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아내의 입과 어떤 이웃.(2부)

어제 1부에 올린 얘기 몽땅100% 딸아이와 중간에 간간히 끼어든 며느리(cctv를 함께 봤으니…)로부터 전해들은 것이다. 아내는 이 사실을 알고도 내게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오히려 내가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다그치자“그렇다네…”이 한마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딸아이는 울화와 분통을 삭여가며 앞집 대문의 요비링을 누르고 차분히 이만저만해서 왔다고 고하자 할머니(이하 할머니….딸아이가 부르는 호칭)가 나오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황을 얘기 했더니‘나는 그런 적 없다’며 심지어 부서진 현장을 보여주어도 완강하게 시미치를 떼더라는 것이었다. 설왕설래 주위가 시끄러우니 점잔은 주인양반까지 나오게 됐다는 것이었다. 주인양반에게 그 간의 사정을 얘기하고 집으로 모셔서 cctv를 함께 돌려 보여 주며 뺑소니로 고소하겠다고 하자 그때서야 주인양반은 보험처리해 주겠다며 동의 하는데 할머니는 그때까지도 자신이 한 게 아니라며 시치미를 땠다는 것이다.

어쨌든 주인양반의 배려(?)로 보험처리를 하고 그 일은 무사히 넘기며 딸아이와 며느리는 내게‘아무래도 앞집 할머니 치매 같다’고 고자질(?)해 왔었다. 약간의 실랑이는 있었지만 무사히 범인도 잡고 보상 아닌 보험처리도 했으니 골목은 다시 평화가 왔고, 그 일이 있고 난 후 앞집의 할머니 차는 폐차를 시켰다는 것이고 노부부는 콜택시로 출입을 하며 정답게 지내며 어느 날인가 우연히 딸아이에게‘차 운전을 안 하니 이렇게 편할 수가..’라며 자랑 비슷하게 하더란 것이다.

오래 전 앞집 할머니의 전언(자랑)에 따르면 주인양반은 젊은 시절 보따리장사(무역)로 돈 꽤나 벌었고 강남의 빌딩도 그때 마련했다고 했다. 같은 보따리장사지만 나와는 언놈들 말대로 級과 格이 달랐던 모양이다. 하긴 제설작업을 안 나와서 그렇지 뽕짝이나 팝송을 좋아하는 나 보단 뭔가 격이 달라 보이긴 했었다.

그 집안의 다른 특징은 비발디의 4계 중 겨울을 제외하곤 2층 현관문을 상시 열어 두는 습관이 있었다. 언젠가는 열어 둔 현관을 통해 한 밤에 강도가 들었는데 그 아들과 마주치자 아들이 설득하며 밤새 함께 양주 두 병을 까고 잠들어 있는 강도를 깨워 보냈는데 그 강도가 나중 다른 곳에서 범행을 저지르다 붙잡혀 현장검증을 나왔더라는 전설(사실)까지 있었지만 그래도 문 열어두는 습관은 버리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런 즉 가끔 자신(할배가…)이 직접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러도 지식 있어 보이게 테너 정도의 성음(聲音)으로 가곡을 불러 대고 하는 걸 보면 나 같은 놈은 족탈불급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가끔 벌어지는 육두까지 포함된 부부싸움까지 적나라(赤裸裸)이 들려올 땐 나보다 더 무식한 것 같기도 했다.(나도 부부싸움을 하지만 절대 육두 만큼은…..철칙으로 삼고 있다)가끔 서울 집에 가면 근자에 이르러 두 양반의 싸움이 좀 잦은 것 같기도…뭐, 그냥 나만의 느낌이고 아내에게‘앞집 요즘 자주 싸우네..’그러나 아내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캐나다 큰딸과는 아내 보다는 내가 더 자주 통화한다. 굳이 따진다면 큰딸아이와 통화를 한다는 것 보다는 제일 큰손녀‘은비’와의 통화가 목적이다. 은비와 한참을 수다 떨다가 딸아이에게 미안해서‘엄마 바꿔 봐라!’그리곤 이런저런 공식적(?)얘기를 하며 통화를 마치는데, 그날은 막 통화를 마치려고 하는 찰라“아빠! 아빠! 그거 알고 있어요?”,도대체 밑도 끝도 없이 다급하게 외쳐댄다. “아니? 뭘…..”,별로 달갑지 않은 대답을 하자“아빠! 당장 인터넷에‘아령살인’이라고 쳐 보세요!”란다. “그게 뭔데..???”역시 시답잖은 태도를 보이자“아우! 아빠! 앞집 살인사건 났데요!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아령으로 때려 죽였데요!”라며 숨도 안 쉬고 고해바치는 것이었다.“근데 ,,너..이건 어디서 주워들었어? 더구나 캐나다까지…?”그러자 딸아이는 조금 전 강 서방(사위)이랑 통화했는데 통화 끝에 그런 뉴스를 전해 주더라는 것이었다. 결국 앞집에서 벌어진 부부싸움 끝의 살인뉴스가 캐나다로 수출 되었다가 국내로 역수입(반입)이 된 것이다.

통화를 끝내고 급히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역시 그런 사건이 벌어진 게 확실하다. 딸아이 자동차 사고 때부터 이미 예견 된 것이지만 할머니의 치매가 점점 중증으로 치달은 모양이었다. 신문기사에도 자세한 보도는 없이 7순 할아버지가 치매아내를 아령으로 죽였다는…정도.

검색을 해 보니 그런 일 벌어진 게 거의 열흘이 되 가건만 그 어떤 얘기도 아내는 해 주지 않았다. 그제 캐나다의 딸아이로부터 그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 어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자기 앞집 주인양반 아주머니 살인사건 났다며….”, “으~응!! 그랬다네. 그날 골목이 대단 했었어! 경찰이 오고 119가 오고 기자들이 오고.. 다음 날엔 KBS기자라며 또 오고…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문도 안 열어 주었지…뭐.”그때서야 주절이주절이 씨부려 대는 아내가 얄밉다.“근데 그런 큰 일이 났는데도 전화 한통 없었단 말야?”

 

거두절미 아내 딱 한마디‘ 거 뭐 좋은 소식이라고 전화를 해…’란다. 하긴 우리 마누라 좋은 소식이라고 전화 했을까? 싶다.

 

우리 마누라 내게 시집 올 게 아니라 어디 정보국 정보원으로 길러졌어야 하는 건데….3.1운동 당시 유관순 열사에게 모진 고문을 한 일경의 고문에도 우리 마누라 입 안 열었을 텐데….. 내가 이렇게 목석같은 여자와 산 다우……쯔~으~읍!!!

4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4월 15일 at 10:22 오전

    ㅎㅎ
    입 무거운거야 좋은거죠.
    치매가 힘틀지만 요양원 같은 곳도 있는데
    때려 죽이다니요.
    참 안됐습니다.

    • ss8000

      2017년 4월 15일 at 4:48 오후

      그렇지 않아도 이웃에서 그런 애기를
      하는 모양입니다. 돈도 있겠다. 요양병원에 모셨더라면…
      하긴 정말 짠돌이 같은 이웃이었습니다.

      폐차한 차도 근 25년을 탔다는 겁니다.
      강남에 빌딩까지 가진 사람들이 무엇이 그리 아까워….
      아까는 것도 한도가 있지..

  2. 김 수남

    2017년 4월 15일 at 2:10 오후

    선생님! 저도 은비 소식 궁금했는데 그렇게 통화하시는 안부 들으니 반갑습니다.이웃에서 안타까운 뉴스가 있어서 마음 아픕니다.어느 곳에서든지 선생님 계시는 곳에는 이웃분들도
    더 좋은 분들로 변화되어가시면 좋겠습니다.

    사모님 너무 멋지세요.아름다운시고요.하실 말씀 안하실 말씀 지혜롭게 잘 분별하심은 다
    선생님을 위하신 것임을 또 잘 아셔 주시는 것 같아요.두 분 모두 훌륭하십니다.

    • ss8000

      2017년 4월 15일 at 4:45 오후

      ㅎㅎㅎㅎ…
      수남님께서는 글 내용이나 솜씨로 보나
      제 아내완 전혀 다르신 분 같았습니다.
      모든 가족 특히 부군께 보통의 정을 쏟으시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속언에 이런 말 있지요.
      여우랑은 살아도 곰 하고는 못 산다…ㅎㅎㅎ…
      젊은 시절은 정말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결혼 생활 44년차 이고
      이젠 나이가 70이 되니 달관할 나이가 된듯합니다.

      이제와 여우면 어떻고 곰이면 어떠하겠습니까. ㅎㅎㅎ….

      수남님 가정사 그리고 생활사가
      부럽고 재미 납니다.

      이국 땅의 행복 늘 소중히 간직 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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