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과 공관병

솔직히 저는 군 생활에 대한 추억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뭐, 억지로 짜낸다면 군대에서의 하루하루가 추억담이고 고생담이 될 수 있겠지만, 그랬던 기억들이 많지 않다는 거죠. 제가 논산에서 기본교육을 받고103보충대를 거쳐 후반기 교육을 받고 모군단의 포병사령부에 배치된 며칠 후 저는 군 내무생활을 할 기회도 없이BOQ(Bachelor Officer‘s Quarters: 독신장교숙사)에 발령(?)이 납니다.

본부와는 한참 떨어진 외진 곳에’BOQ’가 있기도 했지만, 그곳 생활이라는 게 장교양반들 세탁물관리 식사관리 기타 잡무 외에 장교님들 퇴근 후에 술잔 기우리기 등등 시쳇말로 아주 한량하고 단조로운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좀 웃기는 얘기지만 너무 심심해서 귀양 온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 생활을 한3-4개 월 했던가요? 어느 날 느닷없이 본부포대인사계가 따블백을 챙기라 하더니만 영외(營外)에 있는 사령관 숙소로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등병 때이니 웬만한 고참과 하사관 및 초급장교만 보아도 바짝 긴장할 때인데 장군님 숙소로 가라니 다리가 다 후들거렸지만 명령이니 어쩌겠습니까. 아무튼 제가 그곳에서 사령관님을 세 분을 모셨습니다.

사실 그곳 생활이라는 것도’BOQ’의 그것과 비슷하고 단조롭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첫 번째 모신 분은 경북 영주분(10.26당시 대통령비서실장 하던 양반의 동생)으로 제가2개월쯤 모시니까 다른 부대로 전임을 가셨고, 두 번째 모신 양반 또한 경북영주분이신데(그러고 보니경북영주에는 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이 양반이 참으로 무골호인(군인이 아니고 학자타입)셨습니다. 어쩌다 몸이 아파 숙소에 누워있으면 사병 방으로 오셔서 이마도 만져보시고 이불도 덮어주시는 정말 상상이 안 가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분은 기분 참 더러운 사람이었습니다.

어쨌든 명령에 따라 사령관님 숙소당번병(사실 당시 숙소에는 요리병, 운전병 행정 및 전투 차량 병1명, CP당번병1명 등 5-6명의 병사가 배치됨)으로 가보니’BOQ’당번병과 별다른 게 없이 단조롭기는 마찬 가지였습니다. 요리 병이 정성껏 장만한 밥상 나르기, 빨래, 사령관님 옷(군복)다리기, 구두 파리 낙상할 정도로 닦기, 군불 때기, 시장보기, 목욕물 최적으로 데우기, 방학 때 가족은 전방으로 오고 대신 집 보러 서울로 가기 등등….

시쳇말로 얼마나 한량합니까. 어찌나 한량한지 심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침 특수부대와 합동작전을 벌이는 교육이 있다고 하여, 자원을 하였고 경기도 某기지에 있는 2군 포병학교에서 6주간의 특수교육을 받고 그 특수부대들의 작전에 합류하게 됩니다. 나머지 것은 군의 비밀인 관계로….(이하생략^^*)

2009년 9월 하순 조블에 올린 썰 중에서 발췌….

정말 운이 좋게도 독립부대장군님(사령관)의 당번병을 했다. 일반적으로 관사는 부대에서 지근거리의 영외에 있기 때문에 영외거주다. 그러나 모든 통신은 교환소를 통해서 소위 딸딸이 전화로 소통이 됐다. 사령관님의 운전병은 선임 병이었다. 나이는 같지만 군대를 나 보단 일찍온….아주 장난이 심한 친구였다. 숙소에 전화할 때 가끔씩 군사령관 또는 군단장 흉내를 내며 전화를 하는 경우가 종종있다.(당시 군의 요직에 있던 장군님들의 호칭이‘백두산, 금강산, 한강…하는 식이었다.)

그날도 숙소에서 이런저런 일을 보고 있는데, 딸딸이가‘까르르…까르르…’숨이 넘어간다. 급히 뛰어가“탄~켤! 통신보안! 숙소의 오 상병입니다.!!!”,“으~음, 나~!백두산(확실치는 않다)인데.. 사령관계시나?”그런데 목소리가 장난질 좋아하는 운전병 김 병장 같다 늘 그런 식으로 장난을 했으니까.“에에이~!!!김 병장님! 또 장난이쇼!?”,“나~백두산이래도~!!”,“아~!장난 그만 하라니까요!? 사령관님은 왜요!?”,“이눔 봐라! 나 백두산이라니까~!?”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김 병장의 목소리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순간 아차 싶고, 이거 이제 헌병대에 끌려가거나 무슨 사달이 날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타~안~켤!! 죄송 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그리고 급히 사령관님을 연결 시켜드렸고, 어떤 처벌이 내릴 건지 하회를 기다렸다. 잠시 후 사령관님이 거실로 나오셨지만,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휴~우! 재생(?)의 기쁨을 누리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그때 그분이 군단장님인지 군사령관님인지는 기억이 없다. 그 일을 사령관님께 보고 드린 것은 며칠 뒤의 일이었다. 딱 한마디“부대 통신 가지고 장난하면 쓰나…”이셨다. 어쨌든 장군님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셨다. 그래서 별은 아무나 따는게 아닌가 보다.)

 2012년 1월 어느 날 올린 게시물에서 발췌.

비록 나의 썰이지만 두 썰을 읽어보면 당번병이라는 게 얼마나 한가하고, 한가하다 못해 교육을 지원까지 했겠는가? 그보다 장군님들 관사에 특채(?)되어 가는 것 자체가 행운이고 땡딴 것 아닐까? 동기들 내지 다른 병사들은 뙤약볕과 엄동설한에도 매일 훈련에 훈련을 그리고 밤이면 불침번이나 초병으로 밤잠 제대로 자지 못하고 고생 하는 걸 생각하면 죄스럽고 미안하기까지 했다. 그런 그들을 위해 항상 자중하고 조심스럽게 행동(군생활)을 했다.

물론 나 자신도 마지막으로 모신 장군님 부인에게 정말 많은 수모를 당했고 기사화 된 어느 공관병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그러나 군대란 특수한 사회다. 젊은 시절 군대를 가는 것은 국방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전쟁이 나지 않는 한 그 기간은 본인 스스로를 강건(强健)화하고 심신을 살 지우고 본인을 성찰해 보는 주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군대를 다녀오면 인간도 되고 병영 내에서 받았던 수모나 고생들이 하나의 추억담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인간 못(안)된 것들이 말 타면 말 구종 부리고 싶다고, 그렇게 편하게 군대생활을 하면서 얼마간의 불이익이나 체면에 손상이 갔다고 그것을 ‘몸 종 취급을 당했느니 공관병의 눈물이라느니..’정의의 폭로나 되는 양 내부자고발을 했으니 저렇게 심약하고 어쩌면 쓸데없는 자존심 강한 친구들이 사회에 나오면 과연 무엇이 될까?

항상 하는 얘기지만, 신문이나 방송도 나쁘다. 오늘 기사들을 읽어 보면 마치 모든 장군님들이 공관에 근무하는 공관 병들을 몸 종 다루듯 하고 학대하는 듯 대서특필하고 있다. 세상에는 ‘좋은 놈 나쁜 놈, 추악한 놈’이 있다. 군대도 장군사회도 그러하다. 그들의 이름이 군인일 뿐…

 

덧붙임,

의문 가는 부분이 있다.나는 1star를 모셨다.그럼에도 소위 숙소공관에는 요리 병 운전 병 cp당번병이배치 됐었다.그런데 명색 4star에게 공관 병 그것도 몸종 취급을 당하고 수모를 당했다고 하는 병사 한 놈만 배치 됐을까? 그리고 그 놈 한 놈이 정의의? 폭로를 했을까?이해가 되지 않는다.

8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8월 3일 at 8:51 오전

    그 장군이 박지만 동기라고 하더군요.
    혹 기획은 아닌지…
    종씨님도 공관근무를 하셨군요. 한사람 매장시키기가 참쉬운 세상입니다.
    그 장군부부 이제 얼굴들고 살기 힘들겠어요.

    • ss8000

      2017년 8월 3일 at 2:28 오후

      누님 주신 댓글의 응답은 카페에 상세히
      올렸음으로 생략 하겠습니다. ㅎㅎㅎ..

  2. 백발의천사

    2017년 8월 3일 at 2:52 오후

    오선생님이나 저의 기준으로 보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요.
    전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갔으니 제 또래에 비해선 좀 늦은 편이었지요.
    그 나이에 군에 갔으니 다른 또래들보다 조금 더 힘들었을 겁니다…… 그 때 그런 말이 있었잖아요. 중사 부인은 상사, 대위 부인은 소령…..
    안 그런 분들이 훨씬 많았겠지만 그런 분들이 꽤 있었기에 그런 말이 생겼겠지요.
    그 땐 그래도 그게 크게 이상하게 느껴지지가 않았지요. 군대란 원래 그런 곳이다 라는 생각이었지요. 국기하강식 때 태극기를 보면서 이 한 몸 조국을 지키는 데 바쳐야지 하는 생각 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얼마나 변했습니까?
    오선생님이나 제가 군대생활 할 때와 지금은 나라이름만 대한민국이지 전혀 다른 세상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이젠 대통령도 마음에 안 들면 끌어 내리는 세상인데요. 장군쯤이야 뭐………..
    오선생님이나 저나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지요.
    그래도 그 젊은이들 전쟁나면 총 들고 나가 싸울 겁니다. 믿어야지요. ㅎㅎㅎ

    • ss8000

      2017년 8월 4일 at 2:35 오전

      말씀이야 옳으신 말씀이나
      시대가 변하고 인간들이 변했다고
      軍紀까지 변해서야…..

      그리고 신문이나 방송이 하는 꼬라지를 보십시오.
      마치 모든 장성들이나 고급 지휘관들이 모두
      그러기나 한 것처럼 호도하고 부풀려 보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김정은 측근에 있던 장군 한두 놈 사라지면
      괜히 기분이 썩 나쁘지 않은 것처럼
      이런 따위를 핵폭탄 문제 보다 더 침소봉대하여 다루면
      어떤 놈이 좋아 하겠습니까?
      안타까워 해 본 소리였습니다.

      삼복더위에 건강 유념 하십시오.
      그나마 산골은 그늘 밑은 지낼만 하답니다.^^

  3. 행인61

    2017년 8월 8일 at 1:48 오후

    “이제 다 살만큼 살아서 나가서 훈련은 해도 감정파는걸로 생활하기 싫은걸 이해하지 못하는 노인네지뭐 평생 노예로살다보니 옛다 이거나 하나 먹어라 하는걸 기분나빠야하는데 느끼질 못하는 감정에 굳은살 박힌 틀딱이”
    http://www.dogdrip.net/index.php?mid=dogdrip&search_target=title&search_keyword=4%EC%84%B1&document_srl=135608009&page=1&m=0

    이 글을 읽은 젊은이들의 반응입니다. 댓글 한 번 읽어보십시오.
    부조리는 군기가 아니지요….. 전장의 프로인 미군마저도 부조리 척결에 앞장서며 선진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훈련을 통해 병사의 전투력은 최대로 유지하되 조국에 헌신하는 군인의 대우는 최상입니다. 게다가 미군은 장교의 능력이 검증되지 않으면 자격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왜 우리는 미국만큼 안될까요? 대한민국의 선진화가 안되는 이유는 바로 일본제국군과 같이 편협한 사고방식으로 정신력만 강조하는 구시대적 사고발상입니다. 발전성 없는 군대는 나라를 약하게 만들지요… 자신이 자신의 조국을 선택하는 시대가 왔는데,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어느 젊은이가 나라를 위해 한 몸 바치겠습니까? 이미 이민인구는 해마다 늘고있는 이 현실에 윗물부터 생각을 달리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읍니다… 십 년 후 청년들은 선택을 하겠지요….. 노동인력이 부족한데 부양할 인구는 많은 현실에서, 나라를 다시 선택할지 아닐지…. 이 상황이라면 두 말 할 필요 없겠지요?

    • ss8000

      2017년 8월 8일 at 1:51 오후

      ㅎㅎㅎ…
      봤습니다.
      대단하군요.

      軍氣와 軍紀는 정신력입니다.
      무기나 무장은 우리가 북괴 몇 배 아니 그 이상으로 완벽히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무장만으로 전쟁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모든 전사를 들춰 보십시오. 가까이는 베트남의 패망도….
      이미 우리는 정신력으로 북괴에 지고 있습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결과는 볼 것도 없습니다.

      이번 사태는 장군부부의 일탈만 아닙니다.
      그 이상의 일탈이 이 나라 군대 아니 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탓하는 겁니다.

  4. 리로이 존스

    2017년 8월 8일 at 3:12 오후

    노예가 노예로서의 삶에 너무 익숙해지면 
    놀랍게도 자신의 다리에 묶여있는 쇠사슬을 서로 자랑하기 시작한다.
    어느 쪽의 쇠사슬이 빛나는가, 더 무거운가 등.

    그리고 쇠사슬에 묶여있지 않은 자유인을 비웃기까지 한다.
    하지만 노예들을 묶고 있는 것은 사실 한 줄의 쇠사슬에 불과하다.
    그리고 노예는 어디까지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의 노예는, 자유인이 힘에 의해서 정복하여 어쩔 수 없이 노예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일부 특혜를 받거나 한 자를 제외하면 
    노예가 되더라도 결코 그 정신의 자유까지도 양도하지는 않았다.
    그 혈통을 자랑하고 선조들이 구축한 문명의 위대함을 잊지 않은 채, 빈틈만 생기면 도망쳤다.
    혹은 반란을 일으키거나, 노동으로 단련된 강인한 육체로 살찐 주인을 희생의 제물로 삼았다.

    그러나 현대의 노예는, 스스로 노예의 옷을 입고 목에 굴욕의 끈을 휘감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랍게도, 현대의 노예는 스스로가 노예라는 자각이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노예인 것을 스스로의 유일한 자랑거리로 삼기까지 한다.

    • ss8000

      2017년 8월 8일 at 5:02 오후

      그런데 어쩌냐?
      이런 쓰레기 글은 북괴에 얽메어 있는 존엄 놈의 노예에게 해당하는 글인데..

      글고 미안 하지만 진심어린 존경심을 노예로 폄하한다면
      너 혹시 문빠냐? 문빠는 문가의 노예냐? 존경심의 발로로 문빠가 된거냐?
      모시고 있던 장군님이 연저지인을 할만큼 자상한 분이셨기에
      존경심을 보낸 것이다. 이런 쓰레기 댓글을 단 너는 존경하는 놈도 없냐?
      삶을 살아가며 존경할 대상이 없다는 건 안 봐도 비됴다.
      니 늠의 삶이 얼마나 피폐하고 참혹한지?
      너 같은 늠들을 두고 청년백수라고 하지?
      이를테면 문가의 선동 질과 票퓰리즘에 뻑 가서 환호작약하는….
      소위 청년백수라는 늠들. 노력은 해 보고 백수질하냐? ㅉ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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