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수(頭須)와 텃새의 귀환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한 사람인 진문공은 제위에 오르기 전 형제간의 권좌 다툼에 밀려 19년 간 이 나라 저 나라로 쫓겨 다니며 망명생활을 했던 터다. 그리고 함께 망명생활을 했던 아랫사람들 중에는 영웅호걸이 많았지만, 개중에는 두수(頭須)같은 인물도 있었다. 두수도 처음엔 진문공의 인품에 반하여 영웅호걸들과 함께 고국을 탈출했으나 망명생활이 점점 길어지고 더구나 반대파에서 보낸 자객에 의해 목숨이 위태해 지자 망명생활에 필요한 자금과 경비 심지어 1종(식량)까지 몽땅 가지고 혼자 도망을 친다. 그 결과 진문공은 아사(餓死)할 위기까지 처했고 특히 개자추 같은 이는 자신의 허벅지살을 도려내어 주군을 먹여 살렸다고 할고담군(割股啖君)이라는 고사성어까지 만들었던 것이다.

어쨌든 긴 망명생활 끝에 권좌에 올랐지만 정국은 안정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안티들이 작당하여 연일 농성에 반란을 도모하려는 것이었다. 생각 같아선 일거에 무리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죽이려고 했으나 몇몇 충신들의 조언에 의해 大사면령을 내렸다. 그러나 안티들은 그 사면령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 불안한 마음이 되어 매일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작당하고 다녔음으로 오히려 정국은 더 어지럽고 불안했다.

이래저래 노심초사하는 중에 하루는 자신을 아사지경까지 몰고 갔던 두수(頭須)라는 놈이 갑자기 나타나 면회신청을 하는 것이었다. 수문장의 보고를 받은 진문공은 옛날 일을 생각하니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염치도 없는 놈이라며 크게 질타를 하고 당장 잡아들여 물고를 내려고 하자, 두수가 아뢴다. “흉악한 안티들도 살려주신다는 사면령을 내리시며 어찌 저 같은 놈은 죽이려 하십니까? 저를 죽여 지난날의 분풀이를 하실 게 아니라 차라리 운전수를 시켜주십시오.”두수는 말을 계속 잇는다. “신은 주공의 재물을 훔쳐 주공으로 하여금 굶주리게 했습니다. 이것으로 제가 주공께 큰 죄를 지었다는 사실은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만약에 주공께서 밖으로 나들이를 하실 때 신으로 하여금 주공이 타고 다니시던 수레의 말고삐를 잡게 하신다면 온 나라 백성들이 보고 듣게 되어 주공께서는 옛날에 저지른 다른 사람들의 죄에 연연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 되면 자연히 안티들도 사면령을 믿게 될 것입니다.

뒷얘기가 더 필요할까? 지도자의 덕목은 도량(度量)에 의한 덕치(德治)에 있다. 진문공이 춘추오패(春秋五覇)로 추앙 받는 이유는 순간의 분노를 참고 두수(頭須)같은 자를 용인(容忍)하고 하다못해 운전사 격인 말구종으로 용인(用人)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아가 그를 용인함으로서 반대파들을 설득했던 것이다.

13명의 바른당 의원들이 탈당을 하여 제 발로 홍준표의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난리도 아니다.

보수대연합을 위하여 합당을 하자고 지금도 외친 쪽이 어디였던가? 합당의 외침은 대사면령(大赦免令)이 아니었던가? 대사면(大赦免)을 한다고 방을 붙여 놓고 용서를 구하러 온 인물들을 배신자였기 때문에 안 된다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입장에서 배신자 아닌 인물들을 빼 놓고 사면의 대상 즉 합당이니 통합을 할 인물들은 있기는 한가?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고, 집을 나가보니 그래도 내 집 만 한 데가 없다고 다시 돌아온 사람들을 이런 식으로 핍박하는 것은 법을 떠나 도리(道理)가 아니다. 물론 그들은 배신자로 분류 될 수 있다. 청문회 때 죽이고 싶도록 밉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얘기하면 친박 사람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또 돌팔매를 던지고 곰삭은 가래침을 뱉겠지만, 무엇보다 그 청문회를 야기 시킨 원인과 분당을 초래한 이유를 친박 인사들이 깊이 통찰해야 하지 않을까?

어제 이런저런 종편을 잠시 보는데, 열도 아니고 백이면 백 년(놈)의 패널이 13인의 의인들을 향해‘철새’라며 모가지에 핏대 세우는 걸 보고 울화통이 터져 더 볼 수가 없었다. 철새라니? 자한당과 바른당은 한 집안 아니었나? 그들이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당으로 날아 간 것도 아니고 원래의 제 둥지로 날아 왔으면 텃새지 어째서 철새란 말인가?

집나간 자식이 귀가하자 다정히 등 두드려 주시던 어머니 심정이 안 되고 빨간 색깔의 패널 그 보다는 민주당이나 국민당에서 더 방방 뜨며‘철새’라고 요란을 떠는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단 말인가? 그들은 결코‘철새’가 아니다. 네비게이션의 오작동으로 잠시 방향감각을 상실했던 텃새들의 귀환일 뿐이다.

붉은 적위대 같은 패널과 종북 홍위병들이 13인의 텃새귀환에 저희들이 저토록 흥분하고 길길이 날뛰는 걸 봐서라도 오히려 그들을 보듬어 안아야 할 것이다. 합당을 하자며 외쳐 놓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면 합당 할 대상이 있기는 한가?

홍준표 후보의 상승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러나 또 친박 패거리들의 난동으로 돌아온 탕아들을 내친다면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는 결과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선 나 자신과 가족부터 그리고 친. 지인에게 투표소에 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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