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 그 까이꺼…..

아내가 전화를 받는다. 얼굴이 점점 심각하게 굳는다.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내의 억양, 어법, 대화체를 보아 최소한 가족 또는 친. 인척 중 하나며 아내 보다 손아래라는 건 알 수 있다. 성질 급하고 궁금증이 있으면 참지 못하는 나는 통화 중임에도뭐야?, 뭐야?’를 외치자 아내는 좀 참아라!’하는 식으로 손사래를 치며 인상을 찌푸린다.

 

남 통화하는데 자꾸 잡음을 넣으면 어떡해요!”통화내용을 알려주기 전 면박부터 한마디 날아온다. 아내가 인상 찌그릴 때 이미 통화 끝나면 욕먹을 줄 알았다. 머쓱해하며 아무 말 못하는 나에게희숙이~!”, “희숙이가 왜?”,“유 서방이 암 이래! 위암!”, “뭐야!?”라고 반문 아닌 반문을 했지만, 크게 놀랍지는 않다.

 

희숙이는 작년에 회갑을 지낸 바로 아래 내 여동생이다. 즉 여동생의 남편인 매제(유 서방)가 위암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놀랍고 두려운 나머지 위암 선배인 내게, 아니 내 병간을 해 준 아내에게 이런저런 문의를 하기 위해 전화를 한 모양이다. “전화 좀 바꿔주지..”그러자 방금 통화했던 자리를 찍어서 내게 넘겨준다. 다짜고짜~! 그거 아무것도 아냐! 겁먹지 말어!”

 

사람들은 무슨 암에 걸렸다고 하면 죽기도 전에 죽을상부터 짓는다. , 연속극 같은데 보면하필 내가? 아니면 하필 누가!?’라며 오열하고 울부짖는다. 그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암에 대한 무지와 지독한 공포증 때문일 것이다.

 

, 극복 못할 불치의 병이 아니다. 암도 그냥 인체에 침투(생성)하는 하나의 질환일 뿐이다. 감기 들어 합병증으로 죽는 경우도 허다하다. 요즘 농촌에서 살인 진드기에 물려 죽는 경우는 뭐지? 암에 거렸다 살아나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위암 수술을 받은 게 2005년 설날 이었다. 그날 위의 75%를 잘라냈다. 그 보다 위암 판정을 받았을 때(거짓말 같지만)나는 담담했다. 암 판정을 통보 받은 것은 나보다 아내가 먼저였다. 건강검진을 하고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 있는 동안 본인 부재중이라 그 가족에게 먼저 연락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급한 일이 있으니 귀국하라는 아내의 종용에 귀국을 했고 쉬쉬하며 건강검진을 다시 받아 보자기에 대충 눈치를 채고 추궁(?)한 결과 위암이라는 실토를 아내로부터 받아냈던 것이다. 그러나 그래!? 수술 받아야지 뭐!”담담한 나의 반응이었다. 정말 그랬다. 심한 감기 정도로 생각했다. 감기도 위험하지만 약만 먹으면 나았던 것처럼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태연하게 수술을 받았던 것이다.

 

퇴원 하던 날 암수술환자만 모아 놓고 향후 극복기? 대처법? 식이요법? 등등등…. 교육을 시킨 후 각자 집으로 가란다. 교육이라면 선천적으로 싫어하는 나. 퇴원 한다는 기쁨에 귀에 하나도 담은 게 없다. 나누어 주는 팜플렛(?)을 보니 무엇은 먹지 말고 무엇은 먹고, 하루에 조금씩 68회 나누어서 먹고…..말 되는 소리를 해야지. 오미(五味)를 느끼지 않고 어떻게 먹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루68회 나누어 어떻게 식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먹다 판 날 것 같았다.

 

갓 태어난 신생아의 위만큼 남아있는 위에다 무리다 싶을 정도로 꾸겨 넣었다. 시고 짜고 맵고 달고 쓴 거 가리지 않고. 숨을 못 쉴 정도로 통증이 왔다. 하루 이틀….두어 달 쯤 지나니 통증도 많이 완화되고 일상의 식사가 가능했다. 즉 오미(五味)를 즐기며 삼시 세끼를 먹을 수 있었다.

 

아랫마을안골에 금년 딱 80이 되신지씨 형님이 계신다. 정말 볼 폼 없이 허리가 잔뜩 꼬부라지고 바짝 마른 양반이다. 그런 몸으로 그렇게 부지런 할 수가 없다. 새우등같이 굽은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자신의 농사를 지어가며 혹시 마을 품팔이가 있으면 품팔이에도 나선다. 나도 가끔 그 양반의 품을 사기도 한다. 그런 양반이 한동안 마을에서 보이지 않으시더니위암 말기란다. 서울의 某병원에서 항암치료(수술을 않고)를 받고 계신단다.

 

날을 잡아 음료수 팩을 사들고 아내와 그 댁으로 갔다. 마침 식사를 하고 계셨다. 세상에~! 밥그릇이 족히 내 꺼 두 배 반은 됐다. 그런데 그 많은 밥을 뚝딱해 치우신다. “아이고~! 형님! 대단하십니다.”내 입에서 나온 감탄사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형님! 안 돌아가십니다. 조금도 걱정 마십시오.”그러자 그 양반내가 왜 죽어 나이 많아 늙어 죽겠지만 암으로는 안 죽어!”단호한 결기를 보이신다. 그래서 내가 또 거들었다.

 

수술을 한 뒤 얼마간은 한 달 간격으로 주치의의 진단(사후관리)을 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3개월 다시 6개월 그런 식으로 5년의 생존율을 채워나갔다. 수술을 받았을 때 체중이 20k가까이 확 줄어 버렸다. 수술 후 6개월 됐을 즈음 주치의 선생님이 깜짝 놀란다. 암환자가 없던 고지혈증 나타났다며…. “교수님!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는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가리지 않고 그냥 일상 먹는 대로 오미(五味)를 즐기며 먹었습니다.”그리고 덧붙였다.“교수님! 제 생각에 암이나 중병환자들이 죽는 것은 그 병 때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교수님 앞에서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 얘기는 병으로 죽는 게 아니라 못 먹어 영양실조이거나 허기져 죽는 아사(餓死)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랬다.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던 주치의 선생께서맞아요! 옳은 말씀입니다. 그리고 모든 병은 환자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병마를 이기겠다는 마음가짐 말입니다.”진부한 선문답 같지만, 고담준론 같지만 사실이 그랬고 그것은 나의 변함없는 지론이다. 나는 그 지론을 지씨 형님께 설파를 했다.

 

형님!(지씨) 사람이 죽으면 뭐라고 그럽니까?”,“……(지씨 형님 반응)”,“형님! 사람이 죽으면 숟가락 놓는다고 하지 않습니까?”,“허허허그렇지!”,“형님! 숟가락은 왜 놓습니까?”,“그야 뭐….(정답이 없다)”,“형님! 숟가락을 놓는다는 것은 숟가락 들 힘이 없거나 먹을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형님 식사하시는 거 보니 앞으로 한 50년은 더 사실 거 같습니다.”,“그래!?ㅎㅎㅎ…”박장대소를 함께 했다.

 

그리고 내 경험을 전해 드렸고, 뒷날의 얘기지만 면소재지에 있는 순대 국밥집에 지씨 형님 내외분과 개울건너 이 반장형님을 모시고 갔다. 그날도 나는 반밖에 먹지 못했지만, 지씨 형님은 국물 하나 남기지 않고 다 잡수시는 걸 보고 돌아서서 아내와 함께 놀라며저 양반 절대 숟가락 안 놓는다.”라고 했던 것이다.(이 이야기는 불과 두 달이 안 된 얘기다. 그리고 지씨형님은 만약을 대비하여 자신의 집 뒤에 야생 두릅나무를 천등산에서 채취하여 잔뜩 심어 놨다. 자신이 죽으면 형수님더러 이것으로 생활하라는….그러나 지씨 형님은 지금도 건재하고, 남의 품팔이를 다닌다.)

 

생각해보면 병원에서는 금기사항으로 하라는 것을 오히려 나는 역행 했다. 내 스스로 무엇을 알아서가 아니라 단 하루를 살더라도 맛있거나 맛나게 먹고 죽는 게 낫지 맛도 없이 무미하게 살 수는 없다는 내 신념 때문이다. 통증 때문에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토()하며 되 내 뱉기를 얼마였던가. 역시 인체는 머릿속만 학습효과를 보는 게 아니라 육체도 체험에 의해 길들여지는 것이다. 그렇게 몸을 길들여 나갔다.

 

유 서방! 내 얘기 잘 들어! 내가 자네 인생 선배이기도 하지만 위암 선배로서 하는 얘길세. 만병이 마음먹기 달린 걸세. 병마를 이길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를 가져야 하네. 죽으면 어떡하지? 겁먹으면 지게 돼 있는 거야. 지면 결국 죽는 거야. 그리고 수술 후에라도 부지런히 먹어야 하네. 병마란 놈이 먹는 사람에겐 못 당하네. 그 무엇이 되었든 입에 맞는 게 한둘은 있을 걸세. 그것이라도 부지런히 입에 넣어야 하네. 하다못해 풀뿌리라도. 아무것도 못()먹은 빈속에는 약발도 안 받네. 약 먹을 힘만 있어도 살 수 있네. 내일 죽을 값이라도 운동(적당한 노동)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네. 많은 기인 자연인들이 병원에서 몇 달 남지 않았다며 포기한 환자들이 많았네. 그들은 큰 병을 다스리기 위해 한적한 시골이나 산 속으로 들어갔네. 몇 푼 더 벌겠다고 발버둥 치지 말게. 산골로 내려가시게 생활비 그렇게 많이 안 드네. 자네 연금이면 충분한 생활 될 걸세. 이곳 아래 채 비워 놓겠네. 자네 부부 생활 충분 할 걸세. 내가 올린이아침이란 동영상을 보시게. 맑은 공기, 무수한 새소리 자연의 소리를 듣고도 육신이나 마음이 힐링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죽을병이네. 그 때 포기 하게.(이상은 내가 매제 유 서방에게 들려 준 전화 내용이다.)

 

 

덧붙임,

 이상은 4년 전에 올렸던 암()에 대한 나의 견해다. 위암 말기였던 지씨 형님은 작년 가을 세상을 떠셨고, 매제는 거의 완치를 했다. 그리고 썰의 제목()? 까이꺼…..’는 암을 경시(輕視)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겁먹지 말라는 것이다. 이 점은 비단 병마 뿐 아니다. 일상생활이나 나아가 국정이나 국제관계도 그러하다. 겁을 먹으면 먹는 만큼 비례하여 악화되는 것이다.

 

()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가볍게 고칠 수 있는 것과 그리고 난치병(難治病)과 불치병(不治病). 난치병은 극히 어렵지만 그래도 낫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병이고 불치병은 글자 그대로 고칠 수 없는 병을 이름일 것이다. 암을 굳이 분류한다면 절대 불치가 아니라 난치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난치도 의약의 발달로 완치가 되고 있고 특히 위암은 95% 이상 5년 생존율이 가능하다.

 

암 치료가 난치에 가까웠던 것도 의료비가 비쌌기 때문이다. 국민의료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암 환자가 있는 집안은 치료비 때문에 패가(敗家)를 각오해야 할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웬만한 암은 국민건강보험이 많은 부분을 책임져 주는 만큼 환자나 가족이 가질 부담이 그 때에 비하면 현저하게 줄었다. , 숟가락 놓치지 않고 치료에 전념을 하면 거의 극복을 한다.

 

암 수술을 하고 3년 여 정도는 겨울철을 제하고 집 뒤의 북한산을 일주일 34차례 올랐다. 지금 이곳 천등산 박달재에 자리한 것도 자주 등산을 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산을 자주 가지는 않지만 가끔 만 보 걷기를 지금도 하고 있다. 많이 걷고 많이 먹을 수 있으면 먹자. 배불리고 살찌우자는 의미가 아니라 숟가락 놓치지 말자는 얘기다.

 

설 연휴 동안 이곳저곳 들려 다른 분들 글을 읽는 가운데 수개월 전 위암수술 받은 분께서 어쩌면 마지막 설이 될지도 모른다며, 그래서 즐겁게 보내야 한다기에 , 엄살도 심하시다는 생각에 장황한 썰을 풀어 끄집어 낸 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크게 외친다. ()? 그 까이꺼….!!!

 

혹 이 시간에라도 암으로 고통을 받거나 겁에 질려 있는 분이 계시면 참고가 됐으면 한다.

4 Comments

  1. 데레사

    2018년 2월 19일 at 12:01 오후

    병에 대하는 태도가 참 중요하죠.
    우리 영감 병원에서 한 달 그랬는데 십년을
    살고 갔습니다.
    그양반 역시 종씨님처럼 겁을 내지 않았어요.
    오늘 이 썰이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ss8000

      2018년 2월 19일 at 1:13 오후

      모든 병은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수명을 연장 시키기도
      단축 시키기도 하는 거지요.

      누님! 우리 오래 삽시다. ㅎㅎㅎ..

  2. Mimi K.Federspiel

    2018년 2월 20일 at 5:13 오전

    “현대의학과 자연치료 간단강의” 잘 읽었습니다.
    참 긍정적이고 재미있게 꼭 “행복강의 처럼” 쓰셨습니다.
    맛난음식을 먹으면 행복하지요. 행복하면 자연히 엔돌핀 생성 되겠지요. 거기에 적당한운동 의사선생님의 지시 등등… 뭐 웬만한 암은 ” 암, 그 까이꺼…! ” 할수 있다고 저도 한표 드림니다!
    귀신이 때깔 좋아 뭐 하겠읍니까 마는 병 에 대한 처신은 저도 선생님과 같습니다.
    선생님의 많은글, 종종 거저 만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글 에서는 종전에 글과는 사뭇 다른 편안함을 만났기에 저 또한 편안한 마음으로 처음댓글 인사차 올림니다.
    또, 테레사님과 좋은 댓글대화 는 저에게는 덤으로 만나는 좋은 기운이지요. 보기 좋으십니다.
    겨울이 조금 더 남았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 하십시요. 감사합니다?

    • ss8000

      2018년 2월 20일 at 6:33 오전

      공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냥 나름의 암(癌)극복기를 중얼거려 봤습니다. ㅎ.
      긍정적 마인드를 갖는 다는 건 꼭 암 극복이나 병의 치유에만
      해당 되는 아닐 것입니다.

      그나저나 첨 뵙습니다.
      무척 반갑고요.
      메일 주소나 성함이 이곳에 사시는 분은 아닐듯 합니다.
      미루어 짐작컨대 이역 땅에서 모국 쪽을 바라 보실 때
      목 디스크 조심 하십시오. 워낙 나라가 개판이라 보고 싶지도 않으시겠지만…

      근데 페밀리 네임을 어떻게 발음 합니까?
      페더스피엘? 쫌 어려워요. ㅎㅎ…

      미미님께서도 항상 건강 하시옵고 늘 행복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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