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불염사(兵不厭詐)

괵(虢)나라 우(虞)나라 진(晋)나라는 경계가 서로 맞닿아 있었다. 진나라의 헌공(獻公)이 괵나라를 접수하고 싶어 중신들에게 의견을 묻자, 한 신하가 아뢰기를’괵 나라로 가려면 우나라를 통과해야 하므로 우나라 왕에게 뇌물을 보내 길을 빌려 달라고 해야 한다‘고 하였다. 과연 계략에 따라 진헌공은 우나라로 옥과 말을 보냈는데, 마침 우 나라엔 지혜 많은 신하(궁지기)가 있어 진헌공의 계책을 간파하고 왕에게 길을 빌려주면 안 된다며 결사반대 했지만, 욕심 많은 우 나라 왕은 궁지기의 간언을 무시하고 진나라에게 길을 내 주었고, 결국 진나라는 괵나라를 멸망시킨 후 귀국길에 우나라 마저 먹어 치웠다는 고사다. 이런바“가도멸괵(假途滅虢)”이라는 성어가 태어난 동기다.

이와 비슷한 얘기는 우리 한반도에도 있었다. 임진왜란의 구실이 되었던 정명가도(征明假道)인 것이다. 당시 왜국의 왕 풍신수길(豊臣秀吉)은 조선반도를 먹어치우자는 게 아니고 단지 명나라를 치러가는 길만 빌려 달라는 요구였다. 아무리 무능한 선조 임금이지만 왜국의 잔머리 굴림을 모를까. 그러나 사실 왜국의 본심은 명나라에 있었던 게 아니고 조선을 치기위한 구실에 불과 했던 것이고, 그 사실을 알고도 무능한 선조 임금은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설마 하찮은 왜(倭)놈들이…”그런데 설마가 사람 잡은 옛 얘기다.

오늘의 현실이 두 고사와 다를 게 하나 없잖아? 북괴(진헌공)는 핵폭탄을 만들어도 이웃나라 대한민국(우 나라)을 위협하기 위한 게 아니고 단지 미국(괵 나라)과 상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잖아. 북괴의 진정한 본심은 대한민국을 먹어치우자는 속셈을 우리는 알고 있는데, 딱 한 놈 그리고 그 놈을 모시고 지지하는 패거리만 사실이 아니라고 우기는 형상이다. 무능한 선조 임금은 적에 대한 준비나 대비를 않았을 뿐이지 왜국의 간교한 속셈은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딱 그 한 놈과 패거리들은 북괴의 간교한 술책조차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 나라(대한민국)는 지난날의 우 나라가 아니다. 단순히 길만 빌려주는 게 아니고 진 헌공(북괴)의 속셈도 모르고 괵 나라(미국)와 친밀하게 지내라며 가교(架橋)역할은 고사하고 그 역할이 자신의 치적(治積)인 양, 안으로 옥아빠진 누런 옥니를 드러내고 파안대소(破顔大笑)하며 마치 세상이라도 얻은 것처럼 기고만장(氣高萬丈)하고 있는 것이다. 저 죽는 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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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아무리 현대판 궁지기(宮之寄)가 진언을 해도 딱 한 놈과 그 패거리들의 귀구멍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또한 문제다.

항간엔 코리아 패싱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미국과 북괴가 마주 앉아 더 이상 골치 아픈 딱 한 놈과 그 패거리들을 배제 시키자는데 합의 한다면, 북괴는 핵 놀이는 그만하겠다는 거짓 약속과 함께 한반도 미군철수라는 조건을 내걸면 얼마나 이상적인 명목인가. 그러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궁지기가‘아니 되오!’를 외치며 우 나라임금에게 그토록 간(諫)했던 것은 순망치한(脣亡齒寒) 설이었다. 입술이 망하면 이빨이 시린 것은, 미국의 한반도 문제 불개입은 결국 코리아 패싱이고 순망치한의 수순을 밟는 것이다.

전쟁과 전투는 참가에 의의 두고 즐기는 스포츠가 아니다. 적을 죽이고 내가 살아야 하는 그야말로 생명을 건 투쟁이다. 따라서 전쟁이나 전투의 궁극목적은 승리에 있는 것이다. 필승을 위해서 모략이 나오고 책략이 나오는 것이다. 가도멸괵이 되었든 정명가도가 되었든 진정한 의미는 적을 속이고 자신들의 실속을 차리자는 것이다.

병불염사(兵不厭詐)라는 말이 있다. 병사(전쟁)를 부리는데 있어서는 거짓말(수단)을 쓰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란 뜻이다. 즉, 전쟁이나 전투 중에 적을 속이는 것은 죄악이 아니라는 뜻이다. 거짓과 사기는 가장 추악하고 더럽고 파렴치한 범죄이지만, 딱 한 가지 예외는 국가(국사)를 위한 일에는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것 이다.

북괴 김정은은 對문재인과 그 패거리를 향한 병불염사(兵不厭詐)라는 마지막 수단을 쓰고 있는 것이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8년 4월 24일 at 7:18 오전

    우리 정부는 꿈에도 속는다는 생각은 안 하는것
    같습니다.
    오직 믿을건 김정은 뿐인듯 하거든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말 같은건
    안중에도 없나봐요.
    부디 김정은이 진실하기를 바라야지요.

    • ss8000

      2018년 4월 24일 at 10:06 오전

      저는 요즘 27일이 기다려 집니다.
      똥돼지 놈이랑 뭉가 늠이랑 어떤 말장난을 할지…
      자못 기대가 큽니다.

      두 늠의 말장난에서 특히 젊은 아이들이
      깨어나야 할 텐데…기대반 걱정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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