날도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그에 대한 평전들이 수두룩하게 만들어져 특히 정치하는 자들 경세(經世)의 바이블로 연구대상이 되는 것은 바로 조조의 이러한 정치역량 때문이다. 물론 모든 정치가가 조조처럼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 새벽 저 아래 촌철살인 검법의 초대 장문‘이활 선생’의‘평범한 가정에도 필요한 블랙리스트’라는 글을 읽고 문득 나름 생각나는 대목이 있다.

고등학교를 다섯 군데 옮겨 다닌 나의 학창시절, 나는 늘 블랙리스트의 대상에 올라 있었다. 중. 고교 아니 초등학교도 마찬가지다. 학(년)기 초에 담임선생님들은 자신의 반 아이들‘학생 생활기록부’라는 것을 만든다. 인성. 싸가지, 성향, 부모의 직업 심지어 가정방문이라는 명목으로 재산의 유무까지 조사해서 기록부를 만든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문교당국이 시켜서 하는 것이고, 나 같은 꼬~올통은 별도의 리스트를 작성하여 다음 학년 선생님에게 그 리스트를 대물림까지 한다. 내가 이런 블랙리스트의 피해자가 돼 봐서 알지만, 사실 그런 리스트가 만들어지게 한 것은 나 또는 나 같은 싸가지 없고(선생님에 눈에 비친) 불량한 놈들이 스스로 만들게 한 것이다. 매년 블랙리스트에 올랐지만 불만을 가진 적도 가질 이유가 없었다.

블랙리스트의 반대 개념은 뭘까? ‘화이트 리스트?’아니면 ‘블루 리스트?’ 어렵게 따질 것 없이 ‘표창장 또는 상장’은 어떨까? 나 같은 놈과는 달리 성적이 우수하거나 품행이방정한 아이들에게 표창장도 주고 상장도 준다. 이 또한 리스트를 작성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리스트도 없이 선생이 생각나는 대로 롯데 츄잉 껌 통에서 껌 뽑아내듯 무작위로 뽑아낼 수는 없잖아?

생각을 해봐라! 블랙리스트가 있으면 반드시 반대 개념의 화이트 리스트도 있을 것이다. 문화계에 종사하는 놈 중에 빨.갱.이 짓만 하는 놈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지 않은가. 노무현은 블랙리스트를 먼저 만드는 대신입속의 혀처럼 놀아 줄 영화감독 하던 친구를 문화계의 수장으로 앉히지 않았던가? 뿐만 아니라 문某, 명某 하는 식으로 자신의 홍위병을 선임하여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던가? 그런 블랙리스트가 노무현 때는 통하고 박근혜 정권에는 불법으로 취급하는 이유가 뭐지?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화이트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그 정권의 또는 그 학교의 재량이자 인지상정인 것이다.

 

이활 선생의 촌철살인 말미에 이런 대목이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1987년 황조근정훈장

1990년 청조근정훈장

1990년 5.16민족상(안보부문)을 받은 국가유공자이다.

 

이 의미는 무얼까? 국가에서 작성한 장한‘화이트리스트’의 주인공이라는 의미다. 5천만 국민 중 훈장 하나 받는 것도 대단한데 셋씩이나 받은 유공자를 무슨 중죄인처럼 굴비두름 엮듯 꽁꽁 묶어 짐짝 취급을 한다는 것은 이 나라 스스로가 누워서 침 뱉은 자충수를 둔 것이다. 나라에서 수여한 훈장은 쓰레기만도 못하다는 걸 여실히 증명한 작태를 이 나라 특검과 야당이 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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