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아내의 입과 어떤 이웃.(1부)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라지만, 나 자신이 과연 그런가? 생각해 보면 결코 그러하지 못하다. 매일 이런저런 정치에 관한 뉴스도 모자라 루머나 네가티브를 썰로 옮기는 것부터가 중천금(重千金)은커녕 단 돈 반 푼어치도 안 된다. 하긴 그러고 보면 종편의 패널로 나와 정치. 사회를 망라하여 되도 않는 시사평론 하는 사람들은 남아(男兒)가 아니라 남아도는 잉여인간이 아닐까?

지금도 그러하지만 아내는 연애할 때부터 말 수가 적은 여자였다. 그 뿐 아니라 내 앞에서 한 번도 깔깔거리며 웃는 걸 못 봤다. 周유왕의 애첩 포사가 평생 웃지 않기에 그녀의 웃음을 사기 위해 천금의 상급을 걸고 그녀를 웃겼다고 천금소매(千金笑買)라는 고사가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아내를 웃기기 위해 오히려 내가 가벼운 처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씨~익 한 번 웃어주는 게 고작이라 맥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어떨 때는 술을 전혀 입에 댈 줄 몰라서 그런가? 하고 술을 권해 보기도… 그러나 소용이 없었고(지금은 한두 잔 한다.)… 아무튼 정말 재미없는 여자는 확실했다.

겨울에 아무리 눈이 와도 한 번도 제설작업을 나오지 않았다. 같은 골목에 그것도 바로 대문을 마주하는 집구석에서 그렇게 비협조적이었다. 나보단 7-8세 아니면 더 먹었을까? 아무튼 평소 골목길에서 만나면 깍듯했고 점잔은 양반이었고 어쩌다 가끔씩 만났기에‘별고 없으시지요?’하는 정도의 가벼운 인사 외에는 말을 섞지 않았다. 반면 아주머니는 우리 집에도 가끔 와서 차를 마시며 아내와 담소도 나누고 언젠가는 아내가 그 집에 가있는 걸 모르고 전화를 했다가 차 마신다는 아내의 전화를 빼앗아‘빨리 건너와 차 한 잔 하시라’는 초청(?)에 그 집안의 구조도 궁금하여 그 댁에서 차도 한 잔 하고 나왔었다.

우리 집만 뺀다면 단독주택가인 골목 일대가 거의 상류층이다. 앞집만 하더라도 강남에 크지는 않지만 빌딩을 소유하고 있고 현재 50이 가까운 장가 안 간 아들은 그 빌딩의 아래층 일부에서 카페, 레스토랑, 사무실 등 자주 전업(轉業)을 했다고 하니 사업이 썩 잘되는 건 아니었던가 보다. 그러나 뭐 부모의 빌딩이니….누나 되는 이가 하나 있는데 호주로 유학 갔다가 현지인과 결혼해 살고 있다고 했고 어느 핸가는 정말 인형 같은 서양아이를 데리고 휴가를 보내러 잠시 귀국한 것을 보았다. 그런 거 보면 속내야 어떤지 모르지만 재산도 있고 행복한 집으로 보였다.

있는 놈이 더한다고,,,차고가 있으면서도 그 차고를 일부 개조하여 방을 넣고 세를 받고 나머지는 창고로 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자신들의 차(아들 차까지)두 대와 세 사는 사람의 차까지 몽땅 내 집 담 아래로 주차를 하다보면 내 집 차고까지 영향이 있는 경우가 가끔 생기기 때문에 불만이 쌓여 있었다. 그러다 다행히 나는 이곳 골짜기로 귀촌을 했으니 그런 것들과는 불심상관이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집만 해도 그렇다. 아들며느리(차고에 주차) 아래 층 사는 작은딸 내외 차가 세 대나 되고 어쩌다 나 자신이 서울 집을 가면 내 차는 물론이려니와 큰딸 내외가 아비 왔다고 오면 워낙 우리 집 담이 길어서 그렇지 주차공간이 원활한 것만은 아니다.

작은 딸아이가 쌍둥이를 출산하고 그 쌍둥이가 어린이집을 가기 시작하며 등. 퇴원을 시키기 위해 어쩔 수없이 차를 한 대 구입한 얼마 후 누군가 새 차를 찌그러트렸다는 것이다.

경험들 해 보셨겠지만, 헌 차도 그러할 진데 새 차니 오죽 쓰렸겠는가? 주위를 살펴보니 앞집의 아주머니 차(십 년은 훨씬 넘었을 고물 차)가 비슷한 찌그러진 부분이 있어 위층에 설치한 방범용cctv를 돌려보니 하필이면 사각지대라 심증은 굳은대 증거불충분이라 함부로 발설하지 못하고 그냥 자손처리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지 않아 이번엔 앞 범퍼가 완전히 찌그러지고 상대차량의 잔해까지 길바닥에 떨어져 있기에 주차된 아주머니 차를 살펴본즉 그 차의 잔해였다는 것이었다. 당장 달려가는 것보다는 일단cctv를 돌려보니 이번엔 그 아주머니가 주차를 하더니 딸아이 차와 자신의 차를 왔다갔다 돌아보고 그냥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혔다는 것이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4월 14일 at 9:05 오전

    고약하네요.
    남의 차 받아놓고 시치미 떼다니
    나쁜 사람같에요.

    • ss8000

      2017년 4월 15일 at 5:39 오전

      알고 보니 치매끼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여자가 차를 몰고 다녔으니
      그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지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