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것들이 뭘 안다고…벌써…

쌍둥이 수아 주아는 이제 3월이면 학교를 간다. 두 어린 것들을 살피(혈통)면 쌍둥이라도 언니 수아는 그 외모나 성격이 제 어미(吳)를 닮았고, 주아는 제 아비(朴)를 많이 닮았다. 자라는 과정도 수아는 곰살맞고 애교가 철철 넘치는 반면 주아는 과묵하고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뭔가 한곳에 필이 박히면 불러도 대답조차도 없는 아이다. 가령 유치원에서 구연동화를 하면 보육교사 선생님의 말씀을 끝까지 경청하는 아이는 주아밖에 없다며 칭찬이 자자하다.

 

언젠가 주아가 같은 반 아이와 싸우는 것을 목격한 선생님이 두 아이를 벌을 세우며 한 쪽에 앉혔다는 것이다. 언니 수아가 영 불편한 심기로 그 쪽을 몇 차례 흘금거리다 벌떡 일어나더니 주아 벌서고 있는 곳으로 가서 주아의 손을 잡아 일어 켜 함께 선생님 앞에 쪼르르 달려가서‘선생님! 주아가 잘못 한 게 아니에요!’하고는 선생님의 허락도 없이 주아더러‘너 여기 앉아!’라며 편드는 것을 보고 선생님이 하도 기가 막혀 말도 못했다는 사건(?)은 지금도 유치원에 회자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불의를 보고 못 견디는 점은 吳가피가 훨씬 많이 전달 된 게 분명하다. 그런 만큼 주아는 책을 잡거나 만화영화를 보거나 한 번 잡은 것은 이해가 갈 때까지 집중하지만 반하여 수아는 좀 산만한 점도 있다.

 

공부도 그렇다. 주아는 현재 실력(한글 깨우치기)을 벌써 작년 재작년에 마스트 했지만 수아는 지난 가을까지도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를 정도로 깜깜이라 걱정을 하면‘난 공부가 싫어!’ 그리곤 어디서 배웠는지 생글생글 웃어가며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아이다. 하도 답답하여 지난 늦가을까지 조심스럽게 제 어미와 ‘쟤 어떡 하냐? 저런 거까지 날 닮았나?’라며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어제 대충 이삿짐을 서울 집으로 옮기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수아. 주아가 무엇인가 조그만 수첩(화첩)같은 것을 주며 읽어 보란다.

 

바로 이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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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눈이 내리는 나라.

글. 그림 박주아. 제본(製本) 및 표지 디자인 박수아

고사리 손으로 예쁘게 제본(製本)까지 한 그림 이야기책이다.

내용을 읽어 보면 어찌 그렇게 앞뒤 문맥과 스토리 전개가 알찬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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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4권까지 있다.

언제나 끝맺음은 행복하다는 표현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굴하지 않고 긍정적 마인드를 보이는 것은 양가의 피가 다 섞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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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권에서 가슴 아픈 장면도 있다.

무엇이 이 어린 것에게 이런 표현을 하게 했는지…??

아무도 대한민국에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빠져 나가고 싶은 표현을 우회적으로 한 것 같다.

이 어린 것이 무얼 안다고.? 이거 어쩐 다냐? 뭉가에게 묻고 싶다.

 

그러나 이런 슬픔 속에서도 기쁜 소식은 있다.

몇 달 전까지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고 공부가 싫다던

수아가 그 사이 한글을 깨우친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한다면 하는 오(吳)가의 피를 이어 받은 게 틀림없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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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비사벌

    2018년 1월 4일 at 10:02 오전

    오선생님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너무 부럽습니다.

    • ss8000

      2018년 1월 4일 at 11:17 오전

      원장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댁내에 만복이 깃들고
      하시고자 하는 일 모두 형통하십시오.

      지난 한 해 병원일과 후배 의사 선생님 관리도
      힘 드실 텐데 짬짬이 시간을 내서 덕담도 지지도 해 주신
      은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올 핸 뭉가 끌어 내리는 일에 보다
      몰두하고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혹여 정치적 망명을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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