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사돈!!

“사돈!! 오늘 저녁 식사나 같이 하십시다. 사부인도 꼭 모시고 나오시고….”,나의 초청에 “ㅋㅋㅋ…네~!! 잘 알겠습니다.”라며 사돈은 기꺼이 응한다.

때려죽일 수도 없고,… 참, 어찌해야할지 난감했다. 이런! 미친x, 이런! 망할 계집!!!, 에레이~!! 개 같은x!!! 내 입에선 차마 입에 담기에도 거친 육두가 마구 터져 나왔다. 그리곤 앞날이 걱정스러웠다. 이 노릇을 어쩌면 좋을꼬???

지난 3월 16일 큰딸아이와 외손녀 은비가 있는 캐나다를 갔었다. 보름 가까운 시일이 소요되는 장시간 여행인 셈이다. 문제는 장거리 그리고 장시간 여행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혹시라도 있을 반려동물들이다. 수년 전 뉴욕과 북미주 여행을 위해 꽤 값이 나가는 관상어를 수족관에 맡기고 다녀왔지만 그 후 포기를 하고 말았다. 그 때 두 마리의 개 또한 길렀는데 보름치의 사료를 한 포대씩 주고 다녀왔더니 두 마리 다 사료가 남은 채 나를 반겼다.

좀 엄한 얘기지만 개를 길러보니 말 못하는 미물이지만 인간보다 훨씬 현명하고 양심적이다. 어디 비단 개뿐일까? 동물의 왕국 약육강식하는 정글 속에서도 최상위의 포식자들은 배가 부르면 사냥을 더 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잡힌 먹잇감을 가지고 놀지언정 당장 잡아먹진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배불러! 배불러!’하면서도 더 쑤셔 넣는 미련함을 보인다. 욕심이고 과욕이다. 비리를 저지르고 배를 불렸으면 더 처먹을 생각 말아야 하는데 더 처먹기 위해 또 다른 비리를 저지르는 게 인간이다. 각설하고….

캐나다에 가기 전 역시 두 마리의 개에게 뉴욕 때처럼 적당량의 사료를 주고 떠났다. 하루는 옆집 최공에게 전화를 했다.‘우리 집 개 잘 있는지…??’ 그런데 최공이 엉뚱한 얘기를 한다. 형님(나)이 이곳을 떠나던 날 그날로 목사리가 풀린 콩이(진도 견)가 온 동네를 쏘다니다가 자신의 집까지 왔기에 잡아매려고 하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 거려 어찌할 수가 없었는데 어느 순간에 자신의 집 개(잉글랜드 코카 스패니얼)와 붙어먹었는데 하루도 아니고 이틀씩이나 정분을 나눈 걸 보면 100% 임신을 했을 거라는 골 때리는 전언이었다.

그 때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을 못하고 그런 사실에 대해 잊어버리기까지 했는데 귀국을 하고 한 달 쯤 지나자 점점 몸이 불어나고 배가 불러오는 것을 보고야 최공의 확신에 찬 임신설이 생각이 났던 것이다.

3년 전 콩이는 열 마리의 강아지를 낳았고 그 중 세 마리는 사산을 하였지만 그 놈들을 분양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심지어 어떤 놈은 술까지 사 먹여가며 부탁 끝에 분양한 놈도 있었던 기억이 나 그 후로는 절대 임신을 시키지 않을 것을 다짐을 했는데 결국 그 망할x이 가출까지 감행하고 남의 씨를 받아 온 것이다.

아무리 미물이고 원치 않는 임신이지만 그래도 자연의 섭리이고 고귀한 생명의 탄생인데 어찌 하겠는가. 미역국을 끓이고 산간을 해 주었지만 뭔가 모자란다. 그래서 얼핏 생각해 낸 것이 있어 최공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못 붙어먹게 몽둥이 찜질이라도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짐짓 지청구를 했지만, 이게 어쩌면 우리 두 집안의 화목을 더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와 함께‘우리 사돈 맺읍시다!’ 그래서 아예 호칭을‘사돈~!!’하게 된 것이다. 개 사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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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는 이번 6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결국 한 마리는 사산이고 5 마리의 강쉐이들이 고물 고물 잘 자라고 있다.

아이고! 그나저나 이 놈들을 또 어떻게 분양 한다…..걱정이다.

 

 

덧붙임,

충주 재래시장엔 여섯시 내고향에 소개 된 순댓국 맛집이 있다. 그곳에 갈 때마다 하는 인사가 있다.“사장님! 오늘은 설거지 해 드리러 왔습니다.”라고 하면 먹다 남은 순댓국을 가져가라고 비닐봉지는 물론 순댓국을 만들기 위한 돼지 부속물(간. 허파. 머릿고기 일부)을 항상 잔뜩 챙겨 준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5월 21일 at 2:38 오후

    ㅎㅎ
    개사돈이 되었네요.
    강아지를 분양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돈을 주고 사던데
    맡길려고 하면 또 잘 안나타나나 봅니다.

    어쨌던 생명은 경사입니다.

    • ss8000

      2017년 5월 22일 at 5:18 오전

      누님! 기왕 댓글까지 다셨는데….
      제가 예방 주사 세 차례 다 맞힐 테니까
      한 마리 좀 어떻게….ㅋㅋㅋㅋ…

      한 마리는 처형이 달래서..
      또 한 마리는 서울 집에…

      어제 농협에 가서 한 마리 부탁 했더니
      ….. 일났습니다.

      사돈 생긴 건 좋지만
      골치 아픕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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