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산골속의 방어용 무기.

산골에 처음 이주하며 불안감이 많았다. 혹시 산짐승이나 내려오지 않을까? 하여 첨엔 사돈어른이 분양해 주신 감정서까지 붙은 진돗개(문재인네 개와 같이 눈이 부시도록 흰 백구)를 풀어 놨다가 이 놈이 마을을 들쑤시고 다니다 쥐약을 먹었는지 아니면 고라니 퇴치용 농약을 먹었는지 그만… 치료비와 장례비만 100여만 원 들었다. 그 후로 다시 사돈어른께서 이번엔 무서우리만치 시커먼 진돗개를 또 보내 주셨는데, 가끔 산골일기에 등장하는 그 놈이 여태 함께 하고 있다.

문제는 개를 방사하지 못하니 묶어 둘 수밖에, 당연히 처음 산골 내려올 때의 그런 두려움 또는 불안감이 여전했다. 그 얘기를 들은 큰 사위가‘장인어른! 7번 아이언을 머리맡에 두세요.’그래서 과연7번 아이언을 골프백에서 꺼내서 침대 머리맡에 두었지만, 조금 지나니 저게 관연 짐승 퇴치용이 될까? 싶은 의구심이 생긴다. 그래서 좀 더 무게감이 있는‘퍼팅 채’로 바꾸었다.

언젠가 이곳에 내려온 큰사위가 내 침대 머리맡에 세워진‘퍼팅 채’를 보고“저거 무거워서 힘드실 텐데요!”란다. 하긴 첨부터 7번 아이언 보다는 그런 감이 없잖아 있었다. 짐승을 만나면 가볍게 휘둘러야 하는데…만약 그 짐승이 또 실내까지 들어온다면 저 무거운 걸 휘두를 공간이 제대로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그립과 폼을 잡아가며 휘두를 때까지 짐승이 조용히 기다려 줄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이번엔 손도끼로 바꾸었다. 짧고 근거리에서 휘두르기 좋다는 생각에서. 한동안 천등산 산행을 하며 이 놈을 옆구리에 차고 다녔지만 어쩐지 거추장스럽고 무거웠다. 울 건너 앞집 이PD와 소주잔을 기우리며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가 산짐승 방어용 무기 얘기가 나오고 나의 퍼팅 채와 손도끼 얘기를 들은 이PD 자신도(유도4단에 덩치가 남산만한데도…)짐승 퇴치용 무기가 있다며 보여주는데 미군(딸아이가 미군장교로 주한 미8군에 근무하다가 지금은 독일에 있음)들이 사용한다는‘정글도’를 보여주며 아주 가볍고 사용하기 좋은 거라며 자랑을 하더니 기회 되면 용산8군PX에서 한 자루 사다주겠다는 것이다. 과연 얼마 뒤 그는 내게 국방색 케이스가 있는‘정글도’를 한 자루 선물해 주는 것이었다.

오늘날 북괴는 핵폭탄으로 위협하고, 중국 놈들은 사드철수를 요구하고, 대통령께서는 청와대 앞마당에서 자주 파티를 열고 술에 취해 계시는지 사드배치 하라고 했다가 임시배치다 뭐 이러면서 정신이 오락가락 정책이 왔다리갔다리 종잡을 수 없고 거의 망국지경에 도달해 있는 이즈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면 나의 방어무기가 사용할 일이 생겨도 안 되겠지만 단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그러나 늘 불안했기에 준비를 아니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오늘도 마음으로 빈다.‘주여!(사실 믿지는 않지만..다급할 땐 기도 한다)보살펴 주시옵소서. 미련한 놈이 저 무기를 사용할 일이 없도록 하여 주씨옵쏘서(강조)!!!’ 그렇게 기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내가 비치한 무기는 인간이 아닌 짐승의 짐승에 의한 짐승을 위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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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짐승 퇴치 및 방어용 무기들(오른쪽 부터 퍼팅 채, 손도끼, 정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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