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귀국길 대박(3부)

가능하다면 줄 서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일 전에도 밝혔지만 아무리 맛 나는 음식이나 요리 집도 줄을 서서 기다리며 먹는 짓은 못한다. 그래서 예약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나 이지만 결국 자동발권을 포기하고 장사진처럼 긴 줄이 널어선 곳에서 차례를 기다리기로 했던 것은, 차디찬 기계에게 복도 쪽으로 좌석을 달라며 부탁하거나 사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간미가 있을 인간에게…

30여 분을 기다린 끝에 내 차례가 되었고 좌석을 좀 바꿔 달라고 비굴한 웃음을 먹어가며 호소를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냉정한 대답뿐이었다. 만약 우리 사람이었다면 통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영어가 짧으니 애틋하게 호소하는 감정을 실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선진국이라는 데가 원래 감정 보다는 법과 규칙이 우선하기 때문일 것이다.(사실이 그렇다. 내가 아니면 누군가가 창가로 좌석이 바뀔 것이니 부탁한 나도 그리해 주지 못하는 항공사 직원도 서로 얼굴만 붉힐 일이다. 설령 내 부탁이 통했다 치더라도 이 또한 적폐(積弊)의 하나가 아닐까? 나 편하자고 누군가를 희생 시켜야 한다면 적폐(積弊)가 맞다.)

좀 머쓱한 기분으로 수하물을 붙이고 정해진 시간에 게이트를 통과하여 드디어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내 자리를 찾아 착석을 한 것은 불문가지다.

나는 좌석에 앉으면 무조건 안전벨트를 맨다. 그것은 어쩌면 운전대에 앉으면 자동적으로 안전벨트를 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내의 벨트가 불편하면 자동차의 그것과 달리 충분히 조정할 수가 있다. 그냥 매고 있으면 된다. 그런데 그걸 귀찮아하고 이상기류를 만났으니 매라거나 아니면 승무원들의 지적을 받아가며 맬 이유가 있나? 그걸 그리도 못 참나?(이런 부류가 더 많다. 어떤 대통령이 취임을 하면 한 달도 못가 실적이나 치적을 내라며 개수작 부리는 족속들 많다. 그리곤 취임 초부터 두들기고 흔들어 댄다. 참을성이 없는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과 취임 때도 마찬가지다.)

승무원의 지시(?)나 지적을 받지 않을 만큼의 준비를 하고 밀려오는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는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에 비행기의 이륙하는 속도감과 굉음으로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예정 시간 보다 약40분 늦은 출발이다. 그런데 그 순간 기분이 이상하다. 뭔가 허전하고 외로운 기분이 든다. 비행기를 자주 타다 보면 가끔 그런 행운이 있다.

기종에 따라 국제노선 비행기의 좌석은 보통, 3 3(소형), 2 3 2(중형), 3 3 3(중대형 한-캐 왕복 Air Canada 주 기종), 3 4 3(대형: 칠레 행 때 잠자다가 쫓겨난 기종)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형(2 3 2)정도만 해도 창가 쪽은 참을 만 하다. 덩치 작은 사람 만나면 화장실이라도 이용할 때 발을 높이 들어 건너뛰면 되니까. 소형과 중. 대형이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가끔 중형비행기에 옆 손님이 없는 경우 독차지하며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소형이나 중대형인 경우에도 한 사람의 좌석이 공석이 되면 쌍방 합의 하에 그나마 넓은 공간이 주어지는 행운이 따르는 것이다.

솔직히 나만 그런 것 아닐 것이다. 비행기 문이 닫히기 전까지 속으로‘제발! 옆자리가 공석이 됐으면….’하고 빌어 마지않는다. 그 기도가 간절하면 가끔 통하는 경우가 있다. 그게 바로 행운인 것이다.

30-40분간 깊은 아니 단잠이 들었다가 깨어 보니 비행기는 요란하게 굉음을 울리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데 외롭고 허전한 이 기분은 뭘까?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3 3 3 좌석에 나 홀로 앉아 있는 것이다. 아! 그 심장 떨림… 어쩌면 그것은 당혹감이었을 것이다. 세상에~ 이게 뭐란 말인가? 11시간 아니면 12시간을 나 홀로…어마어마하게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이게 말이나 될 소린가? 나는 그런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을 아직도 간직하고 이 썰을 풀어 나간다.

 

어제 유기거름 포대 100여 개를 밭에 뿌렸다. 사실 손가락이 지금 많이 아프다. 독수리 타법에 지장이 많을 정도로… 나머지는 내일로…

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4월 4일 at 7:58 오전

    돌아오셔서 바로 농사일 시작하셨군요.
    좌석이 옆이 비어서 완전 대박나셨습니다.

    저는 잘 다녀왔는데 좀 힘들어서 아침에 병원 가볼까 합니다.
    좀 어지럽네요.
    이제는 아무짓도 말고 그저 집안에나 있으라고 하는 신호같아서
    씁쓸합니다.

    • ss8000

      2017년 4월 4일 at 3:00 오후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젊은 사람도 여행 다녀 오면 피로감을 느낍니다.
      더구나 어무리 이웃 나라라고 하지만 해외여행이십니다.
      오죽하면 집 나가면 개 고생이라고 하겠습니까?

      그제 캐나다에 남아 있는 쌍둥이 언니 수라랑 통화 하는데…
      “할아버지~! 나 대한민국에 가고 싶어요!” ㅎㅎㅎ….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병원 다녀 오셔서 며칠 운기조식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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