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우중 수확물.

매주 토요일이면 기대가 크다. 늘 정해진 시간에 고속버스를 타고 충주 터미널에 도착하는 아내를 픽업하러 가는 길이 마냥 즐겁다. 특별한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별도의 약속을 정하지 않더라도 토요일 오후6시 좌우하여 충주터미널에 도착하면 된다. 시간이 남으면 위층의 대형마트에서 쇼핑도 하고…

새벽부터 내린 비가 하루 종일 오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비는 추적거리며 내리고 있다. 이런 날은 점심을 겸해 김치전 두어 장 붙여 TV여행프로그램 봐가며 막걸리(혼술)한 병 쯤 비우는 경우가 있다. 딱 그러기 좋은 날이다. 아침을 깨우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나: 음~! 나야!

마: 오늘 나 못 내려가요.

나: 왜?

(모처에 전세를 준 게 있는데 그 아래층의 주방에서 누수가 된단다. 적지 않은 공사를 해야 하는데 집주인으로서 참관을 하라는 부탁을 받았단다. 저녁에 시간 약속이 되어 못 내려 온다는…)

마: 아무튼 그래서 못 가니 이 번 주는 자기가 올라오세요.

(그런데 영 가고 싶지 않다.)

나: 안 가면 안 될까?

마: 은비 월요일 출국 하잖아요. 식사라도 한 끼 해야지요.

(캐나다 손녀가 방학 때라고 온 게 한 달 전이다. 아직 방학 중이지만 다른 학습 때문에 조기출국 해야 한단다.

나: 아! 참…그렇지… 알았어!

마: 올라오는 김에 지난번 수확물이랑 다른 거 있으면 다 가지고 올라와요.

나: 알았어!(우리 마누라 신 날 거다. 나처럼 말 잘 듣는 서방도 없을 거다.)

 

그래서 비는 계속 내리지만 텃밭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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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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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도 몇 개 따고 비 맞은 참외라 맛은 별로 겠지만..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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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리는 며늘 아이가 좋아 한다. 조금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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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은 끝물이다. 몇 개는 갈라지고 짓무르고….오늘 몽땅 다 따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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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는 따고 싶어서 딴 게 아니고 워낙 많이 매달려 가지가 부러져 내려 앉았다. 아까워 수확(?)했다. 생각 보다는 맛이 괜찮았다.아들 늠이 복숭아를 무척 좋아 하는데…자식 입에 밥들어가는 모습이 젤 보기 좋다던데…복숭아면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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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의 주목적은 양배추 수확이다. 두 판 72포기를 심었는데 두세 뿌리 죽고 잘 영글었다. 그런데 이번 장마에 반은 녹아 내렸다. 아깝기도 하고…썩히느니 서울 옆집 뺑덕네 그리고 며느리 친정에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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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땀 흘린 노동의 댓가로 얻은 수확물을 가족과 이웃에게 먹일 수 있음에 행복하고 기분 좋다. 여전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은가? 이 놈의 나라 정치만 바로서면 격양가(擊壤歌)가 절로 나올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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