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상분(句踐嘗糞),과하지욕(誇下之辱)을 아느냐?(5부)

논산훈련소에서 각종의 병과로 분리되어 후반기교육 및 그 직에 따른 부대로 흩어질 때 개 중 꼭 몇 놈은 그 소란 속에도 호명이 안 되는 조용한 친구들이 있었다. 나중 희색이 만면하여 하는 얘길 들으면‘보안대, 헌병’등 특수 병과에 배속 받은 놈들이었다.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는 신세이면서도 그들을 그렇게 부러워했다. 지금은 어떤가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유신시절 가장 선망의 병과가 바로‘보안대’였다. 당시 보안대는 아무리 졸병이라도 위관은 물론이고 웬만한 영관급과 맞먹는 위세를 떨쳤다. 그래서 그런지 독립부대(여단 급)나 1개 연대 안에는 보안대 1개 조가 파견 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 된다. 조장은 보통 대위나 중위 위관 급 장교가 했다.

어쨌든 우리 부대 안에도 보안대 1개 조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뭐, 솔직히 나와 보안대와는 불심상관(?) 아니면 어떤 명목을 붙여도 관계가 없는 그런 사이였다. 다만 조장이었던, 성과 이름이 기억도 안 나는 某대위는 가끔씩 관사에 들려 사령관과 대화를 나누고 때론 술도 한 잔씩 하며 지내는 그런 사이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대위라는 늠 육사출신이었다. 육사출신의 상하 또는 수평관계의 돈독한 동지애(?)는 굳이 논하지 않겠다.

어느 날 “오병규! 오병규!”, 사령관의 호출이다. 따까리의 숙소라는 게 빤하다. 사령관 방과 거실을 건너면 나, 조리병, 운전병 그리고 당시 조수(S대 다니다 왔다는데 이 자슥이 정말 고문관에 가까운 놈이었다. 이 놈 때문에 속 많이 썩었었다. 제대하고 근 5년이 지나고 마누라와 춘천을 가려고 터미널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 차도 한 잔 했지만…)등이 묵는 방은 2-3평 또는 더… 사령관이 숙소에 있는 경우 항상 5분대기조 이상으로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아무튼 사령관의 다급한(?)호출에 급히 뛰어 사령관 앞에 다소곳 시립해 섰다.

그런데 첫 마디가 그랬다.“이 새끼! 생매장 시킬까?, 이 새끼야! 내가 언제 미제군복만 입고 다녔어? 그 주둥이 조심 못해?!”라며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고 무슨 말을(변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집히는 게 있다. 얼마 전 사령관 군복 다리는 모습을 본 본부의 사병 그리고 사령관 부인의 빤쓰 삶는 모습을 본 졸병 놈이 떠올랐다. 내가 발설한 것도 아니건만 변명이나 이유를 달 입장이나 순간이 아니었다. 그저“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며 기어가는 목소리를 낸 것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사령관은 차마‘빤쓰’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사령관과 그런 식의 독대(?)가 있은 후의 얘기를 지금까지 했던 것이다.

최전방 예하대대로, GP로 OP로 쫓겨 가기 전 사령관과 사령관 부인은 내게 또 하나의 덤터기를 씌웠다. 관사에 공급되는 주방용 석유가 많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석유(얼마 뒤1차 석유파동이 났을 때인만큼 석유 한 방울이 귀했다.)를 관사 바깥으로 퍼 날랐다는 것이다. 이미 밝혔지만 본포대장이나 인사계 또는 주임상사가 부탁하면 아니 줄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지만, 그런 것까지 어떤 죄목으로 얽어맸던 것이다. 그렇다고 치사하게 이러저러했다며 고자질 할 수도 없었다.

이제 썰을 마감 지어야겠다. 살아가며 직장 생활을 오래 하지는 않았다. 기간 전부를 합치면 5-6년? 아마도 남의 밑에서 일하는 건 생리에 맞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첫 직장에선 무엇보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는 횡제를 했다. 두 번째는 K화학이라는 대기업이었다. 군 생활을 그렇게 해서 그런지 상사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다. 어쩌면 그것이 시쳇말로 마지막 격은 군 생활의 트라우마 일지도 모르겠다. 비록 코딱지만 한 것일지라도 지시(명령)하는 쪽에 있고 싶었다.

이번 사태의 결론은 설령100% 사실 일지라도 일개인의 일탈이다. 그럼에도 소위 대통령이라는 자까지 나서서 모든 장군이나 지휘관이 그러기라도 한 것처럼 매도를 하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100여 곳의 공관을 전수조사 하겠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것들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는다면, 일본군에 끌려가 온갖 학대와 수모를 당한 것만큼이나 인권유린을 당한 정신대보다 더 심한 유린을 당한 것처럼 보도가 되었다. 더구나 남도 아닌 같은 민족끼리. 이거 철저히 밝혀야 하지 않을까?

문재인의 밑에서 하수인 노릇하고 있는 현 국방장관이라는 자는 당번병 아니 따까리를 안 거느렸을까? 기왕 이번 사태가 군 인권문제로 비화됐다면 창군 이래의 것까지 소급조사해서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이토록 흥분하고 장황한 썰을 풀기로 한 것은, 이미 밝혔지만 세상에는‘좋은 놈, 나쁜 놈. 추악한 놈’이 있다. 군대 사회도 그렇다. 군인이라는 별난 이름을 떼면 그 가운데도 ‘좋은 군인, 나쁜 군인, 추악한 군인’이 있을 것이다. 사회라고…직장이라고…이런 아류의 인간들이 없을까? 누가 더 좋고 누가 더 나쁘고 추악한 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개개인의 처한 입장이나 생각 나름일 것이다.

 

그럼에도….(하다보니 오늘도 마감이 안 된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