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연예인과 예술은 절대 안 돼!!!

큰 외손녀 은비는 해외파다. 초등학교4학년부터 필리핀에서 1년, 뉴질랜드에서 1년 반 다시 캐나다에서 지금까지. 현재 그곳학제에 따라 중학교1학년에 재학 중이다. 손녀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인물이 출중했다. 어릴 때부터 길거리 캐스팅을 두 번씩이나 당하고 나 몰래 기획사가 운영하는 연습생으로 두어 달 나가 연기력(?)을 익히는 과정 중 내게 적발(?)이 되어 집안이 발칵 뒤집어 지다시피한 후 그 짓을 멈추었다. 당시 나의 견해는 은비가 정말 연기자가 될 아이라면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이 다음 언제고 그 끼(능력)이 발산 될 것이니 어린 것을 그런 식으로 키우지 말라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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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 유치원 시절의 사진(이 때 길거리 캐스팅을 두 번…)

 

어쨌든 그 후 보통의 아이들처럼 학교도 이런저런 학원도 다니다가 뜻한바 있어 영어조기교육을 위해 해외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은 거의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자랑이 아니라 재작년 뉴질랜드에서는 학년대표로 스피치(speech) 즉, 웅변대회에 나가 원주민 아이들을 뒤로 하고 상을 받기도 했다.(이런 것은 나중 이야기고…)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여느 아이들처럼 미술학원, 산술학원, 태권도 도장, 피아노 학원 등등을 전전하다가 피아노는 성미에 맞지 않는지 바이올린으로 전공(?)을 바꾸기도 하다가 해외로 가면서 사교육의 등살을 면하게 되었는데….(사실 그곳이라고 사교육을 피할 순 없었다. 혹시라도 국내교육에 뒤 떨어질 새라 현지에 있는 수학학원과 또 다른 학원에 다니고 있다. 이게 우리네의 교육현실이다.)

 

지난3월 중순 은비가 있는 캐나다를 보름 간 다녀왔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은비가 나와의 상견례를 마친 후 제 방에서 웬 악기를 도레미파…음계를 불어 대고 있었다. 솔직히 마뜩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저런 식으로 악기를 불어대면 아래위층 주민들에게 폐가 되고 자칫 이웃 간에 소음공해로 다툼까지 생길 수 있는데, 그곳이 선진국의 캐나다라고 생각하니 괜히 나 자신이 미안하고 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의 설명에 의하면 은비가 다니는 학교는 전교생 일인일기(一人一技)의 악기를 하나씩 다룰 수 있어야 하는 게 교칙(?)이라 어쩔 수 없다고, 방과 후에는 학원엘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악기의 이름은 플루트(flute)였다. 사정이 그러하면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에 다만 현지 이웃과의 다툼이 없기만을 기원하며 그곳의 여행을 마치고 귀국을 했었다.

 

지난 7월 초순이었다. 딸아이로부터 카카오톡으로 사진 몇 장이 전송 되었다. 자세히 볼 필요도 없이 은비의 사진이었다. 은비가 플루트를 부는 장면이었다. 불과3-4개월 만에 은비의 플루트 연주 실력이 글자 그대로 일취월장하여 학교대표로 뽑혀 선생님의 피아노연주와 협연을 하게 되었다는 것과 그날은 현지인 교회에 불려가 찬송가를 협연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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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는 제 사진을 못 올리게 한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젠 처녀가 다 됐다. 현지 학교에서도 덩치로 치면 원주민 아이들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 단다. 벌써 163cm란다. 하긴 이 할애비서면 나 보다 더 크다.

 

나는 그날 딸아이에게(사위에게는 별도로 전화를 했고…)“연예인과 예술은 절대 안 돼!!!”라는 답신을 보냈다.

 

현재 은비는 방학을 맞아 귀국해 있다. 은비는 꼭 한 달 만인 8월5일 출국을 한다. 도대체 이 아이가 어떻게 자랄지 현재로선 감이 안 잡히지만. 귀국 시에 학교에서 표창을 받았다며 그림 한 장을 가져왔다. 물론 그 그림은 저희 집 거실 벽에 액자로 걸려 있다. 예술에 문외한이지만 정말 독특한 구상의 마치 피카소의 그림처럼 상상력을 발휘해야만 볼 수 있는 그런 그림이다.

 

엊그제 은비의 출국이 아쉬워 서울 집에 다녀왔다. 물론 그날 저녁 잠시 석별의 장이 아쉬운 가족의 만찬이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강조 했다. “네가 아무리 그림과 음악에 재주가 있어도 연예인과 예술은 절대 안 돼!!!”라며 다시 한 번 다짐을 하고 받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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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 2-3세 때 유아원 다닐 때부터 이해불가의 그림을 잘 그려 왔다. 나는 그 아이의 그림과 작품(?) 수백 점을 파일해 두고 고이 간직하고 있다. 아직 은비는 모르고 있지만…..세 살 때 이빨 닦는 그림을 그린 것이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8월 2일 at 3:47 오후

    은비의 인생을 할아버지가 마음대로 하지 마세요.
    더 커서 본인이 선택하도록 하시고 조언만 하는 선에서
    그치는게 좋을듯 합니다.

    우리가 고등학교 들어갈때 경주여고 교복이 치마가 아닌 바지라고
    할아버지 계시는 집 친구들 몇명이 고등학교를 안보내서 못 왔거든요.
    그러다가 한두해 지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애들은 1,2년 늦어서
    고등학교엘 오고 그렇지 못한 애들은 결국 중졸로 끝났지요.
    그 친구들 지금도 만나면 할아버지 원망합니다.

    은비가 재주가 많은데요.
    은비가 선택하는 길을 열심히 응원해 주는 할아버지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 ss8000

      2017년 8월 3일 at 5:11 오전

      제가 아무리 손녀지만 마음대로야 하겠습니까.
      다만 아직 나이도 어린데 무슨 스타를 만드네 연예인을 만드네 하며
      지맛바람에 극성을 떨다가 오히려 아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할 것 같아
      호통을 좀 쳤지요.

      그림이든 음악이든 전문적으로 하는 건
      좀 반대 합니다. 사람들은 1% 아니면 그 밑의 확률에도 로또 당첨 기다리듯 합니다.
      제 자식 심신으로 멍드는 거 모르고. 그리고 당첨이 안 되면 나락으로 떨어져
      인생 허비합니다. 그걸 방지 하자는 겁니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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