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들과 죄악.

며칠 전 전라도(굳이 전라도라는 지명을 밝히는 것은 지역갈등을 조장하려는 게 아니고 경기도에도 한글로 된 동명의 지명이 있기 때문이다.)광주에서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가족들 미안해..’”라는 유서를 남기고 우체국 집배원이 자살을 했다. 얘긴 즉, 업무 중 교통사고를 당해 병가를 내고 치료를 하다가 병가 기간이 끝나 다시 연가 며칠을 더 낸 기간 중 직장에서 출근할 수 있는지 그 여부를 물어 왔는데 출근 대신 유서를 남기고 세상과 하직한….어쨌든 안타까운 기사였지만, 은근짜로 울화가 치밀어 그 기사 아래‘고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몸이 아프면 휴직을 하든가 아예 병가를 더 내든가….출근하란다고(직장에선 강압이 아닌 의사 타진이라는데…)생목숨을 끊으면 남아 있는 가족은 어쩌란 말인가?’라는 댓글을 달았다.

OECD국가 중 자살률 최선두그룹이라는 오명을 들을 만큼 하루에 자살자가 근 40명에 육박하는 나라에 굳이 한 집배원의 자살을 두고 울화까지 치밀었던 것은 그의 죽음으로 인해 “노조 측은 우체국이 일 년 중 가장 바쁜 추석을 앞둔 요즘 인력난을 겪자 ‘고인이 다 낫기도 전에 오라고 전화해 빨리 업무에 복귀하라 압박한 것 아닌가’라고 주장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는 덧붙인 기사 때문이다. 하여 나 역시 그 아래 덧붙여 댓글 달기를“노조가 또 들고 일어났으니 열사(烈士)만들자는 거 아니냐? 지역 정서가…”

그런데 나의 이런 댓글에 어떤 여성 분이“그 심정을 헤아려 보세요. 직장에 스트레스 받으면 출근하기가 무서워요. 그냥 즉흥적으로 죽는 아닙니다. 세상엔 당신 같이 강인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답니다.”하여 다시“죽는 건 안 무섭습니까? 나도 젊은 시절 세상일이 안 풀릴 때 죽음을 생각해 보았지만, 솔직히 무서워 못 죽었습니다. 물은 물대로, 불은, 새끼줄은, 약도, 연탄불도 죽는 것 보다 더 무서워 못 죽고 죽을 각오 그 정신으로 꿋꿋이 버텨 70노후를 행복하게 보내고 있소”라고 댓글을 달아 주었다.

누구인 진 모르지만 그녀(영문이름으로 나온 걸 보니 아마 재외동포 같았다.)와 이런 토론(?)을 하려고 그랬는지. 그 전 날 우연히 노무현씨의 죽음에 대한 썰을 풀었던 것이다. 가로되….

<<<그의 죽음에 대해 딴지를걸고 초를 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가련한 인생이고 별 볼 일없는 인생의 죽음에 대해 애도하지 말자는 얘기 또한 아닙니다. 그리고 사행 썰을 하나 곁들이기를…

제목: 성자가 된 도적놈.

성: 성역없는 비리수사 버티기가 힘들어서

자: 자살로서 속죄하고 일말양심 보였는데

가: 가증스런 추종자들 엉뚱한짓 도모하네

된: 된서리를 맞기전에 스스로가 끊은숨통

도: 도둑질은 차치하고 영웅화에 의인화라

적: 적반하장 한다는말 이런경우 여합부절

놈: 놈현씨의 일대기가 이런것이 아닐는지…

그리고 다시 첨언하기를,,,노무현씨 자살을 계기로 그들 일가의 비리사건은 종결된다고 합니다. 웃기는 나라아닙니까? 자살은 자살이고 비리는 비리 아닙니까? 비리를 저지르고도 의인이 되고 영웅이 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을걸요? 아! 그러고 보니 집권 내내‘열사(烈士)천국’을 만들었으니‘노무현 열사’라고 해야 합니까? 어쨌든 죽음으로서 모든 사건이 덮인다니 가족들에게 마지막 서비스를 한 셈이고, 연일 떠들어대는‘노무현 열사 추모행사’영정사진의 빙그레 웃는 모습이 너무도 만족스런 모습입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에 가장으로서 할 일을 다 한 만족감인지 아니면 엿을 먹인 만족감인지 모르겠습니다마는 평화스럽습니다. 비록 마지막 가는 길까지 국민들의 가슴에 또 다른 대못을 박았지만, 삼가조의를 표합니다. 극락왕생하시기를…’나의 썰 어떤 죽음에서….’>>>

난리도 아니다. 작가이자 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인 마광수씨의 죽음을 두고 말이다. 어떤 배우는 장례식장에서 이 사회가 아니 어떤 판결이 마광수를 죽였다면 자해소동까지 벌였고, 이 며칠 간 신문과 방송엔 마광수를 위한 애도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도대체 왜들 난리지? 세상이 아무리 혼탁해도 이렇게라도 존재하는 것은 법(헌법이든 6법이든…)이라는 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마광수 교수가 법의 심판을 받았을 때는 그 당시 법질서 내지 정서라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보안법. 연좌죄. 이런저런 법들이 입법되고 고쳐지는 것은 시대에 맞추기 위한 법 개정인 것이다.

아주 오래 전 미국작가 헨리밀러의‘북회귀선’이라는 소설을 읽었었다. 내용자체가 얼마나 난삽한지 읽는 내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내용이었다. 오죽했으면 그 책이 나오자마 성 개방이 되었다는 북유럽. 미국과 영국에서까지 30년인가 출간금지를 당했었다. 결국 모든 법이나 정서는 시대의 조류에 따라 판단되는 것이다. 지금 같으면 누가 고리타분하게‘북회귀선’이라는 책 따위를 읽겠는가? TV엔 아예 포르노 방영을 하는 방송국(?)도 있는데….아침 보도엔 초등생 2년 아이들 전화에도 야동이 저장 되어 있단다. 즐거운 사라나 장미여관은 당시 센세이션을 일어 켰을지 모르지만 당시 법이나 정서적으로 적법하지 못했기에 그런 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그런 것을 이제와 부정을 하고 억울함만 부각 시킨다면 나라에 무슨 법이 필요하겠는가?

불학무식한 내가 足도 모르는 법을 운운하자는 게 아니다. 우체국 집배원이고 일국의 대통령을 역임한 자고 간에 자살은 안 되는 것이다. 난 종교를 안 믿지만 하늘이 준 생명을 저 자신들이 끊는 것은 하늘에 죄를 짓는 것이다. 어떤 죽음이든 하다못해 사형수의 죽음일지라도 그 죽음 앞에 숙연해지고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져야겠지만, 자살의 동기와 이유까지 묻어 버리고 심지어 의인화. 열사화(義人化: 烈士化) 또는 영웅시(英雄視)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마광수 교수와 인간적으로나 은원(恩怨)이나 티끌만큼도 관계가 없지만 또 울화가 치미는 것은 이런 식의 죽음은 마뜩치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살이라니….죽은 노무현도 그러하려니와 자살은 죄악이라고 방지하고 말려야 할 사람들이 솔선수범 해가며 자살공화국을 조장하는 행위에 열 받는 것이다. 자살… 그거… 죄악이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