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국(救國)과 구당(救黨)

썰을 풀며 가끔 자주 인용해 먹는 동일한 문자가 있다. 이런 경우 그때그때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문자라도 때에 따라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오늘의 경우는 구장살처(救將殺妻)라는 문자를 또 써 먹어야겠다.

 

전국시대의 오기(吳起)는 손자와 더불어 가장 명망 높은 전략가요 장수였다. 그가 살아있는 동안 100여 차례의 대소 전투를 벌여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명장이다. 그러다보니 최고지도자들의 신망(信望)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만 반대로 자신을 미워하는 세력이 많았다. 자연히 그를 참소(讒訴)하거나 비토하는 세력도 늘 존재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는 국적 세탁을 자주했다.

 

그의 원적은 위()나라였지만, 또 다른 위(), (), (), ()나라 등으로 본적 내지는 주소지를 자주 옮겨 다녔다. 워낙 전쟁을 잘하는 관계로 스카웃 당했기 때문이다.

 

그런 오기도 젊은 시절 써 주는 데가 별로 없었다. 그가 노()나라의 장수로 있을 때 제나라가 쳐들어왔다. 그러나 왕은 총사령관의 지휘권을 주지 않는다. 즉 전작권을 부여 않는다. 오기의 부인이 제()나라 재상의 딸이기 때문에 결국 제나라는 오기의 처가 나라인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오기는 자신의 부인을 부른다. 그리고 부인에게 말한다.‘여보 부인! 내가 부인에게 급히 빌릴 물건이 하나 있소아내가 그게 무엇인지 물어보고 자시고 할 틈도 없이 오기는 칼을 뽑아 아내의 목을 잘라 노나라 왕에게 바친다. 그의 그런 행동은 왕을 감복시켰고 드디어 총사령관의 자격으로 적을 물리치고 큰 공을 세운다.(그 후 아내의 원혼을 달래 주었다는 뒷 얘기가 없는 게 좀 아쉽지만…) 구장살처(救將殺妻)라는 말은 이때 생겼다. 즉 마누라를 죽여서라도 최고 사령관이 되다.

 

어제는 밤늦도록 야구 중계를 보았다. 내가 응원하는 팀과 상대 팀이 엎치락뒤치락 그야말로 용호상박(虎相搏) 전을 펼쳤기에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다. 내가 응원한 팀은 결국 역전을 당하고 패했지만, 상대팀은 이전의 허약한 팀이 아니었다. 그 팀은 금년 들어 장수(감독)교체를 했고 팀을 새롭게 정비하여 그야말로 야구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까지 그 팀을 맡았던 장수는김성근 감독이었다. 야구계에서는 그를 두고야신(野神) 즉 야구의 신()’으로 불리 운다. 그가 감독을 맡아 지도하는 팀은 언제나 약체에서 강팀으로 거듭나며 선풍을 일으키기 때문에 약한 팀은 늘 그가 필요했다. 야구계에서 그이만큼 감독 자리를 옮겨 다닌 인물은 없다. OB 베어스 태평양 돌핀스 삼성 라이온즈 쌍방울 레이더스 LG 트윈스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 등, 최근 신생 팀인 두 팀(NCKT)를 뺀다면 롯데 자이언트를 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프로야구 팀이 모두 그를 최고사령관으로 모시고 전작권을 부여 했던 것이다.

 

오기(吳起)와 김성근 감독은 가끔 세인의 입방아에 오른다. 아무리 최고사령관이 되고 싶어도 그렇지, 사랑하는(사랑했는지 모르지만…)아내를 죽여가면서 그 자리를 탐낸다는 건 어불성설(語成說)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가 국적을 옮겨 다닌 가장 큰 이유가 반대파로부터 구장살처 한 행위가 가장 큰 혹이 되었다. 또한 김성근 감독은 승리를 위해선 선수를 혹사하고 냉혈한에 가깝다는 비판이 늘 따랐다. 그러나 그만의 독특한 훈련방법 내지 작전으로 강팀으로 거듭 나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있다. 단어는 분리된 것이지만 내면 깊숙이 생각해 보면 욕구(慾求)라는 목적 앞에서는 서로가 필요로 하는 것이다. 오기나 김성근 감독은 최고사령관이라는 자리가 늘 필요로 했다. 반대로 오기나 김성근 감독이 옮겨 다닌 국가나 팀은 어떤 방법이든 승리가 필요했다. 다시 얘기하면 수요가 공급이 되고 공급이 수요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닌가? 오늘도 썰이 너무 장황했다.

 

보수 아니 자유한국당이 완전히 지리멸렬(支離滅裂)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났다. 그럼에도 이 개子息들이 아직 정신 못 차리고 계파 간 서로 대가리 부여잡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생각 같아선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굴비두름 엮듯 엮어 폐수종말처리장에 쳐 넣어 일부 정화처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오기와 김성근 감독이 명장(名將)으로 거듭 난 것은 역설적으로 국가와 팀을 자주 옮겨 다닌 결과이다. 그들이 머물렀던 나라나 팀의 내부 속사정을 그야말로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쟁이나 작전 임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굳이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아니더라도 그리고 승리의 보장인 것이다. 비판과 반대의 여론이 따르지만 승리를 위해선 기피 인물이라도 스카웃 하는 게 수단이고 방법이다.

 

한국당 비대위원장에 김병준·김종인 거론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1/2018062100382.html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지만, 현 시점에 딱 맞는 제안이다. 물망에 오른 두 사람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다만 곤고(困苦)했던 유비가 복룡(伏龍: 제갈량)과 봉추(鳳雛: 방통) 두 사람을 얻고 촉()나라를 세웠듯, 김종인. 김병준 양인을 모두 모시면 좋겠지만 두 사람 중 한 분이라도 모신다면 깨강정이 된 자유한국당 재건과 쇄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재건은 보수의 재건이고 보수의 재건은 구국(救國)이자 구당(救黨)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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